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교 토착화를 위한 성사
2)신앙표현의 토착화인 성사(상)
앞에서 말한 것처럼 신앙의 삶 즉 신앙을 표현하는 삶의 방식을 토착화한다면 현실적으로 적응의 수준에서 만이라도 철저하게 시도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재차 언급하거니와 신앙을 표현하는 삶의 방식이란 전례와 성사인 것이다. 그러므로 여기에서는 특히 성사에 초점을 맞추면서 그리스도교 토착화를 위한 성사로서의 중요성을 정리해 보겠다.
역시 성사교회론을 염두에 두면서 총체적이면서도 요약형식으로 말하자면 성사 자체는 토착화의 전형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강생은 하느님의 인간화이시다. 하느님께서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인간 실체에로 토착화하신 것이다. 그런데 예수 그리스도는 바로 그러한 의미에서 원성사이시다. 그러므로 성사는 처음부터 토착화의 양상인 셈이다.
교회라는 실재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말할 수 있다. 예수 그리스도의 신비체가 하느님 백성으로 인간화한 것이 교회인 것이다. 그리고 바로 이런 의미에서 교회를 본성사라고 말한다. 그러므로 교회라는 성사가 보여주는 것도 토착화의 양상인 셈이다.
아울러 교회의 성사들인 일곱 가지 성사들도 마찬가지이다. 그 성사들은 토착화의 단계 중 하나인 적응화단계의 구체적인 모습들인 것이다. 바로 이러한 시각에서 성사들의 좀 더 폭넓은 적응화를 위해 먼저 기본적으로 알아두어야 할 성사들의 특성들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성사로 인해 받는 첫 인상
우리가 성사라는 것으로 인해서 받는 첫인상은, 그 성사가 매우 구체적인 의미로 교회의 전례 안에서 이루어지는 하나의 사건이자 행위요 또 기도라고 하는 사실이다. 전례는 바로 교회 안에서 보이는 예식이자 공동예배다. 그리스도 안에서 그리고 그분을 통한 우리들의 성화라고 알고 있는 신비는, 이 전례 안에서 우리들 삶에 도달하고 그 결과로 성사들은 하나의 전례 안에서 그리고 그 전례를 통하여 진실로 효과를 보기 마련인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토대로 전례의 의미를 살펴보겠다.
첫째로 전례는 그 배필에 대한 교회의 신앙의 공동적이고 공적인 표현이며, 교회는 그 배필로 인한 전례의 행동을 통하여 초자연적이고 신적인 의미와 유효성을 지닌 성사들을 받는다. 좀 더 낫게 이야기 하면, 교회가 그 배필의 전능하신 힘과 사랑에 대한 공동적인 신앙을 통하여 구세주의 현존과 거룩한 활동을 항구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바로 전례의 기도 안에서인 것이다.
개개의 성사는 전체 교회의 역사안에 시종일관 초자연적이고 신적인 선물로서, 은총의 실체이자 신비 그 자체로 현존하시는 그리스도 자신이었다. 이 초자연적인 의미와 유효성은 교회에 의해서만 그리고 성사기도와 의식 안에 표현된 교회의 신앙을 통해서만 받아들여지고 보존된다. 따라서 모든 성사는 우선 우리 구원의 주님께 대한 교회의 신앙을 의식으로, 공동으로 그리고 공적으로 표현하는 것인데 교회는 바로 그 성사들을 통하여 주님의 이름으로 봉사하고 있는 것이다.
성사들은 교회 안에서 또 다른 공동적인 기능을 가지면서 우리 주님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교회 자신의 법적인 행동들이다. 교회는 그리스도께서 머리가 되어 계시는 몸으로 행동하고 있고 또 그분의 권위와 예언적 직무를 스스로 행사한다. 「나」라는 사람은 세례를 통하여 교회의 구성원이 되고, 견진으로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증거생활을 사명으로 하는 한 사람의 책임있는 어른으로 받아들여지며, 사제로 서품이 되면 고백을 통하여 죄의 사함을 전해주고, 결혼한 사람으로서는 교회의 거룩한 영역에 받아들여지게 되는 것이다. 이 모든 면이야말로 법률적인 행동들이고 또 그 자체로 성사적 표상에도 적합할 뿐 아니라 성사의 특성상 족히 일치하는 것들이다.
전례들은 또한 인격적이기도 하고 인격화하기도 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성사 배령자는 성사전례를 통해서 성사예절 안에 인도된다. 배령자가 협력해야 될 전례의 기도는 성사가 영혼에 주입시키게 될 신앙과 사랑의 첫 번째 표현이다. 그는 성사전례에 적극적이고 인격적인 참여를 통해서 자신을 자유롭게 봉헌하고 하느님의 성화시키시는 감화력과 그분의 현존 앞에 자신을 자발적으로 열어놓게 된다.
이렇게 될 때 그는 자신의 마음을 은총 앞에 열어 놓게 되는 것인데, 이때 오히려 교회의 상징적 활동을 통하여 성령의 역동적인 힘으로 그의 마음에 길을 터 놓으시는 분은 바로 그리스도의 적극적인 현존이시다. 그런가 하면 성사배령 후 특히 세례와 견진 그리고 신품성사의 배령 후와 어느 면에서는 혼인과 병자성사 안에서까지도 성사의 특성 혹은 준특성이라고 하는 것을 통하여 자신을 영적으로 중단 없이 쇄신케 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전례의 기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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