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을 위한 교서(27항)가 제시하는 가정공동체(Ⅱ)
{{img2}}새로운 생명의 잉태와 더불어 부모는 하느님의 창조 사업에 동참하며, 자녀 교육으로 완성을 향해 나아간다. 그리스도인에게 가장 훌륭한 유산은 두 말할 나위 없이 신앙이다. 이 신앙을 자녀 스스로 알아서 하도록 방치하거나 ‘종교는 자유’라는 식으로 무슨 종교를 믿든 방관하는 태도를 가져서는 안 된다. 신앙 교육은 기도를 바탕으로 한 신앙생활의 모범으로부터 시작되며, 특히 가족 공동 기도는 중요하다. 이상적인 그리스도인 가정이란 가족이 함께 기도하는 가정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그리스도인 가정의 위기는 “바쁘다, 피곤하다”는 핑계로 가정에서 공동 기도가 사라져 버렸기 때문에 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흔히들 가정 기도라고 하면 거창한 그 무엇을 생각하기 쉽지만, 자연스럽게 하루의 생활을 서로 반성하면서 좋은 것은 하느님께 감사하고, 잘못된 것은 서로 용서하고, 다시 거듭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하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가정 기도가 이루어진다고 본다. 더욱이 가족이 함께 성경을 읽고 묵주기도를 바치며 그 안에서 성모님의 눈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바라보며 하느님을 만나는 것은 더없이 필요하고 아름다운 일이다.
신앙의 유산을 자녀들에게 이어지게 하려면 부모가 먼저 모범을 보여야 한다. 나는 어려서부터 열성적인 아버지에게서 신앙교육을 받았다.
“하느님께서 모든 것을 주셨으니 하느님께서 모든 것을 거두어 간들 무슨 원망을 할 수 있는가?”하며 늘 구약시대 ‘욥’ 성인의 삶을 당신 신앙의 기초로 생각하신 아버지는 양복보다는 가죽점퍼를, 구두보다는 운동화를 즐겨 신으시는 털털한 분이셨다.
어린시절 아버지는 늘 오토바이 기름통에 나를 태우고 평일미사를 다니셨고 내가 첫영성체를 받는 날부터 제단에서 복사하는 법을 직접 가르치셨으며 입버릇처럼 신부가 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내가 신부가 되는 것 그것이 곧 당신 신앙의 완성이요, 소원이셨던 것이다.
물론 어린시절에는 이런 아버지의 크나큰 기대가 부담스러웠으나 사제의 길로 향한다는 것은 내 삶의 이정표가 되어 주었다. 40대 초반에 본당 총회장이 되신 아버지는 본당 일이라면 만사를 제쳐놓고 달려가셨고 궂은 일은 언제나 도맡아 처리하시는 해결사셨다. 초상(初喪)이 나면 늘 우리 집으로 연락이 왔고, 구성진 아버지의 연도 소리는 인간문화재 그 자체였으며, 돌아가신 분을 위한 염습(殮襲)은 하느님께서 아버지께 내려주신 천직으로 생각하셨다.
꾸르실료를 다녀 오셔서는 저녁기도를 해야 한다고 잠자는 우리들을 깨워 미사시간보다 더 길게 온갖 기도문을 다 바치고 앞집의 감리교 장로님집에 들려야 한다고 10개가 넘는 성가를 소리 질러가며 불렀던 기억이 있다. 이런 총회장이시고 적극적인 아버지 덕분에 어머니는 성모회장, 형님은 학생회장, 나는 복사단장을 하면서 장호원본당에서 우리집은 천주교를 대표하는 집이 되고 말았다. 돌이켜보면 이런 부모님의 열성 덕분에 사제가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고향에서 조카들이 복사를 하고 있고 미사를 빠질 수 없는 것은 어린시절부터 몸에 배인 집안의 내력 때문일 것이다.
학교공부가 미진하면 학원이나 과외를 하면서 보충을 할 수 있겠지만 신앙심을 쌓는 일은 다른 사람들이 대신할 수 없는 가정의 분위기인 것이다. 좋은 일이 생기면 하느님께 감사하고 어려운 일이 생기면 하느님께 의지하면서 인생의 모든 것을 하느님께 내어 맡기는 겸손의 모습을 자녀들이 배울수 있도록 해야 하고 그들에게 하느님 아버지가 어떤 분이신지를 알려줄 수 있도록 신앙이 충만한 가정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가정/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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