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10월16일자로 재위 18주년을 맞았다. 오는 11월2일은 교황의 사제서품 50주년이 되는 날로 전 세계 교회가 이 날을 축하하고 있다.
요한 바오로 2세는 20세기 말 격변기에 사도좌에 즉위, 제3천년기의 문을 여는 교황으로 지난 18년간을 신앙의 보루요 윤리도덕의 잣대로 사도직을 충실히 수행해 왔다.
가톨릭신문은 교황 재위 18주년과 사제서품 금경축을 기념해 교황 특집 「요한 바오로 2세」를 마련, 인류의 정신적 지도자뿐 아니라 인간생명의 강력한 수호자로 인류 구원을 위해 세계를 누비며 그리스도의 복음을 선포하고 있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인간적 모습과 그의 가르침을 종합, 정리해 보았다.
◆ 가르침ㆍ업적
요한 바오로 2세는 어떤 교황인가? 교황을 가장 가까이 모시고 잘 아는 교회 인사들은 한마디로 『하느님과의 깊은 일치와 전 인류의 깊은 일치를 이루어주는 분』즉 『일치의 교황』이라고 말한다.
재위 18년 동안 요한 바오로 2세가 남긴 업적이나 가르침, 삶과 기도내용 등을 종합해 보면 「일치의 교황」이 그 분을 표현하는 가장 적절한 말임을 쉽게 깨달을 수 있다.
교황은 항상 「우리 시대의 모든 이들의 기쁨과 희망, 슬픔과 번뇌에 대해 기도한다」고 한다.
실제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자신이 항상 기도하는 대로 당신을 필요로 하는 곳이면 세상 어디든지 찾아가 그들과 함께 이 땅에 기쁨과 희망이 샘솟고 슬픔과 번뇌가 사라지도록 기도해 왔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최대 관심사는 바로 「세상의 복음화」요 「전 인류의 구원」이다.
교황은 온 인류가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으로 구원될 수 있도록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바쳐 「기도하고 일하며 순례하고」있는 것이다.
요한 바오로 2세는 역대 교황 중 「교회의 구원론적 본질」을 최고로 강조한 분들 가운데 한 분으로 손꼽히고 있다.
「희망의 문턱을 넘어 제3천년기를 여는 그리스도의 대리자」라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자의식이 「세상을 위한 하느님의 구원활동을 선포하기 위해」한시도 쉼 없이 그로 하여금 세상 사람들을 찾아 나서게 하고 있는 것이다. 교황은 인류의 구원을 위해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표방한 「친교의 교회상」을 몸소 실천해 왔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시노드」이다. 요한 바오로 2세는 재임동안 5차례의 세계 주교 시노드를 개최했다. 제5차부터 제9차 세계 주교 시노드를 주재한 요한 바오로 2세는 2차례의 임시 주교 시노드와 지역별 특별 시노드를 개최했다.
교황은 또 재임기간 중 가르침을 담은 문헌들을 가장 많이 반포한 분으로 손꼽힌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또 제3천년기의 준비를 위해 교회의 모든 역량을 「새로운 복음화」에 결집시키는 것이 그리스도의 대리자요 베드로의 후계자인 자신의 가장 큰 사도적 임무임을 자각하고 있다.
요한 바오로 2세는 자신의 회칙 「교회의 선교사명」에서 『하느님은 복음의 새 봄을 준비하시며 우리는 이미 그 새벽을 보고 있다』면서 『새로운 복음화에 교회의 모든 역량을 결집해 2천년 대희년을 준비하자』고 촉구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재임 18년 동안 교회사적으로 뿐만 아니라 세계 역사에도 빛나는 발자취를 남겨오고 있다.
그의 업적 중 가장 빛나는 것은 「공산주의」 붕괴에 결정적 역할을 수행, 「이념 분쟁」을 종식, 세계평화를 정착시켰다는 점이다.
교황은 1987년을 「마리아의 해」로 선포, 기도와 신앙의 힘으로 공산주의를 붕괴시킨 것이다. 교회 지도자들은 이 「마리아의 해」 선포가 요한 바오로 2세의 치적 중 높이 평가돼야 할 것 중 하나라고 말하고 있다.
교황은 또 교회법을 개정, 새로운 교회법전을 반포했고, 4백여 년간 내려오던 세계 표준 교리서를 개편 「새 가톨릭교회 교리서」를 내놓기도 했다.
요한 바오로 2세는 이념 종식 외에도 재임기간 중 「교회 일치 운동」「민족분쟁 종식」「죽음의 문화에 대항한 생명수호」문제에 역점을 두고 사도적 임무를 수행해 왔다.
교황은 또 회칙 「하나되게 하소서」를 통해 교회일치를 위해 교황의 수위권 행사의 방법에 있어서 전통적 신앙 안에서 장애가 된다면 이 문제를 깊이 재고할 수도 있다고까지 말했다.
교회일치를 위해 수위권 행사의 방법론에 대해 언급한 교황은 요한 바오로 2세가 처음이다.
요한 바오로 2세는 또 인간 생명의 수호자로 윤리도덕의 마지막 보루인 자신의 입장을 강력히 피력하고 있는 분이다.
교황은 특히 생명문제에 대해 『생명에 관한 권리는 인간의 기본권』임을 항상 강조하고 『인권을 유린하고 개인과 가족의 생명뿐 아니라, 사회 자체에 근본적인 가치들을 완전히 파괴하게 만드는 양식들에 관용을 베풀 수 없다』고 강력히 반대했다.
요한 바오로 2세의 이러한 단호한 태도는 어떤 반대와 비난이 쏟아지더라도 세계 평화와 살아있는 윤리도덕의 잣대로 사도적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겠다는 결의를 나타내는 것이다.
이 결과 오늘날 「죽음의 문화에 대항해 맞싸우고 있는 곳은 전 세계에서 오직 가톨릭교회뿐」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는 것이다.
요한 바오로 2세를 가까이 모시는 교회 지도자들은 『그분은 무슨 일이든지 다하려는 열정적인 분』이시라고 말한다.
그분의 「인류에 대한 깊은 사랑」이 고령에도 불구하고 세상의 힘없고 가난한 이들을 찾아 나서게 한다고 말한다. 또 모든 인류의 구원을 위해 스스로 세상으로부터 「반대받는 표적」이 되시고자 한다고 말한다.
주한 교황청 대사 조반니 블라이티스 대주교는 『교황의 여섯 번의 수술은 바로 그리스도의 육신의 여섯 상처를 상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이처럼 온 인류가 하느님과 일치해 구원될 수 있도록 매일 혹독한 고통의 십자가를 지고 갈바리아산을 오르고 있다.
◆ 인간적 측면
지난해 10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미국 뉴워크(Newark) 대교구를 방문했을 때 사람들은 교황의 젊었을 때, 혈기 왕성했던 청년 카룰 보이티야의 스포츠에 대한 열성을 두고 「저돌적」 (Daredevil)이라고 표현했다.
실제로 제264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역사상 어느 교황보다 운동을 좋아했고 즐겼던 스포츠맨이었다. 축구시합에서는 골키퍼로 뛰었고 홍수로 잔뜩 물이 불어 있는 스와카강을 헤엄쳐 건너는 모험을 감행했으며 스키, 하이킹, 등산과 카약 경기를 즐긴 만능 스포츠맨이었다.
2천년 교회 역사상 가장 많은 순방 횟수를 기록하고 있는 요한 바오로 2세의 지치지 않는 발걸음은 운동을 좋아하고 즐기던 그의 성품과도 무관하지 않다.
120개국 이상 방문
지난 9월 프랑스 방문으로 요한 바오로 2세는 재위 18년간 무려 74회, 순방 국가 수는 1백20여 개국 이상이라는 초유의 기록을 세웠다. 이탈리아 국내여행은 1백26회, 로마교구내 사목방문은 6백16회에 달한다. 그의 순방길은 총 연장 1백4만9천5백km, 무려 지구 둘레를 26바퀴 돌 수 있고 지구에서 달까지의 2.7배에 달하는 거리이다.
행동하는 교황으로서 요한 바오로 2세는 또한 빼어난 문필가이기도 하다. 이는 이미 그가 이전의 교황들과는 달리 1백50여 권 이상의 교서, 권고, 담화 등을 비롯해 10편이 넘는 회칙을 발표했음에서도 미루어 알 수 있다. 교황의 문필가로서의 재능은 그가 8개 국어를 능통하게 구사하며 다수의 시집과 희곡 등을 발표했고 더욱이 그 중에는 대중적 인기를 얻은 작품도 있다는데서 더욱 분명하게 엿볼 수 있다.
10억 인구의 영혼을 인도하는 교황, 노구와 숱한 부상의 후유증에 시달리면서도 요한 바오로 2세는 갈등과 분쟁으로 얼룩진 세계 곳곳을 쉬지 않고 누빈다. 그 엄청난 열정의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타임지는 62년 요한 23세 교황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인물로 선정한지 32년만인 94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를 「올해의 인물」로 뽑았다. 타임지는 관련기사에서 『교황의 삶을 지탱하는 것은 먹을 것과 마실 물이 아니라 기도라는 것이 일치된 증언』이라며 『「무릎을 꿇고」 결정을 내린다고 할 정도』라고 말했다.
교황을 지칭하는 용어는 많다. 예수 그리스도의 대리자, 베드로의 후계자, 전 세계 교회의 교황, 서방 교회의 총주교, 이탈리아 교회의 수석 주교, 로마 관구장 대주교, 바티칸 시국의 원수, 하느님의 종들의 종 등, 하지만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이러한 용어들로 설명되지 않는 카리스마와 열정, 인간미를 함께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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