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사ㆍ교회사의 영욕 함께
한국 잡지의 효시(嚆矢)로서 한국 근대사와 교회사의 영욕을 함께 해온 경향잡지(발행인=이문희 대주교, 편집인=백남익 몬시뇰)가 10월호로 창간 90주년을 맞았다.
경향잡지는 1906년 10월19일 경향신문 부록인「보감(寶鑑)」으로 창간, 지금까지 무려 90년간을 한결같이 교회의 가르침을 전해 온 가톨릭교회의 긍지일 뿐만 아니라 교회 안팎을 통틀어 현존하는 한국 최고(最古)의 정기 간행물로 그 역사는 이미 한국 기네스협회가 인정한 바 있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직속으로 교회의 정통 가르침을 전하고 신자들의 신앙생활에 활력과 깊이를 더해주는데 기여해온 경향잡지는 우선 그 전통과 역사성만으로 한국교회는 물론 한국 문화사에 있어서도 그 높은 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다.
경향잡지는 창간 이래 순수한 종교잡지로서의 성격을 유지하는 한편 교회는 물론 한국 근대사의 흐름을 그대로 담고 있어 해방 이전의 교회 실상을 파악하고 각 시기별로 당시의 신학 사조와 신장 생활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자료가 되어왔다.
경향잡지의 역사는 크게 4기로 나눠 살펴볼 수 있다. 창간 이후 1920년 12월 경향신분이 폐간되면서 부록인「보감」도 운명을 같이 했는데 이 시기를 일명 「보감」시대라 한다.
제2기는 1911년부터 1945년 5월까지로서 보감을「경향잡지」로 개칭, 격주 간으로 바꾸는 한편 면수와 내용을 확충했다. 하지만 주로 신자 대상으로 교회 소식, 교리지식, 전교활동에 중점을 두어 일반인의 호응을 얻지 못했고 이는 재정상 어려움을 야기해 여기에 일제의 탄압이 가중되면서 축소되다가 45년 5월 폐간을 결정했다.
해방 이후인 1946년 8월 복간했으나 6ㆍ25로 인해 다시금 1950년 7월부터 휴간, 1953년 7월부터 서울교구에서 간행을 맡아 월간으로 발행하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1959년 발행권이 서울교구에서 한국 천주교 중앙협의회로 넘어갈 때까지가 제3기로 구분된다. 이때부터는 내용과 성격도 단순한 교회 소식과 교리지식의 제공에서 나아가 당시의 시대상황 속에서 교회의 나아갈 길을 모색하려는 노력을 보였다.
한국 천주교 중앙협의회에서 발행하기 시작한 1959년부터 지금까지 제4기에 해당된다. 1960년대 중반부터 경향잡지는 사회정의에 입각해 갖가지 사회문제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한편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에는 공의회 문헌의 해설을 통해 신앙생활의 쇄신에 앞장섰다.
한국 천주교회사의 격동기를 관통해온 경향잡지는 오늘날 옛날과는 다른 조건과 환경 속에서 발행되고 있다. 교회 방송, 신문들이 운영되고 있고 여러 가지 관심과 형태의 다양한 매체들이 발행되고 있다. 따라서 경향잡지가 지니고 있던 독특한 역할과 기능은 상당부분 약화되고 퇴색된 감도 없지 않으며 이는 경향잡지 편집진으로 하여금 보다 새롭게 변화된 모습으로의 변신을 고민하게 하고 있다.
편집장 김진복 부장은『교회의 가르침과 그에 대한 해설을 전하는 한편 교회의 넓이와 깊이가 확대된 만큼 신자 대중의 다양한 의견이 수렴되고 폭넓은 대화가 이루어지는 장으로서의 기능을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추계 주교회의가 시작되는 10월14일에는 이원순 교수(서울대 명예교수,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 정진홍 교수(서울대 종교학과)를 초빙해 한일간의 역사문제와 다원종교사회 속에서의 교회에 대한 주교회의 세미나 겸 창간 90주년 기념강연회를 개최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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