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80년대 괄목할만한 성장을 구가했던 한국 천주교회는 80년대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성장이 둔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게 됐고 90년대부터는 그 증상이 점차 두드러지고 있다. 실제 84년을 정점으로 영세 입교자수는 해마다 하강곡선을 그리고 2천년 초반에는 거의 성장이 멈추리라는 예측까지 나오고 있다. 2천년대 복음화를 불과 3년 남짓 남겨두고 있는 시점에서 많은 이들은 이러한「총체적 선교위기」를 지적하면서 한국교회 미래모습에 대해 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과연 이러한 한국교회 침체현상 원인과 치료방법은 무엇일까?
본지는 전교주일을 맞아 각 교구 사목국장에게 이에 대한 질문을 던져 보았다. 교구 사목현장을 실제적으로 파악하고 있는 사목국장들의 이야기를 종합해 봄으로써 한국교회 복음화 상황을 현실적으로 짚어보고 또 효율성 있는 선교정책 방안을 함께 생각해 보기 위함이다.
질문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 현재 한국교회 복음화에 있어 가장 큰 장애요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② 2천년대 복음화를 위한 선교활성화 방안을 제안해 주신다면 어떤 것입니까.
⊙ 서울-박기주 신부
① 사회구성원들의 생활은 바빠지고 가정에서도 맞벌이 부부가 증가되는 등 급격한 사회 변화흐름으로 인해 공동체모임을 갖기 어려운 점이다. 또 신앙생활이 주일미사만으로 다 이루어진다는 위험스런 사고가 만연해 있다.
② 모든 공동체에서 선교에 관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먼저 토론하는 작업이 있어야 할 것이며 예비자 시기부터 지역 공동체가 신앙의 여정을 함께하는 배려가 있어야 한다. 즉 대부모가 그 공동체에서 배출되어야 하며 예비자들에 대한 돌봄과 배려 신앙의 동반자 역할이 공동체의 중요한 사명임을 깨닫게 해주어야 한다.
⊙ 수원-김영옥 신부
① 가치관 변화다. 국민소득이 높아짐에 따라 봉사 사랑 자선 등 신앙과 관련된 가치보다 물질과 안락을 더 중요시 여기는 풍조가 만연되고 있다.
② 소공동체 형성에 대한 모든 사목자들이 전문화가 필요하다. 또한 복음화와 교회일에 평신도들의 참여를 보다 적극적으로 유도해야 한다. 이와 함께 청소년 문화와 기성세대의 문화가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새로운 문화가 가정에서부터 이루어져야 한다.
⊙ 청주-송열섭 신부
① 외부적 요인으로는 만연된 물질주의와 이기주의 그리고 편의주의와 쾌락주의다. 이 같은 풍조 속에서 사람들의 종교에 대한 관심은 적어질 수 밖에 없다. 내부적 요인으로 가장 큰 것은 신앙공동체가 하느님 중심으로 살지 못하고 세속화되는데 있다.
②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언급했듯이 「새로운 복음화」가 필요하다. 이것은 교회 내적쇄신과 교회 근본사명인 선교사명을 「새로운 열의 방법 표현」으로 추진해 가는 것을 말한다. 이것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성직자들의 쇄신이 필요하다. 그리고 선교방법과 표현도 기다리는 방법에서 사람들의 삶의 공간으로 뛰어드는 방안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 춘천-하화식 신부
① 대부분 사목자들이 교회구조의 가장 밑뿌리가 되는 지역 공동체(구역/반)보다 단체중심으로 본당사목에 주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 너무 많은 단체가 본당 안에 생김으로써 신자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반모임이 본래적 의미를 살리지 못할 경우 반공동체는 힘을 얻지 못하게 된다는 점과 사목자들이 실제로 깊이 반공동체를 들여다보지 못하는 점도 장애요인에 속한다. 본당 단체장들이 구역장보다 더 큰 힘을 가지고 있고 모든 것을 이끌어나가는 것도 문제라 생각한다.
② 구역 반공동체는 조직을 강화하고 사목자들이 직접 복음화를 일구기 위해 애쓰고 가장 주력해야 할 영역이다. 또한 본당 사목협의회의 자문기능을 최대한 활용해야 할 것이다. 현재는 그 본래적 목적보다 행사와 일을 위한 협의기구로만 묶여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 원주-김한기 신부
① 먼저 교회가 소금과 빛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실안주 내지는 물질주의와의 영합으로 사회전체에 큰 매력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또한 지나친 성직자 위주와 각종 교육 피정에 대한 무관심으로 오는 신자들의 신앙심 부족이다. 이외에 전문성 부족으로 교회가 사회 변화추세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② 가장 필요한 것은 소공동체의 활성화다. 구역 반모임을 정기적으로 가지는 한편 신자들의 적극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또한 교구 본당단위의 대신자 교육 피정 기회를 늘려야 한다. 더불어 모든 신자들의 1인1 단체 가입을 추진, 사도직 활동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켜야 한다. 선교만을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지침을 줄 수 있는 선교연구소 설립도 절실하다.
⊙ 인천-강근신 신부
① 신자들이 물질문명 등의 팽배로 인간의 내면적 가치를 추구하기보다 찰나적 쾌락과 같은 외적 요인에 더 관심을 두고 있으며 교회 안에 어떤 이념이나 주의와 같은 것들이 신학이나 학설이라는 이름으로 들어와 순수한 신앙의 자리가 흔들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많은 이들이 개인주의에 젖어있고 소극적 신앙생활로써 세상 안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교회 안에 파고든 행정 조직 재무 혹은 행사와 같은 기능적 역할이 크게 강조되면서 증거하는 삶이 부족한 것도 한 원인이 되고 있다.
② 모든 그리스도인이 복음적 삶을 살아가기 위한 기도 희생 봉사가 뒤따라야 한다. 또 교회는 「몇 명이 영세했다」는 숫자위주에서 벗어나 항상 깨어서 시대징표를 읽고 인류와 교회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평신도들이 사도직에 참여할 수 있도록 교회 문을 더욱 넓히는 것과 신앙의 토착화 다양한 계층에 존재하는 삶의 현장으로의 복음 회귀도 필요하다.
⊙ 안동-권혁주 신부
① 어디에서 무엇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 지 교회 스스로가 자기진단을 회피하거나 자기 정체성을 거부하고 있는 듯 한 느낌을 받고 있다. 「총체적인 위기상황」이라고 우려를 표명하고 있지만 이 우려가 허공 속에 메아리로만 남아있다.
결국 한국교회의 문제점이나 복음화 장애요인들을 극복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함께 노력하지 않으려 하는 안일함이나 태만이 현재 한국 천주교회 복음화에 있어 가장 큰 장애요인이라고 말할 수 있다.
② 무엇보다 삶의 증거라고 생각한다. 각자가 처한 삶의 자리에서 복음대로 살고 그 삶을 통해 복음을 증거하는 것이 내외적인 복음화의 첫 단추이다.
그러나 현재 한국천주교회가 처한 상황에 걸맞는 「새로운 열의, 새로운 방법, 새로운 표현」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필요하다면 교회의 조직적인 측면에서도 「새로운 조직」까지 강구해야 될 것이며 이를 통해 「세상에 열린교회」가 되어 가야한다.
⊙ 전주-박찬길 신부
① 선교의식의 결여라고 본다. 현재 한국교회는 그동안 어느 나라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괄목할만한 성장을 했다. 이런 성장은 교회의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선교의 결과라기보다는 정치구조에 따른 사회분위기에 편승해서 교회의 큰 노력이 없이 이룬 결과로 생각되며 그 결과 사목자뿐 아니라 그 구성원 대부분이 적극적인 선교의식의 결여를 낳았다고 본다.
② 신자들의 선교의식을 고취시키기 위하여 무엇보다도 예비자 교리 때부터 선교가 그리스도인 본연의 사명이라는 사실이 강조되어야 하며 또한 기존 신자들에 대한 재교육이 일시적이 아닌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 마산-강윤철 신부
① 복음화에 있어 가장 큰 장애요인이라고 한다면 무엇보다 「자기 자신에 대한 무관심」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한 무관심은 물질주의에서 기인하는데 외적이고 표피적인 것을 추구하다보니 내적인 참 자아에 무관심하게 되고 때문에 종교에도 무관심하게 된다.
또한 신자들도 이러한 풍조에 점차 휩쓸리고 신앙에 대한 확신과 긍지가 부족해 삶으로써의 신앙인의 자세를 비신자들에게 보이지 못하고 있는 것이 복음화의 장애요인이라고 본다.
② 소공동체 운동을 통한 복음화가 선교 활성화의 대안이라고 할 수 있다.
소공동체 운동은 신자 자신의 복음화는 물론 지역사회의 복음화를 추구함으로써 선교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본다.
지금까지 한국교회는 「삶의 현장」으로서 교회 구현에 실패했다고도 볼 수 있는데 소공체 운동은 신자 자신의 참된 복음화를 통해 직장 사회의 비복음적 요소를 바꿈으로써 환경을 복음화하고 나아가 사회를 복음화하는 큰 원동력이 될 것으로 본다.
⊙ 대구-이용호 신부
① 첫째, 선교의지가 부족하고 선교의식이 결여되어 있다. 알리고 선포하는 것은 행실로 증명되는 것이다. 신앙적인 면에 적극성을 가져야 하는 것이 우리 순교자들의 삶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신앙을 선포하는 일에 미온적 태도를 가진다.
둘째, 선교를 위한 교구 및 본당이 유기적인 체계가 부족하고 미온적인 대처와 연구 부족으로 인하여 다양한 선교방법을 활용하지 못할 뿐 아니라 적극적인 홍보가 없다.
셋째, 가정에서 신앙생활을 지도하지 않는다. 부모들의 세속적인 출세 지향주의와 성적위주의 잘못된 가치 기준이 신앙과 연결지우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복음선포는 곧 구체적인 선교라는 것을 알지 못하고 있다.
② 첫째, 기초공동체와 소공동체의 활성화이다.
둘째, 선교에 소외된 분야, 즉 청년부와 직장부에 대한 투자와 전문가 양성이다.
셋째, 사회변화에 따르는 홍보 수단과 정보 수단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다. 매스 미디어를 활용한 선교홍보와 교구를 초월한 선교정보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다.
⊙ 제주-허승조 신부
① 영성과 열심을 혼동하는 교회 내의 모습에 찾을 수 있다고 본다. 영성없는 열심은 광신을 불러 일으키게 되고 종교를 비현실적인 사물로 만들기 십상이며, 신심을 가정과 사회와 현실로부터 고립시키고 사유화하게 된다. 그런데 우리 교회는 개인주의적이고, 영신주의적(영혼구제) 초자연적인 신앙만을 설교하면서 현대인들의 아픔을 같이 나누지 못하고, 영성과 열심을 구분하지 못하고 영성대신 열심만을 강조하며 세속과 동떨어진 열심만을 부추기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② 선교는 결코 어떤 민족, 문화, 종교에게 서구화된 그리스도교를 전하는 사업일 수 없다. 선교는 민족의 종교와 전통 속에 서린 혼, 하느님이 심어주신 영혼을 발견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선교활성화 방안으로 요즘 수원 최덕기 주교님이 제안한 2천년대 복음화를 위한 공동교서의 제안은 선교적 활성화의 방안을 모색하는 토대가 될 것이라 믿는다. 개인적으로는 서구식이 아닌 우리의 혼이 담긴 우리 정서에 맞는 「교리서」가 나왔으면 한다.
⊙ 부산-김기홍 신부
① 우리 사회에 만연돼 있는 기회주의, 적당주의, 한탕주의, 경제제일주의, 배금주의, 과소비주의, 가족ㆍ개인 이기주의로 사회가 더 심하게 파괴되어 가고 있다. 아울러 우리의 삶속에 깊숙이 파고든 도덕ㆍ윤리의 몰락으로 낙태, 살인, 자살 등 생명을 직접 죽이는 행위뿐 아니라 직간접적으로 생명을 위협하고 가볍게 보는 풍조로 사람의 주인이신 하느님을 모독하고 있다.
② 소공동체의 활성화로 살아있는 세포로서의 소공동체 안에서 체험되고 소공동체로 신자들을 결속하여 올바른 신앙생활을 할 수 있도록 인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소공동체는 신자 관리의 효율적 기능으로서 하부 조직이 아니고 하나의 작은 교회로 인식돼야 한다.
또한 우리 교회도 세상 사람들에게 말로가 아니라 우리의 실제적인 삶을 통해서 교회의 모범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 대전-이범배 신부
① 금년도 신자의식 실태조사에 따르면 복음화의 내적 장애요인으로 신자로서의 자의식 부족이 지적됐으며 외적 장애요인으로는 가시적이고 화려한 것을 추구하려는 사회의 비뚤어진 가치관이 지적됐다.
이러한 신자 개개인의 내적인 장애와 사회 외적인 장애가 복음화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② 그러므로 2천년대 복음화를 위해서는 신자들의 자의식을 형성하기 위한 재교육 프로그램이 본당의 구조 속에 정착돼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는 주일학교 등 어린이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이 주류를 이루어왔는데 이제는 구역 반 조직을 통해 정기적인 성인 신자교육이 정착돼야 한다고 본다.
더 나아가 성사 교리 전례 전반에 대한 교육이 본당과 본당 간에 상호 연계돼 실시돼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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