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의 끝이 보인다는 조심스런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교회 출판사들이 다양한 기획 출판물을 펴내고 있다. 불황이 극심했던 지난해 말부터 문학의 해인 올해 초 눈에 띄게 늘어난 기획물들은 성서, 신학, 사회문제, 종교와 예술 등 다양성에 있어 폭이 매우 넓어져 특히 눈길을 끈다.
초창기부터 기획 출판을 정착시켜 온 분도출판사의 경우 10여 종에 이르는 기획물을 꾸준하게 펴내는 한편 신학과 성서, 철학에만 국한되지 않는 참신한 기획을 시도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예술가의 작품 세계에 깃든 종교성을 탐구함으로써 종교와 예술의 가교를 놓는 「종교와 예술」시리즈이다. 그 첫 권으로 개신교 신학자인 칼 바르트가 모짜르트에 대해 쓴 작품이 곧 출간될 예정이다.
우리가 익히 아는 두 인물, 신학자와 천재적인 음악가의 정신세계가 이 책에서 연결되고 독자들은 단지 음악으로만 이해하던 모짜르트를 종교의 차원에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또 샤갈의 그림 속에 나타난 그리스도교적인 영성에 대해 쓴 책도 현재 번역되고 있다.
성 바오로출판사도 여러 종의 새 기획을 준비하고 있는데 주로 문학, 영성 등 쉽게 접할 수 있는 책들을 펴낸 것과는 달리 상당히 무게 있는 시리즈들이 계획되고 있다.
현재 작업 중인 신약성서 해설서는 브라질에서 이미 출판돼 큰 반향을 불러온 바 있는 것으로 모두 50∼60여 권 분량이 될 것으로 보인다. 첫 권으로 올해 안에 마르코복음 해설서가 나온다. 「사회현상」 시리즈는 대중들이 쉽게 읽을 수 있는 것으로 주제 자체는 상당히 전문성을 요하는 것들이다. 예컨대 뉴에이지 운동, 에이즈, 신흥 종교, 사탄주의 등과 함께 낙태, 안락사, 사형제도 등을 포함하는 생명문제 전반에 대해 객관적 시각에서 다룰 예정이다.
「가톨릭사상총서」(가제)는 철학, 교의, 윤리, 법학, 사목, 영성, 성서 등 다양한 분야에 있어 「가톨릭 사상의 보호와 진작」을 목표로, 각 분야에서 5권씩 이상 출간하는 1차 분량만 6년에서 10년이 소요되는 방대한 기획이다.
그 외에도 가톨릭, 바오로딸 등 각 출판사들은 나름대로 출판사의 특성을 살리는 기획들을 펴내거나 준비 중이다.
성 바오로출판사 이창욱 신부는 『전에는 단행본으로도 많은 독자를 확보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명확한 기획의도를 가진 출판이 필요하다』며 『기획출판이 늘어나는 것은 불황 타개라는 의미와 함께 그만큼 출판사의 역량이 성숙했다는 의미도 된다』고 말했다.
교회 출판사들의 경우 일반 출판사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황의 바람은 덜 맞았고 이미 오래전부터 기획물에 익숙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자의 기호와 요청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에 토대를 둔 기획출판의 필요성은 교회 출판계에도 절실하고 실제로 앞으로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분도출판사 강순건 신부는 『분도의 경우 여러 가지 기획들이 모두 종교생활, 그리스도교 신앙의 1차적인 원천을 제공한다는데 두고 있다』며 『좋은 기획에 따른 좋은 책은 반드시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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