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이 10월6일 창간 50주년을 맞아 김수환 추기경과 특별 인터뷰를 가졌다. 경향신문은 1946년 양기섭(베드로)신부가 일간지로 창간, 1963년 주식회사로 독립할 때까지 천주교 재단에 의해 운영됐던 신문인 만큼 가톨릭교회와 깊은 인연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10월2일 오전10시30분 김수환 추기경 집무실에서 마련된 인터뷰는 경향신문 고유석 문화체육 편집장과의 대담으로 이루어졌다.
1시간30분여에 걸친 대담을 통해 김수환 추기경은 국내 통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분야와 관련한 평소의 소신을 밝혔다.
◆ 무장공비 침투는 비극
최근 북한 무장공비 침투사건 등 첨예하게 부각되고 있는 대북한 문제와 관련 김수환 추기경은『근본적으로 이 같은 사건이 돌발할 수 밖에 없었던 남북한 분단 상황에 대해 말할 수 없는 비극을 느낀다』며『남북한 지도자들은 이러한 모습이 수치이고 어리석음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실감해야 할 것』이라고 서두를 꺼냈다.
김 추기경은『그러나 이 상황 하에서도 남북한이 모색할 수 있는 통일의 원칙은 평화적인 방법일 수 밖에 없다』고 강조,『서서히 만나 교류 협력하면서 평화통일의 길을 모색한다는 원칙을 어떠한 상황에서라도 남북한 모두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덧붙이고『북한은 남한과 화해하겠다는 의도를 행동으로 보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더불어 사는 성숙한 삶
『통일을 이루는 지름길은「우리부터 나누는 사람이 되자」는 의식』이라고 강조한 김 추기경은『최근 남북한 관계가 경색국면에 접어들고 있지만 이런 관계속에서도 남한 사람들은 다른 일에 앞서 더욱 함께 나누고자 하는 의식을 가지고, 더불어 사는 성숙한 삶을 살기위해 노력할 때 그만큼 빨리 통일의 길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대부분 국민들은 통일을 자신과는 연관이 없는, 지도자들이 하는 일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한 김 추기경은『그러나 우리 모두가 함께 나누고 실천하는 노력을 할 때 통일은 이루어지게 되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반드시 이 원칙은 변할 수 없을 것』이라고 재삼 강조했다.
◆ 지역 패권주의 지양
97년 대선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정치적 갈등과 지역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이 질문으로 주어지자 김수환 추기경은『정치인들이 대권 욕심을 버리는 자세변화가 무엇보다 요구된다』고 지적하고『이와 함께 지역 패권주의를 지양하는 노력이 병행되고 지방자치제가 뿌리내린다면 이 문제는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김 추기경은 대통령이 갖추어야 할 자질에 대해『성품 배경 등이 지역적인 것을 초월, 모든 사람들을 받아들일 수 있고 여러 문제를 통합해서 이끌어 갈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할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전두환 노태우 두 전 대통령의 사형 징역 22년 6개월 선고에 대한 의견을 묻자 김 추기경은『두 대통령이 국민들 앞에서 회개하는 모습을 보일 때 문제는 쉽게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제,『문제는「이에는 이, 눈에는 눈」으로 대응하는 것이 문제해결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 추기경은 이어『상처를 입은 사람이 용서를 청하기 전에라도 용서해 주는 태도가 자신의 상처까지 치유한다는 것을 아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피력하고『성경 말씀대로 원수까지 용서해주는 마음을 가질 때 그것이 우리 모두를 정말 아름다운 인간 모습으로 드높이는 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표명했다.
◆ 장기 경제정책 부재
감원바람 명예퇴직제 시행 등 최근의 경제난에 대해 "전문적인 입장을 표명할 수는 없으나 어려울 때를 대비한 위기관리나 연구가 미흡한 것 같다" 고 장기적 경제정책 부재를 지적한 김 추기경은『예를 들어「한국에서만 살 수 있는 물건」을 만든다든지 경제난 타개를 위한 방안이 나와야 할 것』이라며『또한 보다 중요한 것은 모두가 열심히 일하고 근검절약하는 습관을 가지면서 과소비하지 않는 생활태도를 지니는 것』이라고 전했다.
또『세계화의 참된 의미는 세계를 향해 열려있는 인간 품성을 지니는 것』이라고 피력한 김 추기경은『「한국인은 정직하고 성실하다」는 평판을 얻게 될 때 모든 나라들이 한국과 교류를 트려고 할 것』이라면서『어학능력을 갖추고 첨단기술을 익히는 것도 세계화를 위해 필요한 내용이지만 모든 세계인들과 동화될 수 있는 인품을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 은퇴 후는 봉사하는 삶
97년 서울대교구장 은퇴설에 대해 김수환 추기경은『은퇴서를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게 제출하고 교황이 수락하면 공식 은퇴가 이루어진다』면서『좀 쉬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말과 함께『교황성하가 은퇴를 수락해 주기를 바란다』고 응답. 김 추기경은 은퇴 후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성직자로서 은퇴를 하더라도 할 일은 매우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며『신자들도 만나고 교리수업 강론 등을 하며 봉사하는 삶을 살고 싶다』고 계획을 내비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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