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신자 작가 5인의 단편선「가는비 이슬비」(성바오로 간)가 나왔다.
5인 중편소설「산문(山門)」, 「황홀한 여름의 소멸」등에 이은 이번 단편선은 한국 문학뿐만 아니라 가톨릭 문인계의 대표적 작가 다섯명의 작품 각 2편씩 모두 10편을 모았다.
신자 문인들이지만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은 모두 보편적인 시각과 다양한 소재로 자류롭게 이야기의 타래를 풀고 있다. 대체로 현대사회가 안고 있는 인간소외, 계층간의 갈등 등 우리가 몸담은 세상과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삶의 문제를 다룬다.
페미니즘을 작품 세계의 한 부분으로 보여온 박완서씨는「가는비 이슬비」, 「티타임의 모녀」를 통해 여성의 운명이 남성, 남편에 의해 결정지어지고 여전히 사회적 현실로나 개인적으로나 고정 관념에서 자유롭지 못한 삶의 단편을 보여준다.
역시 중견 여류작가인 이규희씨는「산수유꽃 피울 고해성사」와「그 여자의 뜀박질은 끝나지 않았네」도 역시 여성을 화자로 그들의 심리묘사와 노인소외를 그렸다.
흥미와 폭넓은 대중적 인기를 얻어온 김홍신씨 또한 가난한 사람, 버림받은 사람들의 소외된 삶과 그 울분과 한을 다루고 그와 상반된 각도에 서있는 사람, 가진자들의 횡포와 비리를 고발하는데 초점을 모으고 있다. 「무죄증명(無罪證明)」과「대역인간(代役人間)」을 실었다.
한편 어린이를 화자로 한 작품「모범동화」와「처세술개론」을 소개한 최인호씨는 가난과 사악한 어른들의 속임수에 멍들고 상처받는 어린이를 통해 인간 소외와 인간 사물화에 대한 비판으로 보다 주제를 구체화하고 있다.
「누이여 천국에서 만나자」로 본격 순교소설의 장을 연 노순자씨는「새벽 암사슴」과 함께 실린「산울음」에서 비극적인 민족사의 현장에서 파괴되어가는 기층민중의 삶을 치밀하게 그리고 있다.
인생의 깊이를 알고 중후한 무게를 지닌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한 5인 단편선은 삶의 여정에서 부딪힐 수 있는 인생의 어두운 면, 그리고 밝은 면을 예리하게 파헤치고 있다. 더욱이 지나치게 주관적이지 않고 그 참된 면모를 미화하거나 상업성에 기반하지도 않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의 작품들은 삶에 대한 독자들의 시야를 넓혀주고 그 내면에 숨은 인생의 단면까지도 바라볼 수 있게 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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