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나라는 밭에 숨겨진 보물과 비슷합니다』(마태 13, 44)
▩ 『사람이 태어나서 일생을 살다가 결국은 죽게 되는데, 어떻게 살아야 좀 멋지게 살았다고 소문이 날까? 지금처럼 어영부영 살다보면 또 10년 20년 흘러가 버리고 그때에는 영 아무것도 못하고 그냥 죽기만을 기다리는 날이 되어버리지 않을까? 그러면 이게 뭔가? 지금까지는 그렇다 치고 앞으로를 위해서는 멋진 인생을 한번 설계해보면 어떨까? 그래 그거야, 멋진 인생! 남들이 다 한다는 연애도 한번 멋지게 해보고 죽어야지 그냥 이렇게 살다가 죽으면 억울하지 않은가? 가만히 있자 내가 왜 연애를 못하지? 뭐 못할 것도 없는데 단지 허원이란 걸 했다는 것 때문에 이렇게 메여서 좀스럽게 산다는 것은 대범하지 못한 삶일 수도 있지. 그래 이제부터 남아답게 대범해지는 거야. 어디 괜찮은 여자가 하나 없을까? 멋지게 나와 사랑의 밀어를 속삭이며 데이트도 하고 괜찮은 카페에서 포도주도 마시고 흥이 나면 노래방이나 디스코텍에도 같이 가고 혹시 호텔에도 가서 잠도 같이 자고, 참 그것은 안 되겠지? 그래도 사실은 그것이 제일 호기심이 큰데… 문제는 양심이야! 사람은 찾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내 양심이 허락하질 않으니 그것이 문제로군!』
▩ 『사랑하는 양심아! 너, 요즘 아주 피곤하지? 아마도 힘들거야. 지금까지 50년 이상을 내가 깨어있으면 너도 깨어있어야 하고 내가 자야만 너도 쉴 수가 있으니 더구나 이 더운 여름철에 얼마나 고생이 많으냐? 올 여름에는 얼마간 나를 떠나 휴가라도 좀 하고 오지 그러니? 지금까지 나를 위해 너무 수고가 많았다. 그러니 혹시 해외여행이나 성지순례는 어떠니? 나를 두고 갈 수가 없다고? 상관없다. 나도 그동안 아무 탈 없이 잠이라도 실컷 자두지 뭐. 너도 알다시피 내가 요새 무척 피곤하거든. 아마도 일주일은 먹지도 않고 잘 수 있을 것 같애. 뭐? 평생 그런 것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고? 그러니까 한번 해 보라는 것 아니니? 누구나 처음에는 한 번도 해보지 않은 것 하는 법이야! 잘 생각해봐! 여비 정도는 내가 대어줄 수가 있어. 뭐? 같이 가자고 그러면 너는 여비가 따로 들지 않아도 된다고? 답답해 죽겠네. 나를 떠나 네가 좀 쉬라고 그러자는 건데 내가 같이 갈려면 차라리 아무데도 안가고 여기 있는 게 낫지. 이렇게 사람의 말을 못 알아들어서야. 원! 여하튼 지금 대답할 것 없이 며칠을 두고 잘 생각해봐!』
▩ 『아무래도 수상하다고? 어쩔 수 없군. 그래 사실은 너만 알고 있어! 나는 네가 없는 사이에 내가 멋진 여자를 만나서 연애를 한번 해보고 싶어서 그랬어. 내가 그냥 이렇게 살다가 죽는다고 생각하니 인생이 너무 허무하게 느껴져서 화끈한 삶을 대담하게 한번 살아보려고 그랬던 거야. 그러니 너만 알고 어떻게 좀 안되겠니? 네가 내속에서 지키고 있는 한 도저히 불가능하잖아? 그러니 얼마간 날 좀 모른체 하고 떠나주지 않을래? 불쌍하다고? 그래도 할 수 없지… 뭐! 정말? 그래 고맙다. 역시 너는 나를 정말로 사랑하는구나! 기간? 이왕 이렇게 되었으니 한 달쯤이면 어떨까? 며칠간은 아무래도 부족하겠지? 야! 신난다. 한 달간의 해방』
▩ 『내가 며칠간 밤잠을 설치고 고민이 많았다. 아무래도 포기해야 할까봐. 우선 사람 구하기도 쉽지 않을 뿐 아니라, 한 달 후에 너를 만나면 네가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는데 나는 어떻게 네 앞에서 얼굴을 들겠니? 너도 뻔히 알면서 모른 척 한다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럽겠니? 서로 말 못하는 비밀을 안고 어떻게 일생동안 괴로워하며 살 수 있겠니? 그건 또 그렇다 치고 진정한 사랑이라면 한 달간의 열애로 끝날 수가 없을 것 아냐? 나는 사실 그 후에도 계속하고 싶지는 않거든? 물론 결혼을 하고 싶지도 않고 아무래도 그냥 전 처럼 지낼까봐. 너 편하고 내 마음 편하면 그게 천국 아니겠어? 그래 그거야! 천국은 너와 나 사이에 평화야. 역시 하느님의 나라는 너와 나 사이에 숨겨져 있는 거야! 그러니까 양심아, 지금까지 나를 위해서 해 준 것 모두 고마워! 너는 역시 나의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보물이야』
말씀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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