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93세가 넘어서 그리 젊지는 않다. 어쨌든 90세 때 만큼은 젊지 않다. 그러나 늙음이란 결국은 상대적인 어떤 것이다. 계속하여 일을 하고 주변 세상의 아름다움을 감성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반드시 늙어가는 것이 아닌, 적어도 일반적으로 말하는 노화를 의미하지 않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나는 요즘에 많은 것들을 예전보다 훨씬 더 강열하게 느끼며, 나를 더욱 더 매료시킨다.
은퇴하여 앉아 있는 것은 나에게는 마치 죽음에로의 길로 보내지는 것과 같다. 일을 하며 권태로와 하지 않는 사람은 늙지도 않는다. 살아있는 동안 결코 늙지 않으리라! 일과 가치있는 것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야말로 늙음을 방지하는 최대의 치료약이다. 나는 매일 새로이 태어난 기분이며, 나날을 생의 처음으로 생각하고 시작한다』
이 글은 세계적인 첼로 연주자인 파블로 카잘스(Pablo Casals)가 94세 때에 그의 자서전 첫 부분에 쓴 노년에 대한 사색이다.
두 번의 세계대전과 스페인 내란을 겪으면서 죽을 때 까지 고국을 그리며 망명생활을 한 카잘스는 첼로를 무기로 하여 자유와 핵 반대운동 그리고 세계평화를 위해 싸웠다.
그는 그 나이에도 매일 아침 바흐의 무반주 첼로조곡을 연주하며 하루를 시작했다. 1백세가 되어도 그의 삶에서 가장 오랜 친구인 첼로를 연습하고 연주할 것이라고 한 이 젊은 노장(老將)은 평생동안 그의 음악을 통해 삶에 대한 애정, 이웃사랑과 독재에 대한 투쟁정신을 표현했다. 무엇보다 그는 어린이다운 감탄과 감사를 간직하며 살았던 노인이었다.
육체적 건강과 경제적 안정만이 노년을 의미있게 보낼 수 있는 전제조건인 것처럼 되어가는 우리사회에 카잘스의 삶과 사색은 우리를 조용히 되돌아 보게 한다.
우리는 모두가 태어날 때부터 노년을 간직하고 있지 않은가. 어디를 가도 풍성하고 깊은 표정의 중년이나 노인의 모습을 만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젊게 보이려고 안간임을 쏟기보다 흙냄새와 가을향기를 느끼게 하는 첼로음악을 들으며 나이가 들어가는 것을 음미하면 어떨까.
가을에는 세련된 옷과 화장으로 치장한 젊은이보다 은빛의 머리를 곱게 빗으신 할머니의 모습이 더 아름답게 느껴진다. 인간에 대한 관심과 삶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나이만큼 깊어 질 수 있는 노인이 많은 사회에서 밝고 건강한 표정의 젊은이를 기대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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