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간,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 여정은 절정에 다다른다.
사순시기 마지막 주일은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을 기념하는 거룩한 주간으로, 구세사의 신비가 가장 집약적으로 드러난다.
주님 수난 성지주일부터 시작되는 성주간은 성 토요일 부활성야미사 전까지 이어지며, 부활성야부터 부활시기가 시작된다. 이 기간 동안 신자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예루살렘 입성과 최후의 만찬, 수난과 죽음, 부활을 재현하며, 스스로 희생제물이 됨으로써 인간에게 구원의 길을 열어준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에 감사한다.
특히 성주간 동안 거행하는 전례는 신앙의 근본이자 핵심인 파스카 신비를 중심이다. 각 전례의 의미를 기억하며 능동적으로 참례함으로써,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사업에 동참할 뜻을 다져보자.
▨ 성지주일
이날 사제는 붉은색 제의를 입고 성지를 축복하고, 신자들은 그 가지를 들고 호산나(우리를 구원하소서)를 외치며 그리스도를 환영한다. 각 본당에서는 이 입당식을 통해 파스카 신비를 완성하기 위해 예수가 예루살렘에 입성한 사건을 기념한다. 복음은 다가올 죽음을 예견하는 수난사로, 그리스도의 역할은 사제가 맡지만 다른 내용은 평신도들도 함께 봉독할 수 있다.
성지는 각자 집으로 가져가 십자고상과 함께 둔다. 예수를 환영한 대중들이 곧바로 배반하고 다시 죽음으로 몰아가는 모습을 환기하며, 매순간 그리스도를 충실히 따를 뜻을 다지기 위해서다. 성지는 이듬해 태워 재의 수요일 예절에 사용할 재로 만든다. 성지는 종려나무나 올리브 외 사철 푸른 가지를 사용한다.
이어 성 월요일 복음은 예수의 죽음을 예고하며 성 화요일엔 유다의 배반을, 성 수요일엔 예수가 어떻게 죽을 지를 알려준다.
▨ 성 목요일
성 목요일 주님만찬미사는 거룩한 성삼일의 시작을 알린다. 이 미사 때 신자들은 예수가 제자들과 함께 최후의 만찬을 나누며 성체성사와 함께 사제직을 제정한 것을 기념한다. 특히 주님만찬미사 때는 강론 후 발씻김 예식을 통해 예수의 사랑을 본받아 실천할 뜻을 되새긴다. 이 미사 때 제대 종을 치고 나면, 부활성야미사 대영광송 전까지는 타종을 하지 않는다. 또 미사가 후엔 예수 수난에 대한 고통을 묵상하고 참회하기 위해 제대포를 벗기고, 십자가를 가린다. 성체는 본 감실에서 수난감실로 옮기며, 이후 신자들은 예수의 수난을 묵상하며 밤새 성체조배를 한다.
이에 앞선 오전에는 각 교구마다 주교좌성당에서 성유축성미사를 거행하고 주교와 사제들의 일치를 확인한다. 이날 축성된 성유는 각 본당 등에서 세례, 견진, 병자성사를 집전할 때 사용한다.
▨ 성 금요일
십자가상 죽음에서 그리스도의 부활이 현존할 수 있었음을 되새기기 위해 초대교회 때부터 십자가를 공경해왔다. 성 금요일은 예수 그리스도가 인간을 대신해 십자가를 지고 못 박혀 죽고 묻히심으로써, 십자가의 의미가 극대화된 날이다. 이에 따라 성 금요일에는 연중 유일하게 미사를 봉헌하지 않으며, 고해와 병자성사를 제외한 모든 성사집행도 중단하고 주님수난예식만 거행한다. 이 예식은 말씀의 전례, 십자가 경배, 영성체 등으로 진행된다.
특히 신자들은 이날, 그리스도의 죽음을 통해 인간을 하느님과 화해시켜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제사를 감사의 마음으로 묵상한다. 아울러 신자들은 예수의 수난에 동참하는 뜻으로 단식과 금육을 실천한다. 또한 사제들은 십자가에 스스로 못 박히신 그리스도의 순교와 승리를 의미하는 붉은색 제의를 입는다.
▨ 성 토요일
이날도 아무런 전례를 거행하지 않으며, 오직 예수의 죽음을 기억하고 부활을 기다린다.
성 토요일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무덤에서 쉬시고 저승에까지 복음을 선포하신 것을 기념하며, 부활의 실현을 바라고 기다리는 때다. 또한 교회는 초세기부터 성 금요일과 같이 성 토요일에도 완전한 단식을 권고한다.
▨ 부활성야, 예수부활대축일
부활성야엔 그리스도교 전례의 최고 절정이 장엄하게 이어진다. 부활성야예절은 해가 지고 난 후 시작해 해 뜨기 전에 마쳐야 하며, 빛의 예식에 이어 말씀의 전례, 세례 예식, 성찬 전례 순으로 진행한다. 빛의 예식 때는 파스카 초에는 그리스 말 첫 글자와 마지막 글자인 알파와 오메가를 새기고 그 해 연도를 새긴다. 알파와 오메가는 ‘처음과 마지막이며 시작과 끝이신 그리스도께서 오늘도 내일도 우리 가운데 함께 계시며 구원의 길로 이끄신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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