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자를 죽여버리고 그가 차지할 이 포도원을 우리가 차지하자』(마태 21, 38).
옛날에 우리가 처음 수도원에 들어갔을 때에 수도원 측에서 우리 각자에게 여러 가지 필요한 책들을 주면서 책 앞장에 자기 이름을 쓰게 하였습니다. 첫째 반드시 연필로 써야 했습니다. 왜냐하면 수도원을 떠나게 되면 또 다른 사람이 그 이름을 쉽게 지우고 자기 이름을 쓰고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었고, 둘째 자기 이름 앞에 라틴어로「ad usum」이라 쓰고 그 뒤에 자기 이름을 써야 합니다. 그 이유는 수도자는 사용권만 있고 소유권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을 했습니다. 그래서 나도 수도원을 떠나게 되면 그 책들을 반납하고 가야함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면 또 다른 사람이 사용하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나는 이「사용권」과「소유권」이란 말의 개념에 대해서 의문이 있습니다.
수사님 한 분이 돌아가셨습니다. 그런데 일생을 수도자로서 살고 가신 그분의 짐을 정리하는데 보니까 무슨 물건들이 그렇게도 많은지 놀랐습니다. 그런데 그분이 돌아가신 후에는 모든 것이 그분에게 소용없는 물건들이 되어버렸습니다. 돌아가신 분의 손에 쥐고 있던 십자가와 묵주도 살아있는 사람들이 쥐어 주는대로 가지고 갔으며 자기가 소유권을 행사하여 선택해서 가지고 간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이런 일은 수도자 뿐 아니라 누구나 마찬가지 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소유권이란 것이 무엇인가? 결국 살아있는 동안에 사용하는 사용권이 아닌가? 사람들은 본능적인 소유욕 때문이지 죽을 때까지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소유권이라 하는 모양입니다.
그리고 어쩌면 세상살이 자체가 이 소유권의 지속적인 쟁탈전이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그 잘난 소유권을 차지하기 위하여 때로는 사람을 죽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오늘 복음에서 소작인들은 상속자를 죽이고 포도밭을 차지하려 했습니다. 그런데 그들이 성공했다 하더라도 이제부터는 자기들끼리 더 많이 차지하려고 새로운 싸움이 시작될 것입니다. 그래서 또 몇 차례 더 피를 보게 될 것입니다. 상속자가 죽으면 재산이 자기들의 것이 된다는 생각은 했지만 그 재산 때문에 자기도 죽게 되고 따라서 결국 자기의 소유도 되지 못함을 미처 생각지 못했습니다. 아무리 애써 모은 재산이라도 세상의 모든 것은 결코 자기의 완전한 소유가 되지 못합니다. 단지 살아있는 동안 사용할 권리가 있을 따름입니다. 지금의 소유자가 죽은 후에도 땅이든 집이든 재물은 그냥 남고 명의만 바뀝니다. 「ad usum누구」하듯이 말입니다. 결국은 모두 하느님의 것입니다. 그러므로 평생 사용권이 자기에게 있다고 해서 결코 남용해서는 안 됩니다.
인사동에 있는 어떤 한정식 집에 간 적이 있습니다. 한 사람이 어떤 외국 사람을 데려와서 대접을 하는 모양인데 얼마나 여러 가지를 많이 주문하는지 옆 좌석의 우리가 의아해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그가 주문한 음식 중 어떤 것은 거의 손도 못 대고 그들은 일어나 나갔습니다. 식당에서 시킨 음식은 자기 밥그릇에 떠다 담은 음식마냥 다 먹어야 할 것입니다. 먹지도 못할 음식을 잔뜩 시켜놓고 그냥 남기고 나가는 사람들이나 자기의 접시에 자기 손으로 담은 음식도 다 먹지 않고 수북 남겨서 쓰레기로 내버리는 사람들을 보면 어떤 추측을 하고 싶어집니다. 아마도 어릴 때에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해서 한이 맺힌 사람인가 봅니다. 어릴 때에 음식 때문에 받은 마음의 상처를 보상받는 마음으로 음식을 마구 대하고 하찮게 여겨 듬뿍 덜어서 확 쓸어버리는 모양입니다. 음식을 많이 남겨서 잘 대접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신문에 보니까 연간 음식 쓰레기가 7조원이라고 하니 나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금액입니다. 그리고 그 쓰레기가 자연을 훼손시킬 것을 생각하면 이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손해입니다, 자기 돈을 주고 산 음식도 자기의 완전한 소유가 아닙니다. 따라서 남용이나 낭비하지 말아야 합니다.
모든 권리에는 거기에 상응하는 의무가 따릅니다. 소유권이라도 좋고 사용권이라도 그렇습니다. 당연히 그 권리에 따른 의무도 지켜야 할 것입니다. 자기의 권리만을 좋아하고 주장하다가 하느님의 권리를 침해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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