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한국 천주교회의 위기를 논하는 사람들의 우려를 한마디로 말한다면 「줄어드는 영세자, 늘어나는 냉담자」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앞에서 살펴봤듯이 예비신자와 영세자수의 감소는 한두해의 문제가 아니다. 94년 교세통계에 따르면 서울대교구의 경우 7세 이상 영세자수가 90년부터 계속 감소하는 추세이고 이는 앞으로 계속되리라는 예측이다. 반면 냉담자의 경우는 지속적으로 증가해 94년 현재 냉담자와 거주 불명자가 25만여명에 이른다.
2천년대 복음화에 있어서 직장인 사목의 중요성은 여기에서 가장 크게 드러난다. 이른바「찾아나서는 사목」으로서의 직장인 사목은 다가오는 새로운 시대에 전교에 있어 가장 효과적인 사목방향으로 대두될 것이라는 전망은 앞으로 더욱 타당성을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국교회의 고질인 냉담자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이 본당 사목차원에서 실시되고 있다.
그 한 예로 인천 만수1동본당의 「잃은 양 찾기」, 「새로운 양 찾기」운동이 있다. 이 운동은 본당신자 전체의 적극적인 참여로 실시 이전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큰 성과를 얻었고 제주교구를 비롯한 타 교구나 다른 본당에서도 그러한 경험을 따라서 제2, 제3의 잃은 양, 새로운 양 찾기 운동을 확산시키고 있다.
서울대교구 상계2동본당에서는 냉담자들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사랑을 환기시키기 위해서 사랑의 편지쓰기 운동을 조직적으로 벌이기도 하고 그밖의 다른 본당에서도 이름은 달라도 이와 같은 취지의 노력을 펼치고 있는 것이 사실이고 전교에 있어서 이전과는 다른 활기를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영세자 감소나 냉담자 증가 문제가 쉽게 해결될 수 있는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여기에서 전교의 황금어장으로서 직장인 사목의 전망을 발견할 수 있다. 각 본당에서는 쉽게 만날 수 없는 신자들을 직장에서는 약간의 관심과 노력만 있다면 언제든지 만날 수 있다. 그러한 관심과 노력이 바로 직장인 소공동체의 활성화로 나타난다.
이제 채 몇 년을 지나지 않은 서울대교구의 직장인 사목부는 각 직장모임간의 유대를 만들고 활동방향을 제시하며 앞으로 그 중요성이 더욱 부각 될 직장인 사목의 기초적인 토대를 만들고 있다. 직장인 사목은 이제 시작단계에서 한단계 높은 단계로의 도약을 시도하고 있다. 현재의 추세라면 앞으로 직장인 사목 전담신부, 직장 사목 지정본당의 수도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직장인 사목의 활성화에 있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앞에 놓여있다.
앞으로 직장인 사목이 하나의 사목분야로서 자리잡기 위해서는 우선 해당 직장이 소재한 지역본당 사목과의 적절한 조화와 협력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직장인 사목이 본당구조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교회의 기초단위로서 본당사목에 더한 사목의 다변화를 지향하는 것으로 지역본당과 긴밀한 유대속에 적절한 관계 설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직장인 사목에 대해 보다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학문적 연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직장인 사목은 그리스도교적 전통을 가진 서구사회에서도 모범적인 선례를 구할 수 없고 더욱이 학문적인 연구성과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분야이다.
과연 직장인 소공동체란 무엇인지, 어떤 사도직 활동을 하는지, 본당의 단체들과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본당에서의 신앙생활과 직장에서의 생활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지 등에 대한 적절한 교회의 가르침을 제시해야 하고 따라서 이에 대한 사목, 영성 등 신학적 연구가 실제 사목현장의 노력과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올해 4월에 개최한 「직장인 사목의 현실과 전망」 세미나 역시 그러한 연구작업의 일환이다.
지도자의 양성은 직장인 사목의 활성화를 좌우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대부분 직장 모임의 경우 몇 명의 열성적인 신자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두 명의 지도자에 의해 소공동체가 좌우되지 않도록 지속적인 교육과 다양한 정보 교환, 사목적 지원을 통해 지도자 양성에 주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 안에는 항상 가능성이 열려 있다. 답보와 퇴보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는 가톨릭의 전교 전선에 끼어있는 먹구름은 우리의 노력여하에 따라서 얼마든지 걷어낼 수 있다는 것을 교회의 2천년 전통을 통해 알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먹구름을 걷어내는 노력으로 직장인 사목의 전망은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사도들이 고향을 떠나 복음을 선포하려 양들을 찾아 나섰듯이 대부분의 시간을 직장에서 보내는 신자 직장인들을 찾아나서는 직장인 사목은 현대사회에 적응하는 새로운 사목분야인 동시에 사도로부터 이어 내려온 전통적인 전교 방법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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