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울타리를 벗어나 있는 청년 신자들을 어떻게 교회 안으로 끌어들일 것인가.
서울대교구 등 몇몇 교구에서는 올해들어 사목지침의 큰 줄기를 청소년 사목 활성화로 설정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에 따라 본지는 96년 신년호부터 10회에 걸쳐 「투자없이 결실없다」제목으로 청소년 사목과 관련된 기획 연재 시리즈를 마련한 바 있다.
96년이 4/4분기를 맞고 있는 시점에서 이제 본지는 청소년 사목 기획시리즈 뒤를 이어 청년사목에 대한 문제를 짚어보고자 한다.
성인도, 주일학교 사목 범주에도 들지 못한 채 주변인처럼 교회 밖 홀로서기를 하고 있는 수많은 청년들 문제는 향후 2천년대 복음화 문제와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청년, 사목의 사각지대
『한국 천주교회 청년사목에 대한 관심은 원론적 수준이라 생각합니다.
미래에 대한 준비 차원에서 청년에 대한 중요성을 아직 인식하고 있지 않은 느낌입니다』(30대 편신도).
『청년들을 교회로 이끌어 낼 근본적 카드가 없습니다. 안 나온다고만 이야기 하지요. 그나마 한다는 것이 무턱대고 같이 있어주는 것이라 생각, 늦게까지 함께 지내주는 것입니다. 그것도 개별적 노력에 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서울 ㄷ본당 보좌신부).
『교회 행사에 막일을 하는 대상으로 여기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 같아요. 흥미를 가질만한 프로그램도 없구요. 우리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 등도 부족한 것 같습니다』(대구 ㅅ본당 청년부 활동자).
2백주년 사목회의 의안 중 특수사목 1 「청소년 사목」 5항은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청소년은 현세의 희망으로 가장 중요한 존재이다. 교회는 미래의 인류이고, 미래의 교회일 수 밖에 없는 청소년들로 하여금 하느님 말씀과 구원 계획에 배반되는 인간의 판단기준, 가치관, 관심의 초점, 사상의 동향, 사상의 원천, 생활양식 등에 있어 복음의 힘으로 영향을 받아 그것들을 역전시키고 바로 잡을 수 있도록 준비를 시켜야 한다』
사목회의 의안이 발표된 지 12년이 흐른 지금 교회 내 청년사목은 과연 이 같은 의지를 바탕으로 장기적 정책과 구체적 실천 프로그램 속에 활성화 됐다고 할 수 있을까. 교회 내 청년사목 관계자 대부분은 이러한 물음에 회의적 반응을 보인다.
『청년사목의 중요성은 누구나 인정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사목 접근방법이 대부분 추상적이고 관념적입니다. 청년들이 교육 대상이자 교육을 행하는 이중적 구조를 가졌다는 것에 대해 인식 폭이 넓지 않습니다』
95년 한국천주교 교세통계표에 의하면 한국교회 내 만 20~29세는 64만4천3백77명이며 30~39세 신자수는 74만9천1백34명이다. 이들 중 20~35세를 청년층이라고 분류해 볼 때 전체신자 중 청년신자 비율은 30%가 넘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39세까지 그 범주에 넣는다면 비율은 39%까지 늘어난다.
그러나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교회 내 청년 단체 프로그램은 공인 비공인 프로그램을 합쳐 20여 개에 불과하다. 이러한 현실을 보더라도 교회 내 청년 신자들의 자리는 태부족하고 사목현실 또한 열악하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그러면 청년들이 사목대상의 외곽으로 밀려나 있는 원인은 무엇일까.
서울 ㅂ본당의 한 보좌신부는 『교회 어른들이 청년의 완성은 곧 장년이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청년에 대한 투자를 밑 빠진 독에 물붓기로만 생각하는 것이 안타깝다』는 말로 그 이유를 설명한다. 즉 젊은이들에 대한 인식과 시선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또 한 사목자는 『그간 급격한 교세확장으로 인해 늘어나는 신자들을 사목하느라 어느 특별한 연령층에 관심을 기울일 여력이 부족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서울대교구 청년사목 전담 홍인식 신부는 『지금껏 교회당국은 젊은이들에 대한 투자보다 교세확장에 따른 실제적 사업면에 관심을 두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청년사목은 일선 사목자들에게 현장성 있게 현실감 있는 사목문제로 다가서지 못했다』고 전하고 있다.
젊은이들 자체가 경제적 기반이 없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관심과 인식확대는 곧 투자로 이어진다. 관련 사목자들은 이 같은 투자를 「미래에 대한 투자」로 여기고 젊은이들의 성장을 기다리고 인내하는 것, 즉 일단 젊은이들에 대한 기존의 인식틀을 깨는 것에서 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젊은이들에 대한 교회의 관심과 배려는 이제 선택이 아니고 사목의 첫 자리 중 하나가 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2천년대 복음화를 3년 남짓 남겨두고 있는 시점에서 젊은이들을 미래의 지도자로서 준비시키고 육성시키는 교회 노력은 곧 한민족 복음화, 아시아 복음화를 향한 밑거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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