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이 시작되는 첫날 오후, 「넉넉함 가운데서의 삶」을 받아들고는 그대로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차례에서 볼 수 있듯이 매우 흥미로운 저술 방법에다가 물에 발을 담그고 한여름에 읽어야 할 책으로 여겨지는 시원함이 계속 반복되기 때문이다.
저자 스스로도 표현하듯이 「사제, 사목 협조자, 신학생, 수도자, 신앙을 좀 더 자세히 알고자 하는 평신도」를 대상으로 쓴 책이라 조금은 어렵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제와 수도자 그리고 신학도를 위해서는 방대한 자료를 제공하는 좋은 기초적인 연구자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성서말씀에 익숙해진 신자들이 보다 더 풍성한 영성생활을 원한다면 자신의 삶에 응용하기 위해 필독을 권할 수 있는 책이라 사료된다.
비록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하기 어렵다 할지라도 각각의 주제에 대한 영성적 자산들을 독자 스스로 실생활에 끌어들일 수 있도록 이끌어 주려는 배려와 노력의 흔적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는 좋은 작품이다.
라틴계 저서들과는 다른 관점에서 다루어진 이 책이 우리 한국교회에 끼치는 영향은 지대하리라 생각한다. 특히 「영성」과 「영성적」이라는 말이 남용되는 현실에서 더욱 그렇다. 비록 읽어야 할 사람들은 정작 읽지 않는다는 안타까움이 있기는 하지만.
또한 이 책은 『미래 가톨릭 교회의 영성은 주어진 그리스도교 계시의 본질에 집중될 것이며, 미래의 영성은 사회적으로 순수한 그리스도교적인 분위기에 의해 지탱되기보다는 하느님과 성령께 대한 직접적이며 인격적인 체험을 통해 보다 더 분명한 방법으로 살아야 할 것』이라고 했던 칼 라너의 말을 대변하는 책으로 이해되기도 했다.
철저하게 성서적 바탕에서 시작하고, 역사적 실재를 관통하면서 성령의 역사(役事)에 자신을 노출시켜야만 자신에게 다가오시는 하느님께 자신을 개방하고, 사로잡히고, 변화된 삶을 살 수 있는 영적인 삶을 저자는 강조한다. 그래서 이 책의 전체에서 모두가 거룩하게 되어야 한다는 하느님의 보편적 부르심의 궁극적 목표로 향하는 역동성이 넘쳐 흐르고 있다.
저자와 오랜 기간동안 함께 살았던 전헌호 신부님은 마치 빚을 갚아야 한다는 심정으로 시도한 작업인 듯 하다. 그러나 요셉 봐이스마이어 신부의 지적 재산이 아니라 영성적 재산을 한국교회에 이식하려 번역을 시도한 것이라고 한다.
개념은 파악이 되나 용어적 정착의 어려움을 느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영성신학에 있어서 개념적으로 정립되지 않은 용어들을 토착화시키려는 노력의 흔적이 여실히 드러나는 번역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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