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들의 신앙과 삶의 불일치 문제는 현대사회 흐름 속에서 교회가 풀어야 할 큰 숙제 중 하나이다. 최근 신자들이 직장 안에서 자신들의 소명을 깨닫고 모범적 활동을 통해 주위에 누룩 역할을 하도록 돕는 직장인 소공동체 활성화 방안의 부각도 바로 그 같은 배경에서다.
삼성제일병원 마취과 강희륜(마태오ㆍ명동본당ㆍ63)박사. 강박사는 직장 안에서 자신의 일을 통해 평신도로서의 선교활동과 소명을 다하는 대표적 인물이라 할 수 있다.
강박사는 마취 전 환자와 함께 기도를 바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 환자가 가톨릭 신자이든 타 종교 신자이든 무신론자이든 「함께 기도하겠느냐」고 물어본 후 기도서를 펴든 채 「환자의 기도」를 바친다. 가톨릭 신자인 경우는 이름과 세례명을 확인하고 수첩에 기록해 두었다가 수술 후 병실을 찾아 「문병 때의 기도」를 한다.
강박사가 한 주일에 만나는 환자들은 줄잡아 70여 명. 그의 수첩에는 이들의 종교현황이 꼼꼼히 기록돼 있다. 가톨릭 개신교 무교로 분류하며 그중 냉담자는 별도로 기록 해둔다. 그 내용들은 강박사가 몸담고 있는 레지오 쁘레시디움 단원들과 이명인 수녀, 강박사 부인이 병실방문과 기도를 할 수 있는 기초자료(?)가 되는 것이다.
수술실에서 기도를 해준 환자 중 한명은 얼마 전 강박사 앞으로 편지를 보내왔다. 퇴원 후 인근 성당을 찾아 부인과 함께 예비자교리 중이며 오는 12월 영세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사연과 함께 강박사 부부에게 영세 대부모를 청해왔다.
냉담자들의 회두도 반갑지만 가톨릭과 전혀 관계가 없던 외인이 영세를 한다는 소식에 강박사는 신자로서의 소명의식을 다시금 느꼈고 무척 감사한 마음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한다.
강박사의 신앙연륜은 비교적 짧은 편. 주위 가톨릭 신자들의 열심한 모습에 감화받은 그는 92년 세례를 받았다. 강박사는 그 후 레지오활동을 하면서 직장 안에서 할 수 있는 활동을 찾게 됐고 그것은 바로 「내 마취환자들과 함께 기도하겠다」는 결심으로, 병실방문 등으로 이어졌다.
『환자들과 기도할 때 그들을 위해서 하지만 그 기도는 결국 내 자신의 성찰과 기쁨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를 통해 역사하시는 하느님 모습을 느끼는 것이죠』
퇴원 후 감사의 편지를 보내오는 환자들, 또한 기도를 통해 대세를 받고 세상을 떠난 몇몇 환자들 사례는 단순히 그들의 입교를 위해 기도한 것이 아니라 사랑의 마음으로 기도한 것이었기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었을 것이라고 강박사는 덧붙인다.
「성실」이었던 강박사의 좌우명이 영세 후「사랑」으로 바뀐 것도 그런 이유라 할 수 있다. 그래서 그는 요즘 후배 의사들에게 『「사랑」으로 환자들을 대할 때 참된 의술을 펼칠 수 있다』고 자주 강조하곤 한다.
본당에서 사목위원을 맡고 있는 강박사는 1ㆍ2차 복음화 지도자 교육과 함께 최근에는 남성구역장학교도 수료했다. 원내 신우회 안에서도 월1회 복음나누기 7단계를 이끄는 등 핵심 존재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 의학계 마취과 원로로 꼽히고 있는 강희륜 박사. 정년퇴직이 얼마 남지 않은 요즘 「퇴직 후 더 많은 봉사활동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 그는 특히 도시 안에 있는 냉담자들을 찾아 사귐과 섬김 나눔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봉사하고 싶다고 전교주일에 걸맞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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