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도시사회 안에서 양들은 어디에 있는가. 주택가 한가운데 널찍하게 자리 잡은 성당에는 이제 전과 같이 많은 사람들이 찾아들지 않고 있다. 주일미사에 참례하는 신자는 전체의 30~40%, 나머지 신자들은 어디에 있으며 사목자들은 그들을 어디에 가서 만날 수 있을 것인가.
직장 사목은 본당에서 찾을 수 없는 신자들을 가장 효과적으로 만날 수 있는 미래 지향적 사목 분야이다. 농경문화에 뿌리를 둔 속지주의로부터 현대사회의 환경에 적응하는 속인주의로 한국교회는 사목의 다변화를 이룰 필요가 있다.
전교의 달인 10월을 맞아 새롭게 그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직장 사목의 필요성과 전망, 과제에 대해 3회에 걸쳐 모색해 보고자 한다.
필요성
국내 유수의 유통업체인 N백화점에 근무하는 박정호(스테파노ㆍ29)씨는 비록 중학교 다닐 때 영세를 받았지만 학생회, 주일학교 교사, 레지오 마리애 등 열심한 신앙생활 및 본당 활동을 해왔다.
하지만 직장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본당 활동은커녕 제대로 주일미사 참례하는 것도 어려워졌다. 매일 8시, 9시까지 이어지는 근무시간, 남들 다 쉬는 토요일과 일요일도 밤 늦게까지 근무해야 하는 탓에 주일을 지키는 것이 쉽지 않다.
『「새벽에 미사 보면 되잖아요」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것도 하루 이틀이지 1년 열두 달 일요일 새벽미사가 결코 쉬운 것은 아니잖아요』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마저 멀어진다」는 옛말처럼 그는 한번 두 번 주일미사를 빠지게 되자 신앙생활 자체가 느슨해지기 시작했다. 빠질 때마다 고해성사를 하는 것도 고역인지라 번번이 되풀이되는 악순환에 이제 성사보는 것도 부담스럽고 귀찮아졌다.
더군다나 어릴 때부터 다니던 본당 지역을 떠나 직장이 있는 곳으로 이사를 하고 교적도 아직 옮기지 않았으니 냉담자로 처리된 것은 당연한 이치. 열심히 본당 활동을 할 때 자신이 가가호호 방문을 하며 「회두」를 권유하던 바로 그 냉담자가 된 것이다. 주위에는 그처럼 이런저런 이유로 냉담자가 된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러면 과연 교회는 냉담자들을 어디 가서 만날 수 있을 것인가? 퇴근해서 집에 돌아오기를 기다려 한밤중에 냉담자들의 집을 찾아나설 것인가? 이는 도시화 된 현대사회 안에서 그다지 효과적인 돌파구는 못될 것이다. 적절한 보완이 없는 한 현 본당의 구조 하에서는 이들을 충분한 정도로 만날 수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 교회, 특히 평신도들이 안고 있는 또 하나의 큰 문제는 신앙과 삶의 괴리 현상이다. 많은 신자들은 가정이나 성당보다는 훨씬 많은 시간을 직장에서 보낸다. 웬만큼 열심한 신자가 아니라면 한주에 1시간 정도의 미사 참례가 신앙생활의 전부이다.
대기업에서 영업을 담당하는 35세의 한 신자는 『유아세례를 받아 성당이나 집에서는 가끔 기도도 하지만 실제로 직장생활을 할 때에는 하느님과 아무 상관없기 일쑤』라며 『남을 이겨야 하니까 가끔 거짓말도 하고 성당에서는 할 수 없는 일들도 종종 한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대교구 평신도 사목국 직장인 사목부에서 실시한 한 조사에 의하면 「상사가 계명에 어긋나는 일을 시켰을 때 취한 태도는?」이라는 질문에 「주저없이」,또는 「하는 수 없이」했다는 답은 25%,「적당히」또는 「단호히」거절했다는 응답은 이보다 높은 33.6%로 나타났다. 하지만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무응답이 거의 반수인 41.4%를 차지한다는 점이다. 전부는 아니더라도 그 중 많은 부분은 직장생활을 하려면 할 수 없지 않은가 하는 무언의 응답일 가능성이 높다.
신앙이 전인적 삶이 아니라 다만 생활의 한 부분이라는 의식, 신앙과 현실생활과의 괴리감은 믿음이 성당 건물 안에 갇혀있게 만든다. 삶의 현장을 복음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그 외에도 한국교회는 성당 대형화에 따른 신자들의 익명화와 소외현상, 청장년층 신자들, 특히 남성 신자들의 부족, 예비자와 신영세자수의 감소 등 전교와 생활의 측면에서 2천년대 복음화를 앞두고 선결돼야 할 과제들이 산적했다. 그리고 이런 과제들은 지금까지와 같은 본당 중심 사목활동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여기에서 교회의 오랜 전통인 본당 구조와 본당 중심 사목을 보완할 수 있는 새로운 차원의 사목 분야가 개발돼야 할 필요성이 대두된다.
그 한 가지가 바로 직장 사목이다. 직장 사목은 말 그대로 사람들이 있는 현장으로서 직장을 대상으로 하는 사목이다. 본당에는 사람들이 찾아오는 곳으로서의 기능이 우선하지만 직장은 교회가 찾아나서야 할 삶의 현장이다.
물론 아직 직장인 사목은 초기단계로 가능성과 전망이 폭 넓게 진단되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지금까지는 상당한 정도로 그 미래지향적 잠재력이 엿보이고 있다는 데에는 많은 이들이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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