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해ㆍ평화의 분위기
○… 김 신부의 순교지인 새남터에서, 김 신부가 묻혀있는 미리내에서 그리고 대전교구 교육회관에서 각각 출발, 김 신부의 출생지인 솔뫼로 모여든 청소년 도보 성지순례단은 먼저 도착한 이들이 성지 정문 앞에 도열, 힘든 여정을 끝내고 도착하는 다른 코스의 친구들을 큰 박수로 맞이하는 등 시종 화해와 평화의 무드속에서 진행됐다.
감격적인 도착미사
○… 7월25일 솔뫼성지에 도착한 이들은 김대건 신부의 동상 앞에서 오후 6시30분부터 가톨릭신문 최영수 사장 신부와 사제단의 공동 집전으로 감격적인 도착미사를 봉헌했다. 미사가 봉헌되는 동안 이들은 지난 4박5일간 힘들었던 기억, 아름다웠던 추억을 떠올리는 듯 진지한 표정으로 임했다.
캠프 파이어 등 진행
○… 미사 후 솔뫼성지 인근 우강초등학교에서 이어진「문화운동연합 큰나라 사람」의 문화공연과 부산교구 교육국 교사들의 사회로 캠프 파이어가 진행돼 한 여름밤 청소년들에게 잊지못할 추억을 선사했다. 특히 이정록, 유용주 시인이 무대에 올라 아름다운 시를 낭독할 때 청소년들은 밤하늘을 아름답게 수놓은 별을 바라보며 낭만에 잠기기도 했다. 서로 서로의 어깨를 잡고 모닥불을 빙글빙글 돌며 포크댄스를 추는 학생들과 봉사자들의 표정에는 힘들었던 순간은 온데간데 없고 환한 웃음꽃이 만발했다.
눈물바다 된 파견미사
○… 26일 오전 8시30분 군종교구 이성구 신부 주례로 봉헌된 파견미사 때는 그동안 정들었던 친구들과의 헤어짐에 진한 아쉬움을 표출하기도 했는데 서로 부둥켜 안고 이별의 정을 나누는 이들의 두 눈에는 촉촉한 물기가 배어있기도 했다. 청소년들은 또 내년 순례때 만나자고 약속하면서 서로의 연락처를 교환하는 등 석별의 정을 진하게 나누기도.
프랑스 수련수녀도 참가
○… 한편 이번 청소년 도보 성지순례에는 멀리 프랑스 파리에서 휴가를 내 참가한 수녀가 있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한국에는 진출하지 않은 착한 도움의 성모수녀회 이금선 수녀가 그 주인공. 이 수녀는 프랑스에서 받아보는 가톨릭신문을 보고, 2년 만에 한 번 있는 황금같은 휴가를 얻어 참가하게 됐다고. 특히 이 수녀는 성모수녀회 원장으로부터 성소자 결정권한을 위임받아, 휴식시간을 이용해 성소자 발굴에 분주한 모습을 보이기도.
장마중에도 “쨍쨍”
○… 장마철에 개최된 행사였지만 행사기간 중에는 한 방울의 비가 오지 않다가 마지막날(26)에야 비가 쏟아져 모두들 하느님의 섭리(?)를 느끼게 하기도.
전국서 봉사의 물결
○… 이번 청소년 도보 성지순례에는 지난 겨울 개최됐던 전국 도보 성지순례단에 참가했던 이들이 봉사자로 나서, 도보 성지순례가 얼마나 서로를 끈끈하게 이어주는가를 짐작케 했다. 이들중에는 서울에서 퇴근을 한 후 솔뫼까지 격려방문을 한 후 새벽에 다시 출근하는 이도 있어, 청소년들을 감동케 하기도 했다.
부상자들 끝까지 도보
○… 도보 순례중 가장 긴 코스였던 2코스에는 도저히 걸을 수 없다고 생각되는 의외의 환자(?)들이 많아 한때 진행자들을 당혹케 했다. 예비 신학생인 중1 김강석(베드로)군은 다리 뼈가 금이 간 사실을 숨기고 순례에 참가했고, 이외에도 인대가 늘어난 학생과 한쪽 다리를 저는 학생도 있어 진행자들을 우려케 했다.
그러나 이들 세 학생들은 모두 승차를 권유하는 진행 측의 의사를 무시하고 모두 도보를 마쳐 2코스 참가자 모두에게 큰 박수를 받기도.
솔선 십자가의 길 기도도
○… 30여km를 미리내성지에서 배티성지까지 도보로 순례한 2코스 참가자들은 2일째 되는 날 배티성지에 있는 대형 나무 십자가를 조별로 한사람씩 지며 십자가의 길 기도를 바쳤다. 진행 프로그램에 없었던 십자가의 길 기도는 조별 학생들이 각 처마다 즉흥적 묵상기도를 바쳐 아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줬다.
기력돋군 삼계탕 제공
○… 미리내와 배티성지 중간지점에 있는 던지실 본당 신자들은 점심식사를 위해 이곳에 들른 순례 학생들에게 삼계탕과 시원한 수박을 대접해 기쁨을 더했다. 또 배티성지에서는 성지 옆 산장 휴게소인 「배티마당」에서 정성껏 마련한 식사를 제공해 무더위에 지친 아이들의 기력을 회복해 줬다.
신세대 다운 신사도 발휘
○… 삼복 무더위 속에서 진행된 이번 도보 순례 기간 중 지친 아이들의 배낭을 조별 남학생들이 대신 져주는 흐뭇한 모습들이 속출해 진행자들의 마음을 든든하게 했다. 휴식시간에는 학생들이 오히려 지도신부와 수녀들에게 썬텐 크림을 발라주는 등 어른들을 챙겨 신세대들의 색다른 모습들을 보여주기도.
3코스 일정 일부 변경
○… 성 김대건 신부의 행적을 따라 3개 코스로 나눠 실시된 이번 청소년 도보 성지순례 중 대전 교구 예비 신학생들로만 구성된 제3코스는 여타 코스와는 달리 대전교구 교육국 자체 프로그램에 따라 진행됨에 따라 집결 및 출발장소 등 당초 계획이 일부 변경되기도. 나바위로 가는 길이 좁은 2차선 국도에 차량 통행량이 많아 안전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배려였다고.
예비 신학생 성소 재다짐
○… 그 어느 코스보다 일사불란한 가운데 4박5일 도보 순례 일정을 성공적으로 끝마친 대전교구 예비 신학생들의 이번 도보 순례는 무엇보다 참가자 모두 성소를 굳히는 계기가 됐다는 점이 최대 성과라고.
영적 선물 전국서 답지
○… 이번 순례에 참가한 청소년들의 소속 본당이나 부모들이 보여준 관심과 후원도 적지 않았는데 영적ㆍ물적선물은 물론 마지막날 파견미사 후 낭독된 여러통의 격려전문이 답지돼 학생들의 도보 순례가 성공적으로 끝마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다고. 제3코스의 경우 갈매못성지 관할 대천본당 정노훈ㆍ현순 자매가 성지를 찾아온 예비 신학생들에게 간식봉사를 했으며 셋째날에는 천안 성정동본당 이성길 형제와 유호난 자매가 숙소인 고덕공소를 찾아와 천안 명물인 호도과자와 생수 5박스를 선물함으로써 예비 신학생들을 격려했다. 특히 교사 1명과 7명의 학생들이 참가한 포항 대잠본당의 경우 본당수녀 및 학부모들이 가장 많은 격려전문을 보내오기도.
박해시대 압송 재현
○… 각 코스마다 4박5일 일정 중 독특한 순례 프로그램을 가졌는데 제3코스의 경우 둘째날 예비 신학생 등 참가자 전원이 해미성지에 이르는 마지막 고개길인 순교자들의 압송로 한티고개를 2시간여에 걸쳐 나일론끈 포승줄로 뒷손묶음을 당한 채 걸어가면서 순교자들의 죽음의 행진을 재현해봄으로써 이날 밤 해미본당 주임 김종수 신부의 명강의와 함께 학생들의 가장 큰 감동과 다짐을 불러 일으켰다는 것.
◆ 2구간 참가 대전 나자렛집 가족들
불굴의 의지 시험
“기쁨이 두배로”
『평소 자신감도 용기도 없었는데 도보 순례를 통해 우리도 해낼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어요』
2코스에 참가한 대전 나자렛의 집 8명의 어린 학생들은 오를 수 없는 아득한 산을 정복한냥 도보 순례를 한 명의 낙오자 없이 모두 마쳤다는 사실에 스스로 놀라워했다.
살레시오 수녀회가 운영하는 청소년 복지시설인「나자렛 집」식구들은 자신의 삶을 돌이켜 볼 무렵인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때론 자신의 불우한 처지에 자책하곤 했다.
어떤 땐 움츠려들기도 하고「결손가정 아이」「부모가 없는 아이」란 소리가 듣기 싫어 자기들과 다른 처지의 아이들과 어울리지도 못할 때도 있었다.
그래서 이 아이들의 엄마인 권오희 수녀는『아이들의 사회성을 키우기 위해 전국 도보 순례에 참가했다』며『처음에 몹시 걱정이 됐는데 아이들이 너무나 잘 적응하고 집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모습들을 발견할 수 있어서 무척 좋았다』고 말했다.
나자렛 집 아이들 중 염현주(안나)의 체험은 남달랐다.
도보 순례를 하기전 다리를 다쳐 인대가 늘어난 현주는 60여km길을 한 번도 차를 타지 않고 불편한 다리를 이끌고 4박5일의 순례길을 마쳤다.
『힘들었지만 다른 친구들이 가방을 맡기고 차를 타는 것을 보고 나는 아파도 끝까지 걸을 수 있다고 스스로를 채찍질했다』는 현주는『평소 어떤 일을 할 때 힘들면 쉽게 포기했는데 처음으로 포기하지 않고 내 의지대로 목표를 달성할 수 있어서 무척 기뻤다』고 말했다.
한쪽 다리를 저는 이은혜(크레센시아)양의 체험도 남달랐다.
은혜양은『다리가 불편해 계속 걷는다는 것이 힘들 것 같아 참가하기 싫었는데 생전 처음보는 언니 오빠들이 너무나 많은 것을 도와줘 무사히 걸을수 있었다』고 만족해 했다.
헤어진다는 생각에 곧 터질 듯한 눈물을 머금고 눈시울을 붉힌 나자렛 집 아이들은『또 왔으면 좋겠다』며『이번 체험을 바탕으로 앞으로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 1구간 참가한 권영철ㆍ오현 부자
“평생 잊지 못할 값진 추억”
서로 수고했다며 눈빛으로 격려
더욱 돈독해진 부자지정 체험
『가톨릭 신문에 감사드립니다. 청소년들에게 이렇게 순교 성인에 대한 영성과 역사의식을 고취시키기 위한 행사는 앞으로도 전국 교구에서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마련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가톨릭 신문이 창간 70주년과 성 안드레아 김대건 신부 순교 1백50주년을 맞아 개최한「제1회 청소년 도보 성지순례」에 참가한 권영철(야고보ㆍ43세ㆍ마산교구 옥포본당)씨와 권오현(안셀모ㆍ14ㆍ거제중 1년)군 부자의 말이다.
아버지 권영철씨는 조장으로 아들은 조원으로 4박5일 동안 부자지간의 정을 나누었다.
오현군은『태어나서 처음으로 아버지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너무나 좋았다』며『김대건 신부님이 그냥 우리나라 최초의 신부인줄만 알았는데 그렇게 힘들게 살아왔는지 몰랐다』며 환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거제전문대 전산과 교수인 권영철씨는 늘 아들과 단 둘이서만의 캠핑을 계획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던 중 가톨릭신문에서 청소년 도보 성지순례를 개최한다는 소식을 듣고 아들과 함께 참가하기로 결정, 4박5일을 함께 땀을 흘리게 됐다고 한다.
권영철씨는『이번 4박5일 간의 순례는 아마도 저의 부자에게는 평생 잊지못할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될 것』이라며『다른 부모들에게도 부모와 자녀 간의 대화가 부족한 현실에서 이와 같은 도보 성지순례나 캠핑을 권장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들 부자는 도보 성지순례 중 특별히 이야기를 나누기보다 함께 땀을 흘리며 걷고, 스치는 눈빛으로 정을 나누어 왔다. 꼭 마주앉아 대화를 하기보다 어떤 일을 함께 한 후 눈 한 번 마주보는 것이 진정한 대화라는게 권영철씨의 주장이듯 조용히 서로 수고했다는 격려의 눈빛이 부자지간을 더욱더 가깝게 했다.
오현군은 『아버지께서「단체생활에는 자신의 성격이 쉽게 드러날 수 있기에 항상 남을 위하는 마음을 가지라」고 말씀해줘 도보 성지순례 내내 누나와 형들의 잔심부름을 도맡아 했지만 그리 힘들지 않았다』고 말하면서「다음번에 이런 기회가 또 주어진다면 더욱 적극적으로 참가해보겠다」고 씩씩한 모습을 보여줬다.
청소년 도보 성지순례가 성가정을 이루는 밑거름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 이들 부자의 모습속에는 김대건 신부님의 흐뭇한 미소가 녹아있는 듯, 따스한 사랑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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