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20, 30∼31: 21, 24∼25
이제 복음서를 끝내는 마지막 대목에 이르렀다. 네 복음서 중 공관복음서라고 일컫는 세 복음서 즉 마태오 마르코 루가는 예수께서 승천하시며 제자들을 온 세상에 파견하는 말씀으로 끝내고 맺음말은 적지 않았다. 유독 요한복음서만이 다음과 같은 맺음말로 복음서를 끝냈다.
『이 책에 기록된 표징들 외에도 예수께서는 제자들 앞에서 다른 표징들을 행하여 보여 주셨다. 예수께서 하신 일들을 낱낱이 다 기록하자면 그 책은 이 세상을 가득히 채우고도 남을 것이다. 이 일들을 글로 쓴 사람은 이 일들을 직접 목격하고 증언한 「주님의 사랑받던」제자이며 그의 증언은 참되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가 이 일들을 기록한 것은 여러분이 예수께서 메시아이시며 하느님의 아들이심을 믿고 이 믿음을 통하여 그의 이름으로 생명을 얻을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
요한복음서에 기록된 모든 일들 특히 기적들을 예수께서 하느님의 아들이시며 메시아이심을 믿을 수 있게 드러내는 표징이며 생명을 얻기 위해서는 이 표징을 보고 믿음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결론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요한복음서는 본디 20장에서 끝나고 21장은 이 복음서의 편집자 또는 요한 공동체가 덧붙인 것이라고 한다. 따라서 요한복음서 저자는 자신의 책 맺음말을 20장의 끝 30∼31절에 썼다. 이에 요한 공동체는 신자들의 교육을 위하여 21장을 덧붙였고 장 끝에 복음서 전체에 대한 맺음말을 썼다. 여기서 21장이 편집과정에서 추가되었다면 그 부분이 어떻게 성서의 내용이 되느냐는 의문을 야기할 수 있겠지만 성서의 성경성(聖經性)은 누가 썼느냐 하는 것이 기준이 아니라 사도교회에서 그 글을 성서로 받아들이고 교회생활에 사용했느냐가 기준이 된다. 이런 관점에서 21장이 요한의 손에 의한 것이 아닐지라도 사도교회에서 이 부분을 요한복음서에 넣어 사용했으면 그 부분은 충분히 성경성을 가지는 것이다.
요한복음서에서는 예수 그리스도의 모든 행위, 말씀, 특히 기적행적 등을 예수가 하느님의 아들이며 구세주 메시아라는 것을 믿을 수 있는 표징으로 취급한다. 그래서 복음서는 1장부터 12장까지는 표지의 편으로, 13장부터 21장까지는 영광의 편으로 하는 짜임새를 지닌다. 그리고 표지의 편은 「예수께서 그렇게도 많은 기적을 사람들 앞에서 행하셨건만 그들은 믿으려 하지 않았다」(12, 37)라고 끝마쳤고 영광의 편은 「예수께서 제자들 앞에서 이 책에 기록되지 않은 기적들도 수없이 많이 행하셨다」(20, 30)「그 하신 일들을 낱낱이 다 기록하라면 그 글은 이 세상을 채우고도 남을 것이다」(21, 25)라는 말로 마무리하고 있다. 표징의 편에 언급된 「많은 기적들」은 불신과 반대의 계기가 되어 예수의 수난으로 발전하였고, 영광의 편에 언급된 「수없이 많은 기적들」은 제자들의 신앙과 세계 복음화의 요원한 불길로 번져가는 불씨가 되었다.
네 복음서에는 예수의 기적이 33건 기록되어 있다. 이 중 요한이 소개한 것은 7건 뿐이다. 가나잔치의 기적(2, 1∼11) 고관의 아들 치유(4, 46∼54) 중풍환자 치유(5, 1∼15) 빵의 기적(6, 1∼15)수상 보행(6, 16∼21)소경 치유(9장) 죽은 자의 소생(11장)이다. 33건의 기적은 같은 사건이 각 복음서에 중첩된 것도 있지만 요한이 기록한 7건 보다는 훨씬 많다. 「이 책에 기록되지 않은 수많은 기적」이라고 요한이 말한 것이 7건 외의 다른 복음서에 기록된 것을 지칭할 수도 있겠으나 요한은 자기 복음서를 쓸 때(90∼110년경) 이용한 전승자료를 통해 33건보다도 더 많은 기적 사실이 있었음을 틀림없이 알고 있었다. 그것을 다 기록하자면 온 세상을 다 동원해도 그 기록을 표현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예수가 지니고 있는 신적인 능력은 7번의 기적뿐 아니라 7번씩 70번을 더한 수의 기적으로도 다 나타낼 수는 없을 것이고 우리가 그분의 능력을 알아보고 믿는 표로써는 7번이면 충분하고도 남을 것이다. 그리스도께 찬미.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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