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은
아름답고
자연스러운 것
……
모두가
순결한 척 하지만
성의 상품화가
범람하는
이유는…”
남녀간의 사랑에 있어서 성(性)은 어떤 의미를 갖는가. 영혼과 육체, 인간을 형성하는 이 두 가지 요소는 사랑 안에서 얼마 만큼의 비율로 공존하는가.
한수산(요한 크리소스토모)씨가 최근 펴낸 「사랑의 이름으로」(문학상사 간)는 사랑에 대한 근본적이고 고전적인 문제를 다룬다. 사랑에 있어서 영혼과 육체의 이상적인 조합은 존재하는지, 존재한다면 그 「황금분할」은 어떤 모습인지를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찾고 있다.
94년과 95년 2년에 결쳐 「문학사상」에 연재됐던 이 이야기는 이미 오래전부터 「쓰기를 꿈꾸며 지내 왔던」것으로 해방기의 아침, 부초, 거리의 악사 등 장편과 사월의 끝, 대설부, 모래위의 집 등 단편을 통해 탐색해 왔던 사랑의 의미와 형태를 정리해 주는 듯도 하다.
선생과 제자의 사랑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 의도적으로 파격적인 소재들 택한다. 고등학교 여선생과 제자가 나누는 순결하지만 결국은 파멸로 떨어진 사랑, 일견 불륜의 기미를 보이는 왜곡된 사랑의 형태를 다룸으로써 오히려 그는 사회 안에 깊숙이 자리잡고 있는 부패한 성, 억압의 구조에 물음을 던진다.
하지만 작가는 자칫 통속과 상업성에 떨어질 요건을 갖고 있는 이야기에 격조를 갖추게 함으로써 문학적 차원으로 이끌어들인다. 수채화 같은 감성적 문체와 내면 의식의 정교한 형상화, 섬을 배경으로 한 우수 어린 풍광과 음악이 흐르는 듯한 서정적인 분위기 등이 아름답게 어우러져 있다.
이야기는 파괴된 사랑으로 모든 삶의 그루터기를 상실한 형민이 스승이자 애인이었던 10년 연상의 고등학교 미술선생 신애의 무덤을 찾아 한 섬으로 찾아들면서 시작된다. 사제지간의 사랑은 사회적 통념과 금기의 벽을 넘지 못한다. 여자는 스스로 세상을 등지고 남자는 정신 요양원에 수용된다. 여자의 무덤 곁에서 자신도 생을 마감하겠다고 섬을 찾은 형민은 섬에서 자신과 같은 처지의 유희를 만나 파멸로 끝난 듯한 그들의 사랑에 대한 확신과 함께 사랑이 현실 속에 뿌리내리는 방법을 깨닫는다.
성에 대한 열린 논의
작품 속에서는 둘러서 이야기하지만 그는 사랑과 성(性)에 대한 좀 더 열린 논의를 원한다. 『한국 사회의 억압되고 왜곡된 성문화(性文化)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싶었습니다. 성을 아름답고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순결한 척 하지만 오히려 우리 사회 안에는 왜곡된 성이 얼마나 깊이 뿌리내려 있습니까. 성의 상품화가 범람하는 것도 역시 열려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현재 CBS-FM의 생방송 클래식 프로그램을 맡고 있는 한수산씨는 10년 이후를 겨냥하면서 그리스도교의 순교사를 배경으로 한 작품을 구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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