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의 임신부에게 아기를 어디서 낳을 계획이냐고 묻는 것은 상식 밖의 질문일 뿐 아니라 질문자는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으로 간주된다.
현재 우리나라는 임부는 병원에서 출산을 하는 것이 재고의 여지가 없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 병원의 시설과 의술로 인한 안전한 출산에 대한 신뢰에서 온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 반면 많은 여성들은 의사와 간호사들의 태도와 출산실의 분위기 등이 그리 인간적이지 않았다는 기억들을 하고 있다. 무엇보다 출산을 도와 줄 의료진들이 임부를 환자취급하거나 인격적인 배려를 해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불친절과 권위의 오용 앞에서 대부분의 여성들은 주눅이 들어서 아기를 낳는 경우가 많다. 의사와 간호사의 노고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자신의 또 다른 생명에 대한 기대와 동시에 출산의 근심으로 불안해하는 임신부들에게는 시설과 의술 못지 않게 조용하고 친절하여 그들에게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는 의사가 필요하다.
아기가 태어날 때, 남편이 출산실에서 부인을 지켜 보아주는 것이 허용 안되는 규칙은 바뀌면 안되는가? 부인의 해산 때 반드시 남편이 같이 있어야 하고 그에게 자식의 탯줄을 끓을 수 있는 권한을 주는 외국병원의 규칙에 공감이 가는 것은, 그것이 더 인간적이라고 느껴지기 때문일까.
요즘 나는 어머니가 잠자고 일어나고 청소하시던 방에서 태어나게 된 것을 행운으로 여긴다. 인간과 세상을 처음 만나는 아기가 사랑이 깃든 집이 아니라 병원에서 눈을 뜬다는 것이 안스럽다. 태어난 직후 어머니의 숨결을 오래 듣지도 못하고 다른 방에서 생을 시작하는 현대의 아이들은 영원한 품속의 느낌을 기억할 수 있을까? 세상으로의 초대준비가 잘 된 부모님의 집에서, 인간에 대한 애정과 정성이 깃들은 산파의 도움으로 아기가 태어나는 과거로 돌아갈 수 있었으면….
병원에서 짐꾸러미처럼 취급받으며 해산을 하였던 기억 때문에 아기를 다시 낳고 싶지 않다고 하는 한 여성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인간에 대한 존중이 탄생에서부터 무시되면 우리는 어디에서 진실한 생명존중을 찾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전 수련의들이「기쁨주는 의사」의 선언을 하고, 환자의 권리와 입장을 존중하는 의사가 되겠다는 결의를 신문을 통해 보며 반가운 기대를 했다. 감격하고 기뻐할 수 있는 의사들이 있는 곳에 아기들은 생명존중을 배우며 태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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