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여태껏 작가라는 이름보다 더 떨리는 성찬을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 감히 자칭하거니와 저는 작가입니다』
지난 93년 문학적 한계를 이유로 펜을 놓았던 인기작가 박범신(중훈 아우구스티노ㆍ 50)씨가 3년 만에 다시 집필을 시작했다. 최근 계간 「문학동네」가을호에 「독자들께 드리는 편지」를 덧붙인 중편「흰소가 끄는 수레」를 발표해 절필 후 심경과 함께 자신의 문학세계와 삶에 관한 치열한 고민을 피력하고 있다.
죽음보다 깊은 잠(78), 풀잎처럼 눕다(82), 불의 나라(86) 등의 작품으로 대중적 인기를 누려온 작가 박범신씨는 글쓰기를 멈추고 용인근교 외딴집에서 텃밭을 일구며 생활한 그간의 시간들을 「유형으로서의 침묵」으로 규정했다.
작가는 『단 한줄 쓰지 못하면서 문학과 삶에 대한 가장 근본적인 질문을 끌어안고 지낸 지난 3년은 내 인생에서 가장 외롭고 힘든 시기였다』며 절필에 이르도록 자신을 억누른 것이 「문학적 상상력의 빈곤」보다는 『생로병사의 굴레를 벗을 수 없는 인간의 유한성이라는 더 본질적인 데 있음을 발견했다』고 말한다.
이번에 발표한 중편 「흰소가 끄는 수레」는 현실 속의 자신처럼 글쓰기를 멈춘 한 작가를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작가로서 자신의 삶과 문학이 갖는 의미를 고민한다. 펜을 놓음으로써 작가로서의 죽음을 맞은 주인공은 한밤중 산속에서 만난 한 중년 남자와 문학과 인생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눈다.
그리고 그 여정을 통해 인생의 궁극에 대한 의문과 유한한 존재로서 인간에 대한 좌절감이 바로 자신의 존재 깊은 곳에 도사리고 있음을 발견하고 잃어버린 문학의 의미를 회복할 수 있는 단초를 찾아낸다.
작가는 이 작품으로 우선 지난 3년간의 고민들을 정리하려는 듯 보인다. 그는 이 작품에 대해 『제 내면의 고백적 기록이긴 하지만 동시에 사람이면 누구나 갖고 있는 삶과 존재에 대한 절실한 고민을 다뤘다』고 말한다. 그는 이 작품에 이어 그동안의 고민의 흔적을 단편 형식의 연작물로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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