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의 신앙섬. 인도네시아 플로레스(Flores)섬 틸랑(Tilang)본당 지역은 세계 교회 내에서 마지막 남은 오지 신앙촌으로 불리운다. 한반도 남한 면적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거대한 면적의 원시림을 자랑하고 있는 플로레스섬은 17세기 포르투갈에 의해 가톨릭이 전파되면서 현재는 인구 1백40만 명 중 95%가 넘는 1백30여만 명이 신자인 거대한 신앙섬으로 탈바꿈했다.
열심한 신앙생활을 잇고 있던 신앙섬의 원주민들은 지난 1994년 12월의 대지진으로 생활 기반마저 송두리째 붕괴되는 참변을 당했다(본보 1995년 10월15일자 보도).
이후 원주교구와 함께 모금운동을 전개한 가톨릭신문은 8월16~24일까지 원주교구 관계자 3명과 함께 현지를 방문, 모금된 틸랑성당 건축 기금 5만 불을 직접 전달했다.
성금 전달과 함께 인도네시아 플로레스섬의 신앙촌 탐사에 나선 가톨릭신문은 이번 취재에서 미지의 땅으로 인식되던 플로레스섬 틸랑본당 「라노」정글 지역을 외국인으로는 처음으로 단독 방문하는데 성공했다.
인도네시아 플로레스섬 틸랑본당 지역에 이르는 길은 진을 모두 뺀 다음에야 이를 수 있는 오지다.
서울서 싱가포르까지 비행기로 7시간, 싱가포르에서 인도네시아 최고의 휴양지 발리(Vali)섬 덴파샤(Denpasar)시(市)까지 비행기로 2시간, 여기서 또 경비행기를 타고3시간 정도 날아가야 모습을 드러내는 곳이 바로 플로레스섬이다.
포르투갈어로 「꽃」을 의미하는 플로레스섬에는 문명이라야 섬의 일부 지역에만 보급되는 전기와 수도시설이 전부다. 국민 중 90%가 이슬람 신자인 인도네시아에서 가톨릭섬인 플로레스는 차별적인 개발정책으로 극빈섬으로 전락했다.
더구나 1994년에 일어난 대지진의 여파는 아직도 곳곳에 남아 있었다. 대부분의 성당은 전파된 상태로 남아 있는데 이번에 지원된 성금 5만 불로는 복구에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플로레스섬 최대의 도시(한국의 읍 단위 규모) 마우메레(Maumere)에 도착한 것은 8월 17일 토요일 오후 6시 45분. 한국의 시골 버스터미널을 연상케 하는 마우메레 공항에는 미리 연락을 받은 틸랑본당 알로이스(Aloys Wuring Lagamakin)신부와 조코(Yakobus jogoㆍ54) 사목회장이 미리 나와 있었다.
일행은 틸랑본당 측이 대절한 버스에 올라타 플로레스섬에서 유일한 사제 양성 신학교로 향했다. 15명 정원의 소형버스는 1950년대 일본산 모델로 보였는데 속도계는 움직이지 않았고 손잡이도 모두 떨어져 나가 있었다.
차창 밖으로는 일반 상점에 성물이 진열돼 있는 이색적인 광경이 심심치 않게 보였다. 섬에 살고 있는 주민 전체가 천주교 신자인 탓이었다.
1시간여가 지나자 산사이로 신학교의 모습이 드러났다. 1937년에 설립된 레달레로(Tinggi Ledalero) 신학교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듯 대규모 시설을 자랑하고 있었으나 지난 1994년 12월의 대지진으로 대부분 폐허가 되어 있었다.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는 4백여 명의 신학생들은 대나무와 판자로 만들어진 1평 남짓한 기숙사 숙소에서 비참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성당은 폭격을 맞은 듯 벽이 떨어져 나간 상태였으며 정상적인 미사 전례가 불가능해 보였다.
일행을 태운 버스는 다시 멀리 보이는 플로레스의 최고봉 끼망불렝(Kimang Buleng)을 향해 속력을 냈다.
틸랑본당 지역으로 접어들면서 인도네시아 전통 의상 이깟(Ikad)을 입은 원주민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이깟( lkad)은 「묶다」라는 의미를 가진 인도네시아에서 유래한 말로 나뭇가지로 묶어 무늬를 내는 방법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원주민들은 원래 옷을 입지 않고 지냈으나 가톨릭에 의해 문화 교육을 받은 이후 현재는 대부분 이 이깟(lkad)을 입고 생활하고 있다. 산속을 굽이돌던 버스가 덜컹 거리기를 1시간. 마침내 1차 목적지 틸랑본당에 도착했다.
틸랑본당은 대나무로 지어진 엉성한 성당 건물과 수녀원, 창고로 보이는 건물이 전부였다. 수녀원 건물에는 인도네시아 로사리아 수녀회 소속 수녀 3명이 생활하고 있었는데 원래 사제관이던 건물을 본당 주임인 알로이스 신부가 헛간으로 숙소를 옮기면서 현재는 수녀들이 생활하고 있었다.
식사를 위해 들어간 수녀원 건물 천정에는 길이 20센티미터 정도의 도마뱀이 여러 마리 붙어 있었다.
이곳 사람들은 이 도마뱀을 또껫(Toked)이라고 부르고 있었는데 어디든지 흔한 것이어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또껫(Toked)이라 불리는 이 징그러운 파충류에 적응하기까지는 여러 날이 걸려야 했다.
원주민들의 물 사정은 그리 풍족하지 못했다. 결국 제대로 된 세면이나 샤워는 생각할 수 없었다.
틸랑인들이 접하고 있는 문명지수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틸랑본당이 관할하고 있는 반경 20여㎞지역 중 대부분 지역에는 전기, 수도 등의 기본적인 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으며 텔레비젼, 신문 등의 문명 상징들은 아예 생각조차 할 수 없다.
이국에서의 밤은 이내 찾아왔다.
틸랑에서의 하루밤은 대나무로 만들어진 숙소의 천정에 붙어 울어대는 도마뱀 또껫(Toked) 소리와 함께 그렇게 깊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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