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교 영성을 위한 성사
2)성령체험의 표현 방식인 성사
하느님 백성으로서의 교회는 불가시적 성령의 활동을 가시화-현실화시켜 나감으로써 스스로 성사로서의 자아 실현을 하게 되는 것인데 그러할 경우 교회가 갖는 가시적이면서도 인간적인 측면을 현실적으로는 제도와 직무에서 본다. 그 두가지를 중심으로 성령체험의 표현방식을 보겠다.
① 제도를 통해서 성령의 활동을 가시화시키는 교회
제도는 인간학적이고 사회학적인 숙고에 의해서 볼 때 인간의 공동체에 필수적인 것이데. 교회 역시 사회적이면서도 인간적인 공동체로서 결코 제도를 배제할 수 없다. 아니 오히려 교회의 가시적이고 인간적인 제도가 하느님 백성이라는 상징으로서의 기능을 총체적으로 발휘하는 것이라고 봐야 한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교회가 지니고 있는 사회학적이고 인간적인 측면만을 보면서 교회의 제도를 여느 정치사회집단의 제도와 별다른 차이가 없는 것으로 여기는 가운데 쉽사리 교회를 일컬어 「제도적」이라고 말해버리는가 하면 반발하거나 회의의 대상으로 치부해 버린다.
하지만 교회는 애초부터 그러한 집단 식의 제도적인 교회가 아니다. 교회 자신이 「제도」이다. 아니 교회는 전혀 다른 차원의 질서에 속하는 하나의 실재이다. 그것은 주님께서 원하시고 기초잡아 주신 제도상의 질서를 자신의 것으로 하고 있는 존재다. 이러한 교회의 모습을 우리는 초대교회 공동체의 삶 안에서 본다.
그러나 초대교회 공동체의 삶은 제도인 자신과 성령의 활동이 불가분의 것이었음도 보여준다. 성령의 활동이 그 제도를 통해서 가시화-현실화된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성령께서는 교회 자신이 목적이 아니라 당신 자신의 활동을 통해서 가시화-현실화되는 구원의 실체가 바로 목적이라는 것을 일깨워주신다는것, 그래서 제도는 결국 봉사를 자신의 기능으로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제도인 교회는 애초부터 성령에 의존하는 실재이자 성령의 활동을 위해 봉사하는 그러한 실재이다. 그런데 그 제도가 수행하는 봉사기능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서 대표적인 것이 바로 직무이다. 직무야말로 성령께서 무상으로 주시는 은총의 감지할 수 있는 현현인 은사 혹은 카리스마의 형태인 것이다.
②은사의 형태인 직무를 통해서 성령의 활동을 가시화시키는 교회
초대교회 공동체의 삶을 주시해 보면 은사의 형태인 직무에 관한 면들을 살펴볼 수 있다. 먼저 공적 직무의 기원이 주님이시라는 것, 그래서 신적 기원을 갖지만 그 기능은 결국 봉사를 위한 것, 곧 신비체의 성장을 위해 신도들을 준비시키기 위한 것으로 사도와 예언자, 복음 전파자와 목자 그리고 교사직무라는 소수의 종류가 있음을 알려준다. 즉 그 직무들의 기능은 구원의 실체를 가시화-현실화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성서는 초대교회 공동체안에 이외에도 질서나 조직 안에 여타의 다양한 직무가 있었음을 알려준다. 하느님의 백성이 된 사람이면 누구나 예외 없이 성령과 함께하는 사람이기에 바로 그 성령의 선물인 은사의 형태로서의 직무도 누구에게나 주어지고, 또 그 종류도 다양하다는 것이다.
그 은사적 직무의 예로는 기적을 행하는 이들, 치유자들, 도움을 주는 이들. 지도자들, 이상한 언어를 말하는 이들 그리고 그 언어를 해석하는 이들을 비롯해서 지혜를 받은 이들과 지식을 얻은 이들, 신앙을 깊게 받은 이들 등이 있는데, 이러한 직무들도 역시 공적 직무의 기능과 같은 봉사기능을 가진다는 것이다.
물론 공적 직무와 일반 직무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 그 차이란 일반신도의 일반적 봉사와 지도자들 또는 지도자 팀의 특수한 봉사라는 그런 의미에서의 차이와 하느님의 백성으로서 구원된 자의 표상다움을 잃어버린 거짓 예언자들을 분별해내야 할 필요성에 의해서 일반 직무가 은사적인 것인지 아닌지에 대한 분별책임이 공적 직무를 수행하는 이들에게 위임되어 있다는 것이 그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직무들은 서로가 보충적이다. 바로 이러한 사실에 근거해서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교부들도 직무의 특수성과 일반성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똑같은 은사의 형태로서 다같이 구원의 실체를 가시화-현실화시켜 나가는 기능에 역점을 두어 오늘날 교회가 활성화해야 할 직무를 강조했다.
그러므로 교회는 군주적 속성을 지닌 위계적이면서도 상명하복적인 특수 공직에만 의존해서가 아니라, 하느님 백성에 관한 폭넓은 의식을 가지고 신도들 모두가 부여받은 다양하기 이를데 없는 은사형태의 일반 직무를 활성화시킴으로써 성령의 활동을 더욱 구체적으로 가시화-현실화시키는 성사로서의 자아를 실현시켜야 한다. 요컨대 전체 구성원의 상호 보충적인 직무수행을 통해서 교회는 성사로서의 자신의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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