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 1월1일
『오 전능하시고 영원하신 천주여 우리는 우리의 온전한 영신으로 성년(聖年)의 큰 은혜 주심을 당신께 감사하나이다. 오! 하늘에 계신 성부여 당신은 모든 것을 보시고 사람의 마음을 알으시고 다스리시는 자시니 은총과 구원의 이 시기에 당신 아들의 소리에 우리의 마음을 순종케하여 주소서. 성년이 모든이로 하여금 정화(淨化)와 성화(聖化)의 내적생활과 배상(賠償)의 해가 되게 하시며 위대한 보수(報酬)와 관노(寬努)의 해가 되게 하옵소서』…중략
『사회정의와 형제우애를 갈망하는 영혼들을 행동에 있어서나 진리에 있어서 각성케하소서. 오! 주여 우리 시대에 평화를 주옵소서. 영혼에 평화를, 가정에 평화를, 조국에 평화를, 나라 사이에 평화를 주소서』하략…
『병든자에게 인내와 건강을 주시며 젊은이에게 강인한 신앙을, 처녀들에게 정결을, 어머니에게 교육의 효능을, 피난민과 수인(囚人)에게 고국을, 그리고 모든이에게 천국의 영원한 행복을 준비하고 약속할 성총을 주옵소서』아멘.
1950년 새해 아침은 성년과 함께 열렸다. 물론 당시 교황 비오 12세가 바로 전해인 49년 5월26일 성년선포 교서를 발표한 바 있으니 그해 말 예수 성탄밤부터 성년은 이미 시작 되고 있었다. 위글은 1950년 성년 시작을 알리는 1월1일자 천주교회보 1면에 게재된 교황의 성년 기도문 중 일부이다.
구주강생 1950년을 기리는 성년. 천주교회보는 『1950년 전(全)1년을 통하여 교황의 의향에 우리의 뜻을 합하여 자기 죄를 통회하며 기구와 보속의 업을 행하면 전대사를 얻을수 있다』고 성년의 의의를 설명하고 있다. 아울러 천주교회보는 성년축제 준비를 위해 교황청 성년중앙위원회의 특별한 훈령을 게재하고 있다.
교황청 성년중앙위원회의 훈령은 모두 4개항으로 구성돼 있는데 그 첫째가『기도와 통회의 업을 행하여 그리스도와 그 불굴의 교회로 만민을 교화하도록 노력하라』는 것이었다. 기도와 통회로 만민을 교화하는 것이 교황의 첫번째 의향이 되었음은 너무나 당연한 선택이 아닐 수 없다.
이어진 훈령은 『전 세계 평화와 성지의 안정운동에 노력하라』『미신자 무신앙자의 개종을 기구하라』『도움을 구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그 필요에 응하여 모든 수단으로 원조하라』고 촉구, 구주강생 1950년 전 세계 신앙인들이 살아야 할 1년간의 신앙 지침을 설파하고 있다.
교회의 대축제인 성년. 아마도 한국 천주교회는 그때 처음 성년의 기운을 맛보았을 것이었다. 길고 험란했던 박해의 터널을 지나면서 겨우 추스렸던 믿음의 줄기. 그러나 해방의 기쁨을 분단이라는 아픔속에 마주해야 했던 뼈저린 상황속에서 1950년 성년은 당시 한국교회의 희망의 축제로 기록되었음은 틀림이 없을 터였다.
성년과 더불어 열린 성 베드로 대성전 성년의 문, 천국의 문을 상징한다는 그 거룩한 문은 열렸지만 한국과 이 민족에게는 또 다른 고난의 문이 준비되고 있었다. 1950년 성년. 그 기쁨의 축제는 시작되었으나 이 땅은 바야흐로 비극의 장이 열리는 순간이었기 때문이었다.
바로 6개월 뒤 우리 민족은 동족상잔이라는 전대미문의 전쟁 앞에 내팽개쳐졌고 이 땅은 넘치는 피로 강물을 이루어야 했다. 희망과 기쁨을 노래하고 참회속에서 평화를 구하고자 한 성년. 1950년 그 성년의 해는 6.25라는 전쟁속에 묻혀지고 말았던 것이다.
그로부터 다시 50여 년의 세월이 흘렀고 우리는 다시 성년을 눈앞에 마주하고 있다. 2천년 대희년이 불과 수년앞으로 다가온 것이다. 전쟁속에 묻을수 밖에 없었던 1950년의 성년, 이제 우리 앞에는 우리 민족의 화해와 일치, 통일을 향한 준비로써 2천년 대희년을 맞이해야 한다는 엄숙한 숙제가 놓여있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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