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교 토착화를 위한 성사
1) 토착화에 대한 가톨릭의 인식
가톨릭은 전통(聖傅)을 중요시한다. 사도들을 통해서 전해지는 하느님의 말씀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톨릭은 전통을 기록된 하느님의 말씀인 성경과 함께 하느님으로부터 교회에 위탁된 신앙의 단일한 원천으로 받아들인다.
그런데 신앙의 원천인 전통과 성경은 교리와 생활과 전례 안에서 그리고 전례의 삶을 통해서 보존되며 사람들에게 전해진다. 따라서 교회는 교리와 생활을 포함한 전례야말로 가톨릭 신앙의 신비와 교회의 본성을 드러내주는 원천이라고 믿는다. 그 전례는 제사와 성사 곧 경신례를 포함한다.
가톨릭은 다른 종교의 신봉자들과 더불어 지혜와 사랑으로 서로 대화하고 협조하면서 그리스도교적 신앙과 생활을 증거하는 한편 그들안에서 발견되는 정신적 내지 윤리적 선과 사회적이고 문화적인 가치를 긍정하고 지키며 발전시킬 것을 교회 구성원 모두에게 권하고 있다. 그들 종교 안에서 발견되는 옳고 성스러운 것이 있다는 것과 그들의 생활과 행동의 양식뿐 아니라 그들의 규율과 교리도 존중할 만하고 그것이 모든 사람을 비추는 참 진리를 반영하는 일도 드물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과도한 통일 지양
가톨릭은 또한 자신의 경신례인 제사와 성사가 과도하게 통일되어 있는 것이어야 한다고 고집하지 않는다. 오히려 여러 민족의 합법적 다양성과 차이를 전례에 적용할 수 있음을 표방하고 있다. 달리 말하면 가톨릭이 아닌 다른 종교 전통을 가진 민족들이 그들의 전통 안에 보존하고 있는 옳고 성스러운 것, 참 진리를 반영하는 생활과 행동의 양식 등 정신적, 윤리적 선과 사회적, 문화적 가치를 긍정하면서 대화와 협조를 통하여 가톨릭의 신앙과 생활을 위해 적용할 수 있는 면들을 찾고자 힘써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화의 필요성에 대한 표명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끊임 없이 이루어졌다. 즉 공의회 문헌 가운데에서 특히 「전례헌장」과 「교회의 선교활동에 관한 교령」이 선두적인 자료들이 된 이래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1969년도에 아프리카 주교들 앞에서 행한 연설 및 1975년에 발표한 「현대의 복음선교」가 그 뒤를 이은 중요한 자료였다.
그러나 가장 최근에 기존의 가톨릭이 취해오던 공식적인 입장을 재천명하면서도 책임감마저 불러 일으키는 표현을 사용한 자료가 발간되었다. 그것은 신앙교리성 장관인 요셉 랏씽어 추기경이 의장으로 있는 국제신학위원회에서 1989년도에 펴낸 「신앙과 토착화」라는 자료이다.
중요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대화는 그리스도인의 삶에 필수적인 요소이다. 상호 교환과 학술연구와 공동노력을 통하여 이 대화는 상대방 종교를 더 깊이 이해하고 서로의 종교심을 성숙시키는데 이바지한다」
그런데 로마 가톨릭의 공식적인 자료들 안에서 이러한 변화를 표현하기 위해 전문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용어들이 있다. Contextualixation, Localization, Indigenization, Inculturation,Adaptation 등이 그것이다. 이 표현들은 한결같이 지역문화와 경신행위의 불가분한 관계를 표현하기 위한 것들이다.
3단계 토착문화화
이러한 표현들 가운데 실제로 그 뜻이 중요하기 때문에 오늘날 가장 많이 쓰이고 있는 표현이 곧 토착문화화(Inculturation)이다. 토착문화화는 삼단계, 즉 번역단계, 적응단계, 상황화단계 안에서도 상황화단계에 관심을 집중해야 한다는 개념이다.
번역단계와 적응단계는 지식의 추구로 얻은 신학자들의 업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상황화는 구체적인 민중의 생활 속에서 체험으로 얻어지는 확인작업이다. 따라서 긴 안목에서는 여러 모델 중에서도 상황화모델이 가장 중요하고 지속적인 방법이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극히 일부를 제외한 세계 곳곳의 지역교회들 대부분이 여전히 최초의 토착화단계이면서도 동시에 오늘도 계속되고 있는 번역작업과 비록 번역단계보다 일보 전진한 것이면서도 문화에 좀 더 가까이 접근하는 단계라는 적응작업을 병행하고 있는 상태이다. 그러면서도 『사목활동이나 전례행위, 교리나 영성적인 활동분야에서 시도되는 그리스도인의 삶의 적응화, 이것은 교회가 장려하는 바입니다. 전례의 쇄신은 이에 대한 산 증거입니다』라고 아프리카 주교들에게 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말이 아니라 해도 적응단계에 치중할 수 밖에 없는 것은 상황화단계에 이를 정도로 성숙한 지역교회도 적을 뿐 아니라, 지역문화권의 인지도(認知度) 역시 적절한 수준에 이르지 못한 곳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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