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수가 1천2백여 명에 불과한 지방교구의 한 본당. 이 본당의 경우 신자 중 누군가 한 사람이 주일미사에 한 번 빠지면 많은 신자들이 왜 성당에 나오지 않았느냐며 금새 알아채고 안부를 묻는다고 한다.
심지어 본당 신부는 강론대에 서서 신자석을 한번 둘러보면 이날 미사에 어느 형제 자매가 참석하지 않았는지 한 눈에 알아 볼 수 있다고 한다.
1만여 명의 신자를 두고 있는 대도시 대형본당에서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신자수가 적은 본당의 경우로서는 당연한 결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대도시의 대형화된 본당이 신자 사이의 친교는 물론 본당 사목자와 신자 사이의 관계를 형식적 관계로 전락, 주일의무를 떼우는 장소로 이용되고 있는 반면, 작은 본당의 경우 일단 친교와 사랑의 공동체를 이룰 수 있는 교회로서의 기본 여건을 갖추게 된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가을 어느 수도권 교구의 사제총회에 참석했던 젊은 사제들 가운데『교회가 앞으로 성장할 수 있길 바란다면 현행 본당이 안고 있는 대형화 문제를 풀지 않고는 불가능하다』고 강조한바 있다.
아울러 이들 젊은 사제들은 아무런 여건에 얽매이지 않고 개척 교회를 일구는 개신교 목사의 심정으로 본당을 운영해 나갈 수 있다는 각오와 함께『본당을 나눠 소형화시키는 일을 교구 사목방침의 최우선 과제로 삼아 줄 것』을 교구장에게 요청한 바 있다.
교회의 대형화가 지속될 경우 새로운 양떼를 찾아 나서기보다는 있는 양떼조차 관리소홀로 잃을 수 있다는 젊은 사제들의 고뇌에 찬 하소연은 한국교회, 특히 도시교구가 처한 가장 심각한 문제로 꼽힌다.
물론 교회의 대형화는 나름대로 타당한 설득력을 갖고 있다. 갑자기 쏟아진 신자를 포용하기 위한 측면과 성당부지 확보, 주일학교 운영과 신자 재교육 등 교육장소 확보, 사제부족 등에 따라 본당은 나름대로의 최선을 선택, 성전건립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선교3세기를 맞아 내실을 다져가야 할 지금 우리교회는 교세의 외적과시와 양적성장에 취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들 정도로 전반적으로 대형화에 익숙해져 있다고 일선 사목자들은 지적하고 있다.
교회의 사목은「인간구원을 위한 복음전파와 봉사활동」이며 본당은 이를 이뤄 나가기 위한 공동체여야지 기구나 제도를 수행하는 곳은 아니다.
그러나 본당이 대형화될 경우『기구나 제도에 얽메이게 되고 공동체들의 공동체가 돼야 할 본당이 행정과 관리에만 치중하는, 본말이 전도되는 현상을 맞게 된다』고 일선 사목자들은 지적한다.
본당의 거대화는 신자끼리의 공동체적 통교를 가로막는 원인으로 작용하는 것은 물론이다.
서울대교구를 비롯한 많은 교구가 본당의 거대화, 대형화에 따른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본당 소공동체 운동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러한 현실적 문제에서 출발하고 있다.
또한 본당의 거대화는 직접 선교비에 쓰여지기보다 건물의 신 증축에 많은 부분이 할애돼야 한다는 문제점을 안게 된다.
신ㆍ증축으로 말미암아 교회는 중산층을 선호하게 되고 결국 중산층화를 가속화 시킬 수도 있다.
교회는 최소 단위인 본당 공동체를 통해 인간을 인간으로서 존중하고 사랑을 나누는 이웃으로 존재할 수 있어야 하며 본당 공동체가 진정한 평화와 나눔의 실천이 이루어지는 현장이어야 한다면 이러한 본당의 거대화 문제는 반드시 해결돼야 할 문제인 것이다.
일부 교구에서는 도시본당은 5천명, 시골본당은 3천명이 넘어설 경우 본당을 분할하기로 하고 본당 분할작업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물론 이 같은 신자수도 결코 적지 않은 신자수지만 우선 사제의 부족과 성당을 마련하기 위한 재정적인 어려움 등을 감안한다면 한국 교회로서는 시의적절한 조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어느 본당 주임신부의 경우 1만명이 넘는 본당 신자 중 약 30~40% 정도의 신자들만이 제대로 성사생활을 하고 주일미사에 참례하고 있다고 전하고 그 원인을 본당의 대형화로 지적한다.
단순히 신자들의 교적만을 관리하는 사목에서 벗어나 본당 신자들의 이름까지 모두 기억하는 사목이 되기 위해서는 우선 작아지기 위한 노력이 경주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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