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예수가 하느님을 모독했다는 누명으로 수난 속에 십자가형의 억울한 죽음을 당하는 사순시기를 보내면서 정의·진실·희생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한다. 사회적인 공감과 이해가 없으면 진실이나 정의는 진흙 속 진주 같고 개인의 희생만을 강요하는 것이 오늘 우리 지구촌의 모습이 아닌가 싶다.
우리는 “너 사람아!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라”며 머리에 재를 얹고 예수의 수난에 동참하는 사순시기를 보낸다. 이때는 각자의 처지에 따라 단식과 금육을 하고 회개와 보속으로 예수의 말씀을 생각하며 따르려는 신자들이 많다.
교회는 그늘진 구석의 어려운 사람들을 생각하며 나눔의 실천을 강조한다. 넉넉한 사람에게 보잘 것 없는 것이라도 못 가진 사람에게는 소중하고 꼭 필요할 수도 있다. ‘러브 인 아시아’란 방송 프로그램에서 한국으로 시집 온 외국인 신부가 모처럼 친정 나들이에 가지고 간 물건들이 우리에겐 하찮은 것이지만 그곳 사람들은 감격하며 고마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50~60년 전 우리의 모습을 떠올려 본다. 먹을 것, 입을 것, 잠자리 등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아픈 상처를 안고, 밤낮 귀천을 가리지 않고 열심히 일하면서 오늘의 부를 이루고 자녀교육에 모든 것을 걸고 살아온 것 같다.
빈부격차가 심화될수록 못 가진 이들의 고통은 상대적으로 커질 것이고, 나눔은 더 많이 요구될 것이다. 하느님은 우리에게 한없는 은총을 주시는데, 사람들은 그릇을 준비하지 못해 은총이 땅으로 스며든다며, 하느님의 은총그릇은 감사, 찬미, 희생, 나눔, 행복, 봉사활동 등 녹슬지 않는 그릇이라는 어느 신부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일상 중 우리의 나눔은 예수님의 수난에는 견줄 수 없겠지만, 각자의 처지에서 나누는 작은 행복의 기쁨을 담는 것이 사순시기를 사는 우리의 작은 행복이 아닐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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