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저녁, 한 달 이상의 가출 후 마음을 잡고 학교에 다시 등교하기 시작한 마리아와 함께 「나자렛 예수」란 비디오를 시청한 후 다음과 같은 대화를 나누었다.
『비디오 인물 중 어떤 사람이 네게 가장 인상적이니?』『창녀 마리아요!』『왜 그렇지?』『그냥요!…군중들이 「예수를 살려주세요」라고 외치는 마리아의 뺨을 「창녀야, 입닥쳐!」라고 말하며 때렸을 때 마음이 무척 아팠어요. 사실, 선생님들과 친구들의 묘한 눈빛 속에서 나에게 붙여진 「가출소녀」란 딱지가 견디기 힘들어요. 그리고 그동안 너무 많이 결석해서 수업을 이해할 수가 없어요. 학교에 가면 선생님과 친구들이 나에게 「입닥쳐, 이 문제아야!」라고 말하는 것 같아요』
오랜만에 등교한 마리아에게 학교환경이 바뀐 것은 하나도 없었다. 잘 적응하지 못하고 소외감을 다시 느끼기 시작한 마리아는 함께 어울려 다니던 자퇴 청소년들로 구성된 서클 친구들을 그리워하였다.
이리저리 핑계를 대며 그들과의 재회를 시도하는 마리아의 가출을 막기 위하여 아무리 설득하고 달래보아도 소용이 없었다. 학교에 가기 싫어하던 마리아는 어느 날 「결국, 내 마음 속 어둠이 승리하고 말았어요. 자유를 찾아 떠납니다」라는 글귀를 남긴 채 다시 가출하고 말았다. 그리고 학교에서는 마리아를 자퇴시킬 수 밖에 없었다. 부모와 학교, 사회로부터 「입닥쳐, 이 문제아야」라는 비난 속에서 성장하는 청소년들은 또래 집단에 소속함으로써 자신의 설 자리를 찾는다. 개인적으로 만나면 몹시 수줍어하며 말도 못하던 청소년들이 친구들과 어울려 집단행동을 할 때는 몹시 용감해지는 경우를 본다. 이런 청소년들을 다시 학교에 복교시키면 대개는 다시 가출을 할 가능성이 많다. 어른들은 그런 청소년들의 비행을 갑론을박하며 연구대상으로만 삼거나, 강력한 벌만 주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다. 그러나 그들에게 참으로 필요한 것은 그들 마음속 상처를 치유시켜 줄 새로운 만남이다. 뿐만 아니라 그들이 어려움을 느끼는 부분에 대해 적절하게 도움을 줄 수 있는 학습위주의 수업이 아닌 인성교육 측면의 특별한 교육 프로그램과 그들만을 위한 학습의 장(場)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청주에 이들을 위한 학교가 생긴다니, 교육제도에 적응하지 못하고 사회를 표류하는 전국의 1만명이 넘는 퇴학 청소년들에게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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