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솥뚜껑 운전」밖에 할 줄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주부들을 일러 「부엌데기」라고 하던가. 흔히 이 말은 세련된 옷차림, 화사하고 우아하며 생기에 넘쳐 왕성한 사회활동을 펼치는 커리어우먼에 대한 동경과 살림만 하는 주부에 대한 약간의 경멸조차 섞어 사용되곤 한다.
하지만 「도시락 편지」로 많은 주부들의 질투와 사랑을 함께 받았던 조양희(미카엘라)씨가 최근 펴낸 「부엌데기 사랑」(사랑과 사람 간)에서 「부엌데기」는 가정의 행복을 요리해내는 창조자로서 부엌을 지키는 당당한 여자의 모습으로 변신하다. 그래서 이 책은 사는게 고달픈 아내들에게 바치는 책, 주눅 든 전업 주부들에게 용기를 불어 넣어 주는 책이다.
『기차역 대합실에는 부엌이 없지요. 부엌이 있고 부엌데기가 있어야 비로소 가정이 될 수 있어요』
소위 유능한 여성들이 사무실로, 카페로, 헬스클럽으로, 호텔 로비로 분주하게 돌아다닐 때 세 아이들의 엄마인 그는, 그리고 다른 많은 부엌데기들은 부엌을 지킨다. 탈없는 가정의 영광 뒤에는 부서지고 으깨어진 주부의 값진 희생이 숨겨져 있다.
하지만 그에게 부엌은 그저 고통스런 작업장만은 아니다. 부엌을 벗어나려고 발버둥치지 않고 오히려 온몸으로 껴안고 뒹굴어야 할 공간으로 보기 때문에 부엌은「화장을 하고 촛불켜고 기도하다가 나물 무치고 생선을 굽는」평안한 휴식의 공간이다.
조양희씨는 그 자신이 10여 년 이상 스튜어디스와 호텔 매니저로 활동했던 전문여성.
따라서 일을 그만두고 부엌을 지키면서 그 역시 무료와 무력감을 느껴야 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파 콩나물 도마 수저 프라이팬 식탁보 소금 김치 수건 수세미 등 부엌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집어드는 자잘한 살림들에서 한 여자이자 아내로서, 엄마로서 느낄 수 있는 기쁨과 행복을 찾아낼 수 있었고 그 이야기들이 이 책에 정감 넘친 필치로 담겨 있다.
등단 후 처음으로 9월18일 명동성당 문화관에서 갖는 출판기념회 준비로 분주한 조 씨는 올해안에 「도시락 편지」후속편을 해냄에서 펴낼 예정이고 콩트집은 이미 원고가 출판사에 넘어가 인쇄를 기다리고 있다.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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