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한 말씀의 수녀회가 운영하는 대전시 유성구 새동의「성언농장」에는 우리농운동을 주도했던 한 사제가 지난 4월부터 찾아와 직접 농사를 짓고 있다.
손끝에는 이미 굳은 살이 박혀있고 얼굴은 수십년 농사를 지은 농민보다 더 검게 그을린채 농사일에 매달리고 있는 주인공은 가톨릭 농민회 지도신부와 우리농촌살리기운동 전국본부 상임본부장을 맡고 있는 김승오 신부.
비가 오는 와중에도 시장에 내다 팔기 위해 비닐하우스 안에서 상추를 뜯는 김승오 신부는『시장에 가서 경매에 부쳐봐야 알겠지만 요즘은 한 상자에 3천원 정도 받는다』며『상추가 많이 생산되면 적게 받고 적게 나오면 많이 받을 수 있다』는 말로 농사의 이치를 모두 터득한 사람처럼 수요와 공급의 법칙을 설명한다.
며칠전에는 경운기로 작업을 하다 경운기와 함께 쳐 박히기도 했다는 김승오 신부는 이곳 성언농장에서 2명의 수녀를 포함 총 4명이서 40마리의 한우와 상추 오이 등을 심은 3동의 비님하우스, 벼농사, 밭농사 등을 함께 짓고 있다.
『처음에는 무척 힘들었지만 벌써 몸에 익숙해져 큰 어려움은 없습니다. 농사체험을 통해 농민과 농촌의 어려움을 피부로 느끼고 그 경험을 우리농촌살리기운동에 활용하고 싶었습니다』
김승오 신부가 성언농장에서 농사를 짓기로 작정한 가장 큰 이유는 김 신부 스스로 농촌의 현실을 우선 체험하는 것이지만 가나안 농군학교와 같은 가칭 가톨릭 농민교육장을 만들어 농민들과 우리농 관계자들에 대한 의식교육, 신심 및 신앙교육, 현장체험 등을 시키겠다는 장기적인 목표를 구상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새벽 5시에 기상해서 아침을 먹기 까지 두시간 정도가 기도와 묵상, 그리고 책을 볼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일뿐 해가 질때까지 하루종일 들에 나가 살아야 하는 김승오 신부는 그러나 아무리 피곤해도 저녁에는 농장 식구들과 매일 미사를 봉헌한다.
이 미사를 통해 김승오 신부는 항상 농민들이 용기와 희망을 잃지 않고 꿋꿋하게 살아갈 수 있기를 기원하고 아울러 우리농운동의 성공을 빌게 된다.
비록 몸은 멀리 떨어져 있지만 마음은 늘 우리농운동에 가 있다는 김승오 신부. 김 신부는 최근 우리농운동에 대해 일부에서「운동은 간데없고 사업만 남아있다」는 지적을 의식한듯『교회가 운영하는 학교와 병원이 사업을 통해 복음을 전파하듯 우리농운동도 같은 맥락에서 봐야 한다』며『우리농운동을 이끌어 가자면 사업은 당연히 수반되는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우리농운동이 경제운동이며 농산물 제값받기 운동이라는 점에서 이를 위한 직거래가 필요하고 그렇게 하자면 사업이 따라야 한다는 것이 김 신부의 지론이다.
무엇보다 김승오 신부는 우리농운동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도시 소비자들의 구체적인 실천이 선행돼야만 가능하다고 말하고『우선 사제관과 수녀원의 식탁에서부터 수입농산물이 추방돼야 우리농운동이 성공할 수 있다』고 제안하고 이러한 실천들이 확산될 때 우리농운동은 모든 신자들에게 그리고 온 국민들의 생활속으로 파급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88년부터 가톨릭 농민회 지도신부를 맡아 항상 농민들과 함께 호흡하며 애환을 나누었던 김승오 신부는 어릴 때 부모님이 하시는 농사일을 거들기는 했지만 직접 농사를 짓기는 이번이 처음인 셈이다.
우루과이 협상으로 벼랑에 몰린 농촌을 살리겠다고 시작된 우리농 전국본부 상임본부장으로서의 주어진 역할 만큼이나 어깨가 무거웠던 김승오 신부는『그러나 우리농운동 출범 2년만에 농민주일이 제정되고 각 교구별로 특성과 실정에 맞는 우리농운동이 정착돼 가고 있는 것은 우리농운동의 큰 성과』라고 평가하고 특히 서울대교구 본부에서 발족한 우리농생협과 같은 소비자 조직이 더욱 확대되길 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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