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브 신부님은 1901년부터 중국에서 선교활동을 펼치시던 중 중ㆍ일전쟁이 발발하자 전선에 나가 부상병 구조활동을 하다가 건강히 악화되어 1940년 선종하셨다. 당시 장개석 장군이 이끄는 정부군을 도왔다는 이유로 공산군의 미움을 샀었고 공산군이 중국을 장악한 후에는 무덤마저 소실되었다가 개방된 후, 1987년 가까스로 유해를 찾아 현대는 중경(重慶)에 있는 가락산(歌樂山)자락 한 언덕 중턱에 소박하게 가매장 되어 있는 상태이다.
선종 당시 국장으로 선포되어 국가의 최고 훈장까지 받았었고 현재 대만에서는 국가의「열사」들과 나란히 만신전에 모셔져 있는데 비해 대조적이었다.
많은 공식절차를 거친 후, 공안원 아저씨들의 친절한(?) 안내와 입회하에 불과 30~40분간 부랴부랴 참배를 마치고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돌려야 했던 우리에게는 어쩐지 실감이 나지 않는 말이었다.
레브 신부님 무덤의 역사는 곧 중국의 역사를 보는 것 같았다. 1949년 중국이 공산화된 이후, 중국교회는 숱한 박해와 수난을 겪어 오다가 80년대 중반부터 겨우 햇빛을 보기 시작하며 조심스러히 발돋움하고 있다.
우리들이 다녀온 곳은 주로 레브 신부님의 발길이 닿았던 곳, 상해를 기점으로 하여 중요한 선교활동을 펼치셨던 북경, 천진, 안국, 그리고 현재 무덤이 있는 중경, 그리고 우리 단체의 회원들이 활동하다가 한 회원이 순직한 남경으로서 그 목적은 레브 신부님의 무덤과 순직한 회원들의 무덤을 찾아 참배하고 그들에 관한 증언을 청취하는 동시에 현 중국교회의 상황을 직접 현지에 가 만나보고 싶었다. 그리고 그 나라를 이해하기 위해 그의 역사와 문화를 담고 있는 몇몇 고궁들과 유적지들을 돌아보고 또 우리들의 동족이 살고 있는 연변과 우리 민족의 정기를 상징하는 백두산도 직접 눈으로 확인해보고 싶었다.
현 교회와 직접 만나보기 위해 우리는 떠나기 전부터 방문할 교회의 책임자들에게 미리 연락을 취했고 또 종교국의 허락도 사전에 받아 두었었다. 그러나 첫 방문지인 남경 교구청에서부터 우리의 모험은 시작되었다.
현지에 도착하여 전날 통화를 통해 약속까지 하고 찾아간 주교님을 만나기까지는 30~40분의 실강이를 벌여야 했다. 주교님의 비서와 어떤 아저씨(나중에 알고보니 본당 신부님이셨지만)가 나와서 연락받은 적이 없다며 우리를 경계하고 주교님께 연락조차 하지 않으려 했기 때문이다.
갖은 애로끝에 나타나신 주교님은 소박하시고 자상하신 분이셨고 아주 기쁘게 우리를 환영해 주시며 같은 주님의 자손들임을 확인해 주셨다. 그분이 바로 남경교구 유원인(劉元仁)주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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