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에 살고 있는 어린이들의 모임에 자리를 같이 한 적이 있었다.
일남일녀의 자녀를 둔 네 명의 어머니들이 어린이들을 위한 열린 생활, 대가족 때처럼 많은 형제들과의 공동체를 교육을 통해 경험하게 하자는 생각에서 이 모임을 시작했다. 그들은 자신들의 전공과 관심이 있는 과학, 글쓰기 그리고 그림그리기를 각자 일주일에 한 번씩 그들의 집에서 지도하기로 했다. 다섯 살부터 열 살까지의 여덟 아이들은 일주일에 세 번은 장소를 바꿔가며 만나게 되는 셈이다.
과학을 하는 날에는 어린이들은 주로 관찰과 실험을 한다. 얼마 전에 그들은 포도를 물과 사이다에 넣어 보는 실험을 통해 이산화탄소의 성질을 배웠다. 아이들은 비교되는 현상을 그림으로 그리고, 포도가 사이다에서 나는 소리를 느낌으로 표현했다. 그림을 그리는 날에는 근처 산을 가거나, 음악을 듣고 느낌을 그리기도 하고 전시회도 자주 간다. 공동화를 그림으로써 아이들은 차차 전체의 조화를 찾으려는 노력을 보인다고 했다. 글쓰기에는 무엇보다 어린이의 생각을 바르게 드러내는 연습을 중점적으로 한다. 그래서 이 모임의 활동에는 옳고 그름의 평가가 없다. 아이들은 시간적 제약을 받지 않으며 배우는 것에 흥미를 가지며 어머니와의 진지한 시간도 자주 갖게 된다. 나이차에 오는 예상된 염려도 여러 달의 만남을 통해 해소되고 있다. 어린이들은 서로를 인정하고 양보하며 돌보는 관계를 그들 스스로 만들어 간다고 한다.
아이들은 이 시간을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린다고 했는데, 그날 그들의 자유스럽고 활기찬 모습에서 이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어린이에게 기다림과 기쁨을 주는 교육!
매일 접하는 사회의 어둡고 절망스러운 사건들과 교육의 이름에 「금전살포」라는 단어가 신문의 일면에 연일 보도되는 부끄러운 현실에, 이런 이름 없고 소박한 모임은 우리에게 그래도 안도감과 희망을 잃지 않게 한다. 고등교육을 받는 인구가 많아질수록 교육의 길은 퇴보하는 것 같은 시대에, 이러한 생각과 실천은 격려되고 전파되어야 한다.
「전업주부」라는 말에 담긴 묘한 부정적인 여운이 유행하는 요즘에 이런 모임을 보면서, 전업주부야말로 그들이 하고 싶은 일을 다양하고 창의적으로 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깨어 있으려는 정신과 자녀사랑에 고민하고 생각을 함께 모으려는 어머니들은 바쁘고,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것이 많다.
교육은 어머니에게서부터 라는 말을 다시금 실감나게 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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