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에게 돌려 주시오』(마태 22,21)
휴가 중에 주일을 맞이하여 가까운 성당을 찾아가서 슬며시 미사 참례를 하게 되었습니다. 모처럼 미사를 집전하지 않고 신자들과 함께 미사에 참례하니까 여러 가지 새로운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오랜만에 주일 헌금을 하는 기분도 괜찮았습니다. 하긴 한번이니까 그렇지 매 주일 이만한 금액을 헌금하려면 상당한 부담이 되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나를 되돌아 보게 하는 부분은 강론이었습니다.
그날의 신부님 강론 주제는 「남을 판단하지 말라는 것」이었는데 얼마나 내용이 좋고 또 열정적이었던지! 나는 일생 한 번도 그런 강론을 해보지 못한 것 같아 부끄러운 느낌이 들었습니다. 노트에 써온 원고를 틈틈이 보아 가면서 차분하면서도 힘 있는 말씀이 논리도 정연했습니다. 그리고 복음 말씀을 충분히 묵상하신 표가 물씬 났으며 그런 힘 있는 강론은 본인이 평소에 그렇게 그런 마음으로 살지 않으면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신자들의 기도에 대해서는 약간 부정적이었습니다. 그냥 경본에 있는 대로 읽고 끝나 버리기에 신부님이나 수녀님들이 별로 신경쓰지 않은 것처럼 보였습니다. 자기 본당의 고유한 공동체적 기도 지향이 있을 텐데 그냥 끝나 버리는 것이 아쉬웠습니다.
전에 어떤 본당에서는 성무일도서에 있는 신자들의 기도를 읽는 것을 본 적이 있는데, 마침 그리스도께 바치는 기도를 그대로 읽었기 때문에 이것은 영 맞지 않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미사는 그리스도와 함께 성부께 바치는 제사라고 한때, 『영광스러이 부활하신 그리스도여!』라고 시작하는 기도는 아무래도 어색하고 그래서 끝날 때에 『이 모든 것을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비나이다』하는 끝맺음이 격에 맞지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미사 경본에서도 그리스도 축일의 본기도는 그 끝맺음이 다른 축일 때와는 다릅니다.
내가 봉헌하는 미사전례를 많이 반성하게도 되었습니다. 나는 주례자로서 전례 중에 모든 경문을 빨리빨리 읽음으로 서둘러 끝내 버리는 듯 보이지는 않을까? 쓸데없는 동작이나 점잖지 못한 움직임 예를 들어 머리를 자꾸 쓰다듬거나 눈이나 코를 비비고 가려운 곳을 큰 동작으로 긁지는 않는지? 찌푸린 얼굴과 신경질적인 움직임 때문에 참례자들에게 분심을 주고 불안하게 하지는 않는지? 덥수룩하고 부시시한 얼굴이나 까치집을 지은 머리를 손질도 하지 않고 제단에 서지는 않는지. 특히 성체를 만질 손에 무엇이 묻었는지 손톱은 깨끗한지를 살피게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위에 나열한 것 중에서 두 가지를 그 신부님에게서 발견하게 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전례는 역시 전례 분위기가 중요합니다. 성당의 제단과 독서대, 십자가와 촛대, 그외 여러 장식과 제구들의 조화도 기도 분위기를 위해서 중요합니다. 그러나 미사가 하느님께 제대로 봉헌하는 전례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신자들의 참여 분위기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린애 때문에 들락거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학생들이 서로 장난을 치고 어른들은 뭔가를 계속 수군대면 분위기가 산만해 집니다. 옆 사람을 큰소리로 불러 주보나 성가책을 전달해 주는 것도 그렇고 혼자 너무 큰소리로 성가를 부르는 것도 분위기를 설렁하게 합니다. 전례는 역시 모든 신자가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 현재의 전례에 다 함께 집중할 때 생동감 있는 전례가 될 것입니다.
미사도중 내내 딴 생각에 잠겨있을 때가 있습니다. 어떤 사람 생각, 일 생각, 어떤 사건에 대한 생각으로 꽉 차서 내가 어떻게 영성체를 했는지 언제 미사가 끝났는지도 모를 때가 있습니다. 그러면 끝난 다음에도 기분이 계속 찜찜합니다. 왜 이런 기분이 드는지 생각해 봤습니다.
전례시간은 그대로 하느님께 바쳐야 할 시간일진데, 세상일에 골몰하느라 하느님 생각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하느님께도 미안한 느낌이 들어서 그렇지 않나 생각 합니다. 하느님의 것이라 하느님께 돌려 드려야 할 것이 어디 전례 시간뿐이겠습니까?
신앙인의 참 삶은 하느님의 것을 모두 하느님께 제대로 돌려 드리는 노력을 계속하여 살아가는 삶입니다.
말씀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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