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71년 3월24일 서울대교구 김수환 추기경이 도시빈민과 노동계 안에서 교회의 역할과 활동에 대한 연구의 필요성에 의해 소집, 「도시산업 사목연구회」란 이름으로 출발한 서울대교구 사회사목부 노동사목위원회(담당=최창무 주교, 위원장=도요안 신부ㆍ이하 노사위)가 설립 25주년을 맞았다.
한국 노동계의 복음화를 위해 출범한 노사위는 처음 12명의 사제로 시작, 1996년 현재 가톨릭 노동청년 전국본부 등 12개의 유관단체로 성장해 왔다.
노동계에 대한 탄압이 심했던 70년대부터 노동자들의 권익을 옹호하고, 가난한 이들과 함께 하기 위해 설립된 노사위는 숫한 탄압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수많은 일들을 해왔다.
70년대 노사위의 활동은 신학생 양성을 통해 미래 사목자들에게 노동사목의 중요성을 일깨우는가 하면, 부제학교와 프라도 사제 양성 등 지도자 양성에 주력했다. 특히 80년대 초까지 노사위는 가톨릭 노동청년회(JOC)와 가톨릭 노동장년회(CWM)와 함께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발전시키는데 주력해왔다.
80년대의 노사위는 급변하는 한국노동계 상황과 그 맥을 같이 한다. 광주민중항쟁 이후 심해진 노동계에 대한 탄압에 분연히 맞서왔던 노사위는 콘트롤 데이타사건, 원풍모방사건 등 굵직굵직한 노동탄압 사건에 함께 했다. 노사위가 사무실을 갖춘 것도 이때로 1983년 12월 당시 경갑룡 주교의 배려로 옛 주교관 3층에 사무실을 처음내고, 87년 6월19일 현재의 노동사목회관으로 옮겨 오늘에 이르렀다.
또한 노동사목 위원회는 설립되던 해인 1971년 11월14일 평신도의 날을 맞아 「오늘의 부조리를 극복하자」라는 한국천주교 주교단 공동교서 발표에 기여했으며 1985년 7월5일 「이 사회의 인간화를 위하여」란 제목의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사회사목교서를 발표하게 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처럼 노동사목 위원회는 지난 25년 동안 신학생 등 사목자 양성과 교회의 대사회 정책에 큰 몫을 담당해왔는가하면 한편으론 탄압 받는 노동자들의 동료로, 안식처로 동반자적 역할을 담당해 왔다.
1958년 노동청년회의 창시자인 가르덴 추기경이 한국교회를 방문하면서 시작된 JOC는 60년대까지만 해도 주로 레크리에이션 등 소비적인 프로그램을 갖고 노동사목을 시작했다. 그러나 박정희 정권이 출범한 이후 도시 산업화 정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JOC를 중심으로 한 한국교회의 노동사목은 노동조합운동에 깊이 관여하기에 이른다.
노동사목 위원회가 설립된 71년부터 80년대 중반까지 노동사목 위원회는 군사독재 정권과 맞서 노동자 협동조합의 설립, 노동 상담소, 가톨릭 노동장년회 발족 등 노동현장의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활동에 많은 활동을 해왔다.
그러나 90년대에 들어서면서 노동사목 위원회는 자기 정체성을 정립하기 위한 준비기간에 들어간다.
70~80년대, 숨 막히고 긴박한 노동계의 여러 사건 속에서 투쟁 일변도(?)의 노동운동에 동참했던 노동사목 위원회는 90년대에 들어서면서 협동조합의 활동범위가 적어지면서 거듭 태어나기 위한 반성의 시간을 갖고 있다.
이 시기에 대해 도요안 신부는 『90년대에 들어서면서 협동사회, 즉 모든 사회구성원들이 함께 살 수 있는 사회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지는 시기』라고 전제하고 『2천년대를 맞이하는 노동사목 위원회는 이 시점에서 거듭 태어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노동사목 위원회는 이번 25주년 행사를 마친 후 교회는 물론 사회 각층을 대상으로 「2천년대를 바라보는 노동사목 위원회의 정체성 확립」을 위한 심포지엄 등 열린 장을 계속 마련해 나갈 예정이다.
이 장을 통해 2천년대 노동운동 즉 교회 노동사목의 방향과 체질을 바꾸어 나갈 전망이다.
도요안 신부는 『70~80년대와 달리 지금은 노동자에 대한 개념이 많이 변화된 상태』라며 『그렇기 때문에 변화된 노동상황에 적절히 대처하기 위한 다각적인 연구와 대책마련이 시급할 것』이라고 강조, 2천년대를 위한 노동사목의 정체성 확립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앞으로 노동사목 위원회는 변화된 노동환경에 새롭게 적응하기 위한 다각적인 시도를 하게 될 전망이다. 특히 현재 건립 중에 있는 노동사목센터가 건립되면 그 안에 노동사목을 보다 효과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연구소를 설립할 구상을 갖고 있다. 이 연구소는 앞으로 노동사목에 대한 종합적인 연구를 통해 노동사목 현장을 뒷받침하는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게 될 예정이어서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미 노동사목 위원회는 설립 이후 최초로 후원회를 모집하고 있고, 노동사목센터를 한국교회의 노동사목의 총 집합체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서울시 보문동에 지하 4층 지상 7층(미정)으로 건설될 이 센터에는 노동사목 관련 단체들이 모두 입주, 말 그대로 한국교회 노동사목의 메카로서의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
이처럼 2천년대를 향한 노동사목 위원회의 노력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는 않고 있지만 분명, 시대와 고난의 현장에 함께 하려는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설립 25주년. 이제 비로소 청년의 모습을 갖춘 노동사목 위원회가 변화하는 시대에 적응하기 위한 노력에 교회 구성원들은 모두 애정과 사랑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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