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공동체의 삶을 나눔
최초의 그리스도인 공동체는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들 무리였다. 그리고 추후 공동체에 초대받아 공동체의 정체와 삶을 나눈 사람들은 그 제자들 무리에 든 사람들이었다. 따라서 이제 그리스도인 공동체에 든다는 것은 제자로서의 정체와 그 직분을 함께 한다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므로 파악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할「제자 직분」이라고 하는 것이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제자 직분은 동참해서 나누어야 할 사명을 말하는 것이지 독특하게 부여된「제자의 직무」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먼저 파악해야 할 것은 제자 직분을 나누어 살아야 할 사람들은 불리움(초대)을 받고 그에 응한 사람들이었다. 그들 모두는 예수그리스도의 길을 함께 걷는 사람들로서 서로서로 일치하는 가운데 예수 그리스도께서 사신 삶을 그대로 이어 갔다. 그 삶은 다름 아닌 「--위해서」 파견된 자의 삶 즉 「하느님을 위하고」「세상의 사람들을 위해서」 파견된 자의 삶이었다. 따라서 제자 직분을 나누어 산 사람들의 그 「위한」파견의 삶은 하느님 나라의 복음을 전하고, 모든 사람을 예수님의 제자로 삼으며, 세상 끝까지 그리스도의 증인이 되는 일을 통해서 수행되었다. 이러한 파견은 결국 하느님 나라의 실현과 자기 자신을 포함한 온 세상의 구원을 위한 것, 곧 은총사건 혹은 신비사건의 구체화를 위한 것이자 그에 준해서 온갖 사탄의 세력을 구축하기 위한 것이다. 이것이 제자 직분의 요체다. 그러나 그들은 그 제자 직분을 수행할 때 항구하게 성령의 도우심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음을 자각하고 있었다.
준비하는 사람으로서 이러한 삶을 사는 교회 공동체를 올바로 파악하게 되었을 때 비로소 결단을 내릴 수 있게 된다. 첫 번째 그리스도인 공동체의 삶을 그대로 잇고 있는 오늘의 그리스도인 공동체에 자신을 일치시키는 가운데 그 운명을 전 인생에 걸쳐 함께 나눌 것인가, 이러한 삶이 절대적으로 가치 있는 삶이라고 여기면서 그들처럼 살아갈 것인가 그렇지 않을 것인가 인격적인 결단을 내리게 되는 것이다. 그 결단의 결과가 그로 하여금 입문의 첫 번째 단계인 세례로 나아가게 된다. 그러나 세례 직전에 그는 자신의 결단을 분명하게, 확신에 찬 말과 몸짓으로 그 세례식을 배려해준 선배 그리스도인 공동체 앞에서 증거해야 한다. 자신의 인간 실체로서의 의미가 은총으로 인한 신앙 안에서 변형되었고 그 변형된 삶을 항구하게 살겠다는 것을 고백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은 곧 은총으로 인한 공동체적 신앙을 통해서 얻어누리게 되는 구원(해방과 생명)이라는 세례의 성사성을 자신의 것으로 해서 스스로가 하나의 상징으로 살겠다는 결단의 표시인 것이다.
3. 맺음말
세례는 입문의 첫 번째 단계이다. 세례로써 입문이 완결되는 것은 아니다. 세례를 받아 그리스도인이 된 사람은 완성된 그리스도인이 되기 위해서, 성숙한 그리스도인이 되기 위해서 항구하게 입문해야 한다. 말하자면 입문은 그리스도인을 그리스도인일 수 있게 해주는 과정이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을 위한 입문은 전 인생에 걸쳐 수행되는 것이다. 그리스도인은 그 입문을 통해서 그리스도인 공동체의 정체와 사명을 자신의 것으로 한 채 예수 그리스도 사건 즉 은총사건 혹은 신비사건과 그로 인한 구원사건을 증거하는 삶을 살고 그 증거의 삶을 살아가는 가운데 근본적으로 필요한「생명력」즉 그리스도인 공동체의 영혼이자 생명력인 성령을 받는다. 요컨대 입문의 과정을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은 성령의 힘에 의해 활기를 얻어 그리스도인이라는 한 상징으로서의 삶을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그리스도인 공동체의 정체와 삶은 다른 것이 아니다. 「하느님 백성」인 교회가 하느님 백성이라는 자신의 인간성 곧 가시적인 본성을 통해서 불가시적인 신비체인 신적 본성으로서의 실체, 성령의 활동에 의한 일치관계로서의 신비체라는 자신의 실체와 생명을 확산시켜 나가는 신비체로서의 모습을, 그래서 구원을 사는 모습을 하느님 백성 안에서 그리고 세상 안에 있는 사람들 앞에서 드러내 보여주는 것은 물론 그에 합당한 삶을 사는 이른바「사람들을 위한 성사(Sacramentum pro populo)」로서 동적인 행위이자 행위 자체로 살아가는 것처럼 그 그리스도인 공동체의 정체와 삶을 나누겠다고 결단을 내린 후 그리스도인이 된 사람의 삶도 마찬가지여야 한다. 한마디로 전향해서 그리스도교 공동체의 한 구성원이 된 사람은 그 공동체의 성사속성을 그대로 공동체 안에서 그리고 세상 안에서 사람들을 위한 성사로서의 인격적인 삶을 스스로 책임지는 삶을 살아야 할 사람인 것이다. 그러한 삶이야말로 한마디로 끊임없이 은총과 구원을 체험하고 체험한 은총과 구원을 표현하는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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