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 연애의 완성은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이별이 연애의 종말 역시 아니지요. 결혼의 시작이 연애의 출발일 수도 있고 연애의 이별이 완성에의 준비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시인이자 소설가, 수필가이자 교수인 신달자(엘리사벳)씨가 자신의 연애론을 담은 테마 에세이「사랑」(자유문학사 간)을 펴냈다.
『연애는 중대한 사건이지요. 삶에 대한 새로운 충격입니다. 처음으로 자신의 세계를 갖는 경험이 바로 연애입니다』
누가 가르쳐주지도 않건만 사람은 누구나 어느 시기가 되면 이성을 향한 애틋한 감정이 싹트게 된다.
존재를 뒤흔드는 이 감정은 그때까지 알고, 느껴오던 세계를 일순간에 변화시킨다. 자신의 세계가 열리는 것이다.
『연애는 삶의 필수과목입니다.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지요. 이 세상에 사랑하고 있는 그 사실보다 아름다운 일은 없습니다. 하지만 연애는 희귀종의 꽃과 같아서 누구에게나 피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그는 삶이 성실한 노력 없이 불가능하듯이 연애야말로 인간적 성숙의 발판 없이는 자격미달이라고 말한다. 사랑할 수 있는 자격, 그것이 곧 삶의 자격이라는 것이다.
신씨의 감각은 신선하다. 그의 글을 읽다보면 젊은이들의 감각과 세련미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막연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연애가 마치 생활을 다채롭게 하는 하나의 도구에 불과한듯한 요즘 젊은이들의 연애관에 대해서는 일말의 우려를 지울 수 없다.
『우리 세대에게 연애, 사랑이란 단어는 감히 입밖에 내기조차 어려웠어요. 하지만 적어도 가슴에는 불꽃이, 폭탄이 터지고 있었지요. 하지만 요즘의 연애는 그런 열정이 없는 것 같습니다』
『사랑한다』는 한마디 말을 하기 위해서 며칠 밤낮을 가슴 졸이고 수없이 망설이다가 발길을 돌리곤 했던 시절 연애의 의미를 젊은이들은 감히 짐작이나 하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그 의미를 모른다면 이 책을 한번쯤 읽어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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