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주님 수난 성금요일이 되면 각 본당에서는 예절 중에 예루살렘 성지 보호를 위해 특별히 기도드리고, 또 ‘예루살렘 성지를 위한 특별 헌금’을 실시한다. 이 특별 헌금은 어떤 의미이며 배경은 무엇일까. 성주간을 준비하면서 성금요일 ‘예루살렘 성지를 위한 특별 헌금’에 담긴 뜻을 살펴본다.
‘예루살렘’은 명실공히 모든 그리스도교의 요람이라 할 수 있을 만큼 ‘성지’(聖地)의 첫손에 꼽히는 지역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지상 생활에서 시작해 그분의 죽음과 부활과 승천으로 그리스도교 역사의 절정을 이뤘던 곳인 만큼, 예루살렘은 단순한 한 지명이 아니라 모든 그리스도교 신자들의 영적 유산이라 할 수 있다.
‘베들레헴에서 아기가 되신 하느님’ ‘나자렛에서 유년 시절을 보내시고 일하신 하느님’ ‘온 지역을 두루 다니시며 기적을 행하고 가르침을 주신 스승님’ ‘해골터 위에서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고 그 무덤에서 부활하신 구세주’의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예수 그리스도의 성지, 이스라엘 그리고 예루살렘을 위한 교회의 특별한 관심은 바로 이러한 특수성에서 출발한다.
이 같은 배경 하에서 이미 4세기경부터 순례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던 이스라엘 성지는, 한편 내적 분열과 전쟁 등 수많은 역사적 질곡을 겪는 과정 속에서 ‘십자군 전쟁’의 사례에서 보여지듯 성지 보호와 보존을 위한 교회의 역사 또한 절절했던 곳이다.
바오로 사도가 팔레스티나 지역 신자들의 미래를 염려, ‘예루살렘 형제들 가운데 가난한 이들을 위한 모금을 열정적으로 장려’한 성경 속 장면들을 비롯해서 식스토 5세, 우르바노 8세, 인노첸시오 10세 등 역대 여러 교황들이 성지에 대한 관심 및 특별 헌금을 강조한 기록들이 그렇다.
교황 바오로 6세가 1974년 발표한 「성지 교회의 사정에 관하여 가톨릭 세계의 모든 주교와 신부와 신자들에게 보내는 교황 권고」, 「본인의 마음」(Nobis in Animo)은 성금요일 특별 헌금의 근거를 드러내는 문헌이라 할 수 있다.
바오로 6세는 이를 통해 “팔레스티나에서 탄생하여 이천 년 동안 살아 온 성지의 그리스도인 공동체가 살아 남을 수 있고 또 다른 공동체들을 위하여 적극적으로 활발하게 봉사하며 살아갈 수 있으려면, 전 세계 그리스도인들이 관대하고 자발적인 자세로 예루살렘 교회를 위하여 사랑의 기도를 바치며 마음으로 하나가 되어 있음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구체적 연대가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해마다 한 번, 주님 수난 성금요일이나 지역 직권자가 정한 다른 날에, 성지에 있는 형제 신자들을 위한 특별 기도를 바치고 특별 헌금을 할 것”을 밝혔다.
한국교회가 예루살렘 성지 복구를 위한 성금요일 특별 헌금에 공식적으로 참여한 것은 1979년부터다. 당시 주교회의 상임위원회는 2월 23일 열린 회의를 통해 교황청 동방교회성에서 촉구한 예루살렘 성지 후원금 요청 공문을 주교단에 알리는 것과 함께 ‘성금요일 예루살렘 성지를 위한 특별 헌금’ 강화를 요청키로 결정했다. 이렇게 볼 때 그해 4월 13일 성금요일부터 특별 헌금이 실시된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 들어서도 성지를 위한 신자들의 기도와 헌금을 당부하는 바티칸의 호소는 계속되는 상황이다. 특히 이스라엘 지역을 둘러싼 갈등과 분쟁이 계속되고 있는 처지에서 그로 인한 평화의 부재와 성지 내 그리스도인들이 감소하는 위험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전 세계 교회가 보내온 성지 보존 특별 헌금을 관장하는 교황청 동방교회성은 지난 2009년 ‘성지를 위한 헌금과 관련하여 가톨릭 주교들에게 보내는 서한’을 통해 “전 세계 모든 가톨릭 신자들은 성지 팔레스티나 교회를 유지하고 예수의 생애와 관련된 성당들을 관리 보존하는데 공동 책임을 지고 있다”고 밝히고 “성지를 위한 특별 헌금에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당부한바 있다.
세계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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