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 CNS】교황청 신앙교리성은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승인을 받아 라틴어 미사를 고수하는 등 보수적 전통주의를 표방하는 비오 10세회가 교회의 가르침을 해석하는데 있어서의 교의적 원칙과 범주들에 대해서 ‘불충분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규정했다.

신앙교리성 장관 윌리엄 J. 레바다 추기경은 16일 비오 10세회 수장인 버나드 필레 주교를 두 시간 동안 만나 비오 10세회에 대한 교황청의 입장을 전달했다고 교황청 대변인 페데리코 롬바르디 신부가 밝혔다.

교황청은 이 만남 뒤 발표한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헤아릴 수 없이 고통스러운 교회의 분열을 피하기를 원한다”고 밝히고 이에 따라 “필레 주교를 비롯한 이 단체의 지도자들은 지난해 9월 교황청이 전달한 ‘교리 전문’(Doctrinal Preamble)에 대한 응답을 좀 더 명확히 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비오 10세회는 지난 1월 이 ‘교리 전문’에 대한 입장을 담은 답변서를 교황청에 제출했지만 사실상 이에 대한 교황청의 평가는 부정적이었다. 교리 전문의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교황청에 의하면 이 문서는 ‘교회의 가르침을 해석하는데 있어서의 교의적 원칙과 범주들’을 제시하고 있다. 교황청은 특히 이러한 원칙과 범주들이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가르침을 포함한 교회의 공식 가르침에 대한 충실성을 보장해주는데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교황청은 이 단체의 공식 답변이 “신앙교리성의 검토와 교황의 평가를 거쳤다”고 설명하고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결정에 따라 레바다 추기경의 서한을 필레 주교에게 전달했다. 이 편지에서 교황청은 필레 주교의 답변서는 교황청과 비오 10세회 사이의 입장 차이를 보이는 교리적 문제들을 극복하기에는 불충분하다고 지적했다.

교황청 대변인 롬바르디 신부는 레바다 추기경이 필레 주교에게 오는 4월 중순까지 한 달간의 기간을 주고 비오 10세회가 기존의 교리적 차이에 대한 분명하고 변화된 입장 표명을 해주기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교황청과 비오 10세회 사이의 대화의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지만, 사실상 필레 주교에게 전한 편지를 통해 “교리 전문에서 지적한 내용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이는 ‘교회에 매우 심각한 영향을 주는 불화’가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롬바르디 신부에 의하면 교황은 필레 주교를 비롯한 이 단체 소속의 주교들에 대한 파문을 철회하고 지난 2009년 이 단체 대표들과의 교리적 대화를 위한 위원회를 설치했으며, 이들이 보편교회와의 완전한 일치에 이를 수 있는 ‘최소한의 필수적인’ 요소들을 담은 교리 전문의 작성 등 비오 10세회와의 화해를 위한 다각적인 조치를 취해왔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해 11월 필레 주교는 비록 공의회의 일부 가르침에 대한 ‘정당한 토론’의 여지가 남아 있지만, 이 교리 전문에 대해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교황청과 비오 10세회의 교리적 대화는 지난 2009년에 시작됐고, 전통의 개념과 전례, 교회 일치, 일치 운동, 종교간 대화와 종교 자유 등에 대한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가르침 등이 주요한 논의 주제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