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은총의 실체
성서는 은총이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드러났다고 말하고 있다. 예수 그리스도야말로 「은총과 진리의 출처」이시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은총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예수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살펴볼 수 밖에 없다. 간략하게 정리해 보겠다.
1)예수께서 가르치신 은총의 내용
①은총 자체이시자 생명발생의 하느님
「하느님의 신비이신 그리스도」께서 사람들에게 가르치신 것은 하느님께 대한 지식이었는데 그 지식이 사람들에게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해 준다고 한다. 하느님께 대한 지식이야말로 생명을 얻는 첩경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러한 지식과 「신앙」은 비록 표현은 다르지만 같은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분이 맨 먼저 알려주신 하느님의 모습은 「사랑」, 죽음을 통해서까지 온통 내어주시는 그러한 사랑이라는 것이다. 그분 자신의 강생(육화)과 삶을 통해서 명백히 보여주시고 또 그렇게 일깨워 주셨다.
그런가 하면 하느님은 바로 그 사랑으로 인해서 위격적으로 일치관계에 있으신 한 분 하느님이시라는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는 하느님 「영광의 광채」, 「그분 본체의 표상」으로서 일찌기 아무도 본 일이 없는 하느님을 알려주시면서 『나를 본 사람은 이미 아버지를 보았다』고 하심으로써 하느님이 당신의 아버지이심과 동시에 당신 자신과 그분이 하나로 일치되어 있음을 깨닫게 해주셨다.
여기에 더해서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한층 깊은 신앙차원에서 알아들을 수 있게 해주시고자 한 것이 있는데 그 내용이 바로 「영이신 하느님」에 관한 것이다. 즉 아버지와 아들의 만남과 관계는 언제나 위격적 통교의 신비이신 「영」안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아버지와 예수 그리스도는 바로 그 영으로 인해서 항상 내어주시는 관계, 내어주심으로써 타자 안에서 존재하시어 친교를 이루시고 일치하시는 관계, 즉 사랑으로 하나되어 있는 위격적 관계를 맺고 있는 분이시라는 것을 일깨워주셨던 것이다.
이렇게 사랑으로 위격적인 일치를 이루시는 삼위 하느님이시기에 하느님의 사랑은 확산되기 마련이고 그 결과는 생명을 낳는다는 사실을 예수께서는 더불어 가르치셨다. 그것을 예수께서는 「하느님 사랑의 표현」인 「당신 자신」을 통해서 사람들이 생명을 얻게 되리라는 말씀으로서 분명히 밝혀주셨다. 말하자면 당신 자신만이 전무 후무한 「길이요 진리요 생명」으로 존재하시는 분이시라는 것이다.
결국 예수 그리스도께서 알려주신 하느님의 모습은 사랑으로 일치하시어 생명을 발생시키는 삼위일체 하느님이시라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그리스도인의 하느님께 대한 신앙의 내용이자 그러한 신앙을 가진 자가 체험할 수 있는 은총의 첫번째 내용이다.
② 은총인 하느님의 뜻(의지 혹은 계획)과 그 실현인 생명확산
성령의 은총으로 충만한 자는 하느님의 뜻을 알고 쉽게 받아들인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사람들이 그러한 신앙인이 될 수 있도록 해주시기 위해서 강생하셨다. 그러므로 사람들이 신앙을 갖기 위해서, 성령의 은총으로 충만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예수의 이름으로」 아버지께 청해야 한다.
예수께서는 당신 자신이 「아버지의 뜻」을 행하기 위해서 왔다고 확신하셨다. 아버지의 뜻이란 「하느님 나라의 도래」를 선포하고 그로 인해서 인간의 구원이 실현되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예수께서는 말씀을 비롯한 여러가지 행위로써 하느님 나라가 도래했고, 그로 말미암아 구원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드러내셨고 결정적으로 죽음으로부터의 해방 즉 생명을 당신의 죽음과 부활을 통해서 확연히 보여주셨던 것이다.
그것은 곧 하느님 생명의 확산이다.
결국 하느님 나라의 건설과 그 나라에 모든 사람들을 초대하여 구원(해방과 생명)을 누리게 하시고자 하는 것이 예수께서 밝혀주신 아버지의 뜻임을 알수 있다. 그러나 그 하느님 나라의 완성은 아직도 신비사안이다. 계속 성장하고 확산되어 나가야 한다. 예수께서 들려주신 여러가지 성장과 생명확산에 관한 비유들이 그것을 말해준다. 하지만 그 나라는 종말론적으로 성령의 활동에 의해 완성되고 말 것이다.
그런데 아직은 순례를 통해서 성장하고 그 생명이 확산 중에 있으나 궁극에는 천상적 차원에 도달할 그 나라의 가시적인 모습은 다름 아닌 교회이다. 그러므로 부활하신 그리스도께서 부어주신 성령으로 말미암아 생명력을 얻고 그 성령의 능력에 의해 성장과 생명의 확산을 위한 활동을 계속해 나갈 교회야말로 지상에서 하느님의 뜻이 실현되어 가는 것을 가시화하는 신비적인 실재인 것이다.
그러기에 교회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는 하느님의 구원하시는 행위 역시 하느님께서 행하시는 역사에 관한 신앙의 내용이자 그 신앙을 가진 자가 체험할 수 있는 은총의 또 다른 내용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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