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신앙생활을 하면서 주님께서 우리에게 지워주시는 십자가가 너무 고통스럽다고 혹은 너무 무겁다고 합니다. 성당에 들어서서 제대 뒤에서 침묵하며 매달려 계신 주님의 십자가를 바라보면 더 마음이 무겁고 마음에 깊은 전율이 흐릅니다. 사순시기 특별히 십자가의 길을 묵상하며 주님께서 ‘누구든지 자기의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르라’고 하신 말씀을 되새기게 됩니다.
저희 집에는 ‘작은 예수님’이 있습니다. 열한 살짜리 손자입니다. 태어나면서부터 장애아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잠이 들지 못하거나 원인을 알 수 없는 고통으로 보챌 때는 차라리 대신 아프고 싶어 주님께 애원도 해 봅니다. 주님께서 내게 지워주신 십자가로 받아들이고, 잠 못들어 밤을 지새워도 손자를 보면 사랑스러운 마음을 갖게 해주시는 주님. 사랑의 십자가는 무겁지도 고통스럽지도 않은가 봅니다.
어떤 한 사람이 이승을 떠나 저승으로 가는 대문 밖을 지나가는데, 문간 앞에 큰 십자가와 톱이 있었답니다. 밖을 보니 여러 사람들이 지나가는데 십자가만 지고 가는 사람, 톱과 십자가를 함께 지고 가는 사람들이 보였답니다. 그 사람은 십자가와 톱을 함께 가지고 가는 것을 선택했습니다. 십자가만 지고 가는 사람들은 무겁고 힘겹게 지고 가는 반면, 톱까지 가지고 간 사람들은 십자가를 지고 가다 무거우면 톱으로 십자가를 조금씩 잘라내 가볍게 만든 뒤 지고 갔답니다. 한참을 가다보니 깊고 험한 개울이 나왔습니다. 개울 앞에 서서 쳐다보니 사람들이 지고 온 십자가를 개울에 올려놓으니 다리가 되더랍니다. 십자가만 지고 온 영혼들은 십자가를 다리 삼아 영광의 나라로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십자가가 무겁다고 톱으로 잘라서 지고 온 영혼들은 십자가가 짧아져서 다리를 건널 수 없었습니다.
사순시기를 보내며 우리도 주님께서 우리에게 무엇을 원하시는지 깊이 묵상하고, 주님의 말씀에 따라 잘 살아야 할 것입니다. “무거운 짐 짊어진 자들아 다 나에게 오라. 나의 짐은 무겁지 않다. 오히려 가볍다”고 하신 말씀을 되새겨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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