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공안원들이 몰려와 우리가 대성당 폐허에서 찍은 사진의 필름을 회수하겠다는 것이었다. 다행히 수습은 되었지만 우리에게 숨김없이 사실을 증언해 주셨던 진 신부의 입장이 더욱 걱정스러웠고 그 마음은 지금도 풀리지 않은 채 기도할 따름이다. 정말 하느님을 믿고 증거하는 것이, 예수님의 말씀을 따르는 길이 그렇게 고통스럽고 험난한 것인지…
우리 순교선열들의 위대하심을 다시한번 상기하며 짙은 신앙의 연대감을 체험했다. 제발 무사하기를….
주님 그들을 보호해 주소서!
8월11일 저녁 6시, 비교적 쉽게 허락을 받고 북경 북당(北堂)성당 미사에 참례할 수 있었다. 212여 년 전 우리의 대선조이신 이승훈이 세례를 받으셨고 95년 전에 레브 신부님이 신품성사를 받으셨던 수많은 역사를 기록하고 있는 북경성당이었다. 마침 성모승천 대축일을 기해 19명의 어린이들의 세례식을 겸한 미사였다. 노인층이 더 많아 보이는 소박한 차림의 신자들이 성당을 꽉 메운 채 열심히 기도했다. 특히 종이조각하나 없는 맨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한결같이 우렁차게 한목소리로 익숙하게 기도하고 성가를 부르는 모습이 더욱 인상적이었다.
8월15일 아침. 북경인민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계신 맹제영 신부님이 우리를 신철학원(神哲學院)으로 안내해 주시고 한국어 미사도 드려 주셨다. 신철학원은 전국 신학교로서 전국 규모에 어울리게 확장계획을 세워놓고 9월부터 착공할 예정이라 했다. 중국 교회에 대한 일반적인 소개와 특히 신학교의 현황과 전망에 관하여는 북경 천주교 교무 위원회 부주임인 유백년씨가 융숭한 접대와 함께 장장 2시간에 걸쳐 설명해 주었다. 『추수할 것은 많은데 일꾼이 적다』는 예수님의 말씀이 정확하게 들어 맞는 상황이었다. 새로 개종하려는 사람들도 많고 성직과 수도생활을 지망하는 젊은이들이 너무도 많은데 지도자도 장소도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중국은 현재 정치적으로나 종교적으로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는 나라임이 분명하다. 가톨릭교회도 바티칸을 비롯하여 많은 교회에서 직간접적으로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서두르지 않고 침착하게 부분적으로 자신을 개방하면서 스스로의 힘으로 성장하려 발돋움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우리나라를 위시하여 세계의 교회가 중국의 복음화를 꿈꾸며 초조히 기회를 엿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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