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저를 구해주십시오』(마태 14,30)
여름방학 기간이라 그런지 낚시터에는 젊은 사람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보기에는 앳되 보이는 또래의 남녀학생들이 저수지 주변에 텐트를 치며 떠들어 대는 것을 보니 이 자리에서는 낚시하기 틀렸다는 생각에 주섬주섬 낚시대를 챙겨서 슬며시 다른 장소로 이동하며 은근히 부화가 났습니다.
내 나름대로 저수지 여기저기를 다녀보고 이 장소가 괜찮은 것 같아서 자리를 잡았는데, 느닷없이 들이닥친 젊은 친구들한테 자리를 내주고 비켜주자니 낚시대를 걷고 챙기는 일도 성가시지만 눈여겨보아 둔 곳도 없는데 또 마땅한 장소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 번거롭고 웬만한 곳은 이미 선점한 낚시꾼이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내심은 그 아이들에게 아무런 말 한마디 못하고 모처럼 차지한 자리를 양보해야 하는 내 처신이 실망스러울 지경이었습니다. 내가 진정 성숙한 어른이라면 그들과도 어느 정도 어울릴 수도 있었을 텐데. 그리고 내가 호감을 가지고 다가가서 말도 걸어주고 낚시하는 법도 가르쳐 주고 같이 어울려 주면서 그들의 얘기도 들어줄 수 있었을 텐데… 내가 이들을 피하는 이유는 단지 두 가지 였습니다. 하나는 내가 모처럼 시간을 내서 조용히 내 시간을 갖고 낚시도 즐기려고 했는데 이 목적이 깨지는 것이 싫었습니다. 둘째는 내가 섣불리 그들에게 접근하려든지 모종의 견제를 하려다가 망신을 당할까 두려웠습니다.
요즘 겁 없는 10대들에 대한 말을 너무 많이 들어서 그런지 나는 그들과 가까이 있기가 어색하고 불안합니다. 그들의 비행이 사회문제화 되고 자녀 가진 부모들이 안심하고 지낼 수 없는 지경이라고들 합니다. 자기 자녀들이 그들에게 무슨 일을 당할까 봐 걱정도 되고 혹시나 그들과 어울려서 물들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하답니다.
이 겁 없는 10대들을 누가 낳아 키웠습니까?
사람들의 두려움은 자신의 건강이나 재물을 잃을까 걱정하는 것 뿐인 듯 합니다. 아무도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하긴 제 부모도 두려워할 줄 모르게 키웠습니다.
하루는 공중목욕탕에 갔더니 어떤 사람이 아들을 데리고 목욕탕에 왔습니다. 아들을 씻기는 과정에서 아버지가 좀 세게 때를 밀었든지 아들이 『새끼야, 아프단 말이야!』하고 욕을 했습니다. 또 물을 몸에 부을 때에도 똑같이 『새끼야, 뜨겁단 말이야!』라고 욕을 했습니다. 아이 아버지나 옆에 있던 사람들도 모두 재미있어 하는 눈치로 빙그레 웃기만 했습니다. 아버지를 두려워하고 아버지에게서 두려움을 배우지 못하면 누구를 두려워하고 또 누구에게서 두려움이란 것을 배울 수 있겠습니까? 요새는 선생님도 경찰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이 또한 부모들이 가르쳐 주지 않았습니다. 부모들이 선생이나 경찰을 우습게 여기니까 아이들도 우습게 여겨 선생을 구타하고 경찰을 공격하는 일이 생겼습니다. 자, 이쯤 되면 세상에 두려워할 대상은 아무도 없습니다.
사람을 두려워할 줄 모르는 사람은 하느님도 두려워할 줄 모릅니다. 우리가 하느님을 아버지라고 부를 때에 자기 아버지를 연상하게 됩니다. 그런데 자기 아버지를 존경하지 않는 사람이 하느님을 두려워할 줄 모르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하느님께도 자기 아버지에게 하듯이 요구만 할 것입니다.
사업이 잘 되어서 돈을 많이 벌게 해주십시오! 질병을 낫게 해주시고 건강하게 살게 해주십시오! 그러다가 자기 뜻대로 되지 않으면 그런 하느님 안 믿겠다고 하고 혹시 『하느님 새끼야!』하고 욕하는 아들로 키우게도 될 것입니다. 하느님께 대해서 두려움을 갖지 못하는 사람은 기도하지 못하는 사람입니다. 인간의 하느님께 대한 믿음은 두려움에서 출발합니다.
그러니 믿음 또한 없을 수 밖에 없습니다. 이들은 복음의 베드로처럼 죽음에나 직면해서야 『주님, 살려주십시오!』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 상황에서나마 주님을 찾으면 다행일 것입니다.
약한 믿음이나마 믿음이 있었습니다. 그나마 믿음이 없는 자는 끝까지 주님을 찾지 못하는 불행한 인생입니다. 자녀가 불행한 인생을 살게 되는 출발은 부모와 어른께 대한 두려움을 가르치지 않은 데서부터 시작된 것입니다.
말씀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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