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원로 가톨릭 작가 엔도 슈사쿠가 9월29일 도쿄(東京) 게이오(慶應)대병원에서 숙환으로 타계했다. 향년 73세.
그는 일본 팬클럽 회장, 예술원 회원을 지냈고 노벨 문학상 후보에 오르기도 한 대표적인 일본 작가. 특별히 그는 일본의 전통적인 정신세계와 그리스도교의 사상을 조화시키는 것을 필생의 과제로 삼고 작품 활동을 해온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1923년 도쿄에서 태어난 그는 어머니의 영향으로 어려서 가톨릭신자가 됐고 55년 「하얀 사람」으로 아쿠타가와(茶川)상을 수상하면서 화려하게 문단에 나왔다. 그 후 2차대전 당시 규슈(九州)대의 미군 포로 생체 해부 실험을 소재로 일본인의 죄의식을 다룬 「바다와 독약」으로 58년 신조(新潮) 문화상과 마이니치(每日)출판상을 받았다.
하지만 그의 작품 세계와 문학 주제를 가장 극명하게 드러낸 작품은 우리나라에도 번역, 소개된 「침묵」이라고 할 수 있다.
에도(江戶)시대 그리스도교 탄압과 배교자의 고뇌를 그린 이 작품은 대개의 종교소설과는 달리 순교자의 승리보다는 배교자의 고통을 그리고 있다.
그는 동양적 세계관, 일본의 고유한 전통 정신세계 안에서 그리스도교 교의를 받아들이는데 있어 보다 철저하고자 했다.
따라서 그는「침묵」과 함께 예수평전 「예수라는 남자」등 다른 많은 작품들 속에서도 그리스도교 정신과 일본 전통 정신세계의 상극을 파헤치며 『일본인에게 그리스도교는 과연 무엇인가』를 묻는 역사소설 집필에 주력했다.
문학과 종교의 관계에 대해서 그는 양자가 서로 상충될 뿐만 아니라 이율배반적인 성격을 지닌 것으로 주장했다. 이는 스스로 문학과 종교를 함께 지닌 그에게 많은 갈등을 안겨 주었던 듯 하다.
하지만 신과 인간의 문제에 대한 그의 끈질긴 탐구와 구도는 신앙에 대한 열정에 다름아닐 것으로 보인다. 『인간 마음의 가장 깊은 곳에 하느님이 움직이고 있으며 온갖 세상사에 하느님이 작용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고백한데서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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