일명「오팔팔」혹은「예불(예측불허의 준말)」이라는 파격적인 별명과 학생들의 인기를 한 몸에 모아 잡고 있는 김상원(아우구스띠노·61)선생이 30년 교사생활을 정리한 교단일기를 책으로 펴냈다. 「선생님, 그만 좀 웃기세요」(글나루 간)라는 제목은 김 선생의 개성을 그대로 드러낸다. 치열한 입시경쟁, 산더미같은 책보따리에 채여 기를 펴지 못하는 이 땅의 학생들은 어쩌면 책상을 두드리고 눈물을 찔끔찔끔 흘리도록 웃겨주는 선생님을 고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즐거운 교실 만들기」가 필요합니다. 우리 반은 틈만 나면 팔씨름 대회, 야구나 축구 시합, 등산대회, 노래자랑, 영어암기대회 같은 이벤트를 마련해서 학생들이 학교 오는 것이 즐거운 생활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합니다』
그에게 교사라는 위치는 학생들 위에 군림하는 권위보다는 친구가 될 수 있는 자리이다. 제자들을 격의없이 대하는 그의 교육방법을 주위에서는 간혹 지나치다고 나무라기도 하지만 여전히 그는 학교나 길에서 학생들을 만나면 먼저 인사하고 먼저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한다.
그래서 그가 가르쳐 내보낸 학생들은 언제 어디서 선생님을 만나든 반갑다. 『택시를 타고 보면 운전수가 제가 가르친 학생일 때도 있고 술 한잔 하러 호프집을 가면 주인이 낯익은 얼굴이기도 합니다. 나름대로 자기 생활을 꾸려가는 모습을 보면 흐뭇하지요』
이름만 대면 알만한 스타들도 그는 여럿 가르쳤다. 탤런트 차인표는 직접 담임을 맡았고 개그맨 이휘재도 그가 가르쳤다. 얼마전에는 차인표가 출연한 프로에 초청돼 방송출연한 뒤 길에서 자신을 알아보는 팬(?)들이 많아 모처럼 얻은 인기를 만끽하기도 했다.
보이스카우트 지도교사이기도 한 그는 대원들 사이에서 거의 신화적인 존재이다. 몇해전 남이섬 야영장에서 보여준 이른바「이주일 군기잡기」사건 때문이다. 야영캠프 앞을 지나가는 이주일씨 차를 가로막고「이주일 내려!」를 시작으로 오리걸음과 거수경례 등 한바탕 쇼를 연출했다는 것이다. 『말도 안되는 객기를 받아준 이주일씨의 인간 됨됨이에 경의를 표합니다.』
하지만 그의 30년 교사생활이 흥미와 재미만 가득한 것은 결코 아니다. 더군다나 그때나 지금이나 입시에 시달리는 제자들의 모습은 못내 안스럽다. 『전부 박사가 될 수는 없지 않습니까! 출세지향,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한 교육, 사회풍토는 우리나라의 교육을 망쳐버리고 있습니다. 보다 근본적인 교육 개혁이 절실합니다.』
출판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