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사상이 지닌 한계점에 대한 인식은 자연스럽게 동양사상과 동양의 수행법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동양의 수행법 중 하나인 참선이 불교뿐만 아니라 그리스도교에 있어서도 신앙의 깊이를 더해줄 수 있는 유용한 방법임을 「그리스도인의 참선」(월리엄 존슨 지음/김규돈 옮김)의 저자는 지적하고 있다.
저자는 자신이 일본에서 직접 체험한 내용을 바탕으로 참선을 동양과 서양의 거대한 두가지 전통의 합류점으로 제시하면서 그리스도교 신앙을 심화하고 확장시키는데 매우 유용한 수단으로 채택될 수 있음을 강조한다. 특히 그는 참선을 통해 얻어지는 무아의 경지에서 「나」는 사라지고 오로지 「하느님」만 남아있는 신비로운 순간을 체험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또 선과 선불교는 구분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불교의 한 종파인 선불교와 달리 선은 명상이며 사물의 본질을 꿰뚫어보는 것으로서 그리스도교 안에 수용될 수 있는 것으로 간주한다.
그는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의 비유로 선을 통해 그리스도교에 가까이 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달은 진리요 깨달음이며 손가락은 말과 글 등의 방편이다. 생각을 초월한 「어둠과 공(空)과 허(虛)의 상태」에서도 그리스도를 알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저자는 부록으로 공안(公案), 결가부좌를 비롯한 몸의 자세, 호흡과 리듬, 정진과 깨달음 등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그림과 함께 제시하고 있다. 또 후기에서는 그리스도인의 동양식 명상법에 대해 실제적 지침으로 삼을 수 있는 내용들을 풍부하게 수록했다.
윌리엄 존슨 신부는 북아일랜드 출신으로 아일랜드 국립대를 나와 예수회에 들어간 뒤 51년부터 일본에 살면서 도쿄 소피아 대학교에서 신비신학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인물. 유럽과 미국 등지에서 벌인 동서양 신비주의에 관한 강연활동으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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