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장수(長壽)’의 심벌이다. 아담은 130세, 아브라함은 175세, 야곱은 147세까지 살았다. 하지만 장수는 더 이상 성경 속 인물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에게도 어느새 ‘100세’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많은 이들이 잘 늙기 위해, 행복한 노년을 맞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한다.
김충수(베드로ㆍ67ㆍ수원 성복동본당)·황옥심(크리스티나ㆍ60)씨 부부도 역시 그런 노력 끝에 인생 제2막을 열었다. 이번 ‘행복한 노년’에서는 그들이 전하는 비결을 들어본다.
김충수·황옥심씨 부부의 행복한 노년 비결은 의외로 간단하다. 부부가 같이 한곳을 바라보는 것이다. 그들의 눈길이 향하는 곳은 다름 아닌 ‘춤’이다. 물론 처음부터 부부가 한곳을 바라볼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평생 신문기자로 살아온 김씨에게 젊었을 때는 아무래도 ‘일’이 우선이었다.
하지만 김씨가 은퇴한 후에는 그들 가정에도 변화가 생겼다. 김씨는 평소 함께 운동을 하던 YMCA 센터장으로부터 댄스스포츠를 권유받았다. 망설이던 그의 결심을 도운 것은 부인 황씨였다. 황씨는 “당신도 할 수 있다”고 남편을 독려했다. 한국무용을 전공하고 90년대 말부터 운동 삼아 댄스스포츠를 해왔지만 김씨에게 강요한 적은 없던 황씨였다.
무슨 일이든 한 번 시작하면 끝장을 보는 성격의 김씨는 ‘춤’에 모든 열정을 쏟아 부었다. 점점 댄스스포츠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부부가 함께하기에 기쁨도 더 컸다.
“부부가 함께 왈츠를 추는 모습을 보면 신혼부부의 환희에 찬 감흥을 감지할 수 있었어요. 안사람과 춤에 몰입하다 보면 정점에서 러너스하이(달리는 중에 경험하는 황홀감이나 도취감)를 느껴요.”
부부에게 춤은 환희고, 희열이었다. 함께 보내는 시간이 젊었을 때보다 더 많아졌다. 서로에 대한 애정도 그만큼 깊어졌다. 그들 스스로가 체험하고 느끼다보니 자연스럽게 부부는 ‘댄스스포츠 전도사’가 됐다. 라인댄스와 댄스스포츠 지도자 자격증을 따고 원하면 어느 곳이든 마다하지 않고 봉사 겸 출강을 하고 있는 황씨는 유난히 시니어들이 많은 수원 성복동본당에서 그들의 건강을 위해 봉사하고 싶다고 했다. 댄스스포츠로 인해 기도암을 조기 발견, 치유할 수 있었던 김씨도 부인 못지않게 왕성하게 댄스스포츠를 예찬하고 있다. 그는 (주)시니어파트너즈에서 운영하는 시니어 대상 사이트 유어스테이지에서 시니어리더로 활동하면서 댄스스포츠클럽 ‘시니어댄사모(club.yourstage.com/dancesports)’를 운영하고 있다. 댄스스포츠 대회나 초청공연도 틈나는 대로 참가한다.
“예전에는 ‘술 마시는 사람치고 나쁜 사람 없다’고 주장했는데, 댄스스포츠 마니아가 된 요즘 주위를 돌아보면 춤추는 사람들이 그렇게 인성이 착하고 밝을 수가 없어요.”
그들은 특히 ‘은퇴’ 이후의 삶을 강조했다. “행복한 노년을 위해 꼭 필요한 거요? 순리를 거스를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은퇴를 제2 인생의 출발점이라는 생각으로 젊어서부터 미리미리 준비하고 은퇴 후에는 꾸준히 새로운 것을 배우고 사회를 위해 내 능력을 활용하여 봉사하는 아름다움을 추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부부는 댄스를 통해 신혼의 단맛을 다시 한 번 느끼고 있다. 부부가 취미를 공유하고 지역사회에서 작은 봉사를 하면서 느끼는 성취감도 크다. 그들은 이것이 바로 행복한 노년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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