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호에서 외국인 노동자 문제에 대한 일본의 노동정책을 살펴보았다. 연이어 일본 노동운동의 대부 무라야마 사토시 씨와 일본 내 한국인 노동자를 돕고 있는 방정옥씨를 만났다. 특히 환갑을 넘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동포 노동자들의 권익보호에 앞장서고 있는 방정옥씨의 활동 모습엔 그리스도의 사랑이 배여 있었다.
<편집자 주>
◆ 일본 내 한국인 노동자들의 대모 방정옥(마리아)
손ㆍ발 역할 30년… 쉼 없는 동포애
의료보험ㆍ노동문제 상담
“「마리아 누나」찾는 전화 빗발 흐뭇”
일본 내 한국인 노동자들의 대모 (代母) 방정옥(마리아ㆍ60세)씨.
요꼬하마 가와사키(川崎) 지역의 한국인 노동자들의 의료보험 문제 등 노동문제를 상담하며 그들을 위해 살아온 지가 30여 년이 되고 있다.
일본의 지역노동조합 즉 여러 회사나 여러 직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만든 노동조합인 「가나가와 씨티 유니온」의 한국인 노동자 상담을 맡고 있는 그녀는 1990년 마산 수출 공단의 수미다 회사의 노동문제를 해결하는데 일익을 담당하기도 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제주도에서 출생한 방정옥씨가 일본에서 살게 된 이유는 일본인이 그녀의 남편을 만나면서 부터다. 일제 때 한일 무역선의 선장이었던 그녀의 남편과의 인연이 그녀를 노동운동에 투신하게 했다.
방정옥씨는 『저의 남편은 한국 최초의 외국인 노동자였다』고 밝히면서 『남편의 배가 제주도에 정착했을 때 병을 얻어 수술을 받게 됐을 때 병간호와 수술 보증을 서준 것이 인연이 되어 결혼까지 했다』고 밝혔다.
외국에서 거의 죽게 된 남편이 그녀의 도움으로 살아날 수 있었듯이 일본에서 남편과 어쩌면 같은 처지에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해 일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후원한다는 얘기다.
방정옥씨는 『90년 마산 수미다 회사의 노동분쟁을 해결한 후 무언가 허전해서 요꼬하마 근교 한국인 노동자들이 모여 사는 고도부끼란 곳에 찾아가 그들을 돕기 시작했다』며 『그곳에서 부당한 처우를 당했어도 자신들의 권리를 보호받지 못하는 한국인들을 돕기 시작한 것이 오늘에 이르게 됐다』고 설명했다.
방씨는 『한국에서 반공교육을 받고 일본에 온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자신들에게 친절하게 해주는 이들을 조총련으로 생각, 도움을 호소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그래서 처음에는 신자를 중심으로 일을 시작했으나 이제는 「마리아 누나」를 찾는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며 환한 미소를 짓기도 했다.
슬하에 4남매를 키워 모두 출가시킨 그녀는 한국나이로 환갑을 넘겼으나 노동자들에 대한 지칠 줄 모르는 애정을 갖고 있었다.
◆ 「가나가와 씨티 유니온」서기장 무라야마 사토시 씨
해고 27번… 노동운동‘베테랑’
일용노동자 권익보호 앞장
“관련 법ㆍ규약에 국적차별조항 없어야”
『노동법, 노동기준법이나 노동조합의 규약에는 국적을 차별해서는 안 됩니다. 일본의 노동법에 「사상, 국적, 신상, 종교 등에 의해 차별취급을 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이 있듯이 외국인이라도 조합에 들어올 수 있으며, 조합에 들어온 이상 일본인과 똑같이 노동법의 적용을 받아야 됩니다』
미조직 노동자, 일용노동자들을 위해 설립된 지역노동조합인 「가나가와 씨티 유니온」의 서기장 무라야마 사토시(村山敏)씨의 말이다.
일본에 체류 중인 한국인 노동자들이 산재를 보상받을 수 있고, 기업의 윤리적 책임을 물어 이들을 보호해주고 있는 가나가와 씨티 유니온을 설립,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해 헌신적으로 일하고 있는 그는 일본 노동운동계의 대부다.
1984년에 설립된 씨티 유니온에서 그동안 수많은 한국인 노동자들의 문제를 해결해준 무라야마씨는 『일본의 입관법이 일용노동자들에게 장기 비자를 허용치 않고 있어 분명 법무성에 의해 불법체류자로 처벌될 수 있으나 산재문제가 발생했다면 인권적 측면에서 우선적으로 보호를 받을 권리가 있다』고 설명한다. 즉 불법체류 외국인이라도 일본의 노동법 적용을 받아야 된다는 얘기다.
가나가와 씨티 유니온은 조합이 없는 직장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가입할 수 있는 노동조합이다. 그동안 가나가와 씨티 유니온은 이처럼 미조직 노동자의 조직화와 산재인정과 손해배상 청구활동, 해고 철회투쟁, 임직원이나 파트타임 종사자의 인권문제 등을 해결해왔다.
서기장 무라야마씨는 해고를 27번이나 당하는 등 일본의 노동조합운동의 정착을 위해 수많은 싸움을 해왔던 베테랑 노동운동가이다.
별명이 「걸어다니는 노동사전」일 정도로 노동운동에 전적으로 투신해서 살고 있는 그는 『내가 일하는 직장이 다른 직장보다 월급은 적으나 보람을 느낄 수 있는 매력을 갖고 있어 좋다』며 『한국인 노동자들이 몰라서 아무 보상도 받지 못하는 경우를 보면 정말 가슴이 아프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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