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가 관계기관으로부터 출판사 등록취소 처분을 받는 등 성(性)을 다룬 음란성 출판물들이 쏟아져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최근 간행물 윤리위원회(위원장=권혁승)는 「아마티스타」, 「마틸다」등 두 권의 번역서를 음란물로 판정해 문화체육부에 제재를 건의한 뒤 책을 펴낸 출판사가 관할 구청인 부산 동래구청으로부터 출판사 등록취소를 당했다. 또 소설가 장정일씨의 신작소설 「내게 거짓말을 해봐」(김영사 간) 역시 비슷한 이유로 심의대상에 올라 최종결정을 기다리고 있어 그 결과에 따라 문학 작품규제 파문이 출판계 전체로 확산될 전망이다.
문학작품과 출판사에 대한 이 같은 극단의 처방은 문화계 일각으로부터 기준이 불분명하고 지나친 규제가 아니냐는 반발을 자아내기도 하지만 사실상 최근 지나치게 노골적이고 상업적인 동기에 의한 작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점에 비추어볼 때 설득력을 지닌 것으로 보인다.
문제가 된 두 번역소설은 각각 아르헨티나와 미국의 작가가 쓴 에로소설들. 성기능 장애를 가진 변호사가 성기능을 회복해 가는 과정과 에로틱한 단편소설 모음집으로 두 작품 모두 변태적이고 비정상적인 성행위를 묘사하고 있다.
출판사측은 이 같은 처분에 반발, 출판사 등록취소 적합성 여부를 묻는 행정소송을 내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출판계에서의 이러한 음란물 파동은 문화계 전반에 걸쳐 최근 급격하게 성을 소재로 하는 작품들이 쏟아져 나오는 경향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연극계에서는 사법사상 처음으로 법의 심판대에 올라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바 있는 연극 「미란다」를 비롯한 콜렉터의 아류극들이 외설시비를 겪었고 비디오물에서는 「젖소부인…」류의 음란성 비디오물들이 유행해왔다.
지난해에는 성인 잡지인 펜트하우스 한국판의 발간이 시도됐고 컴퓨터와 PC통신, 인터넷이 대중화되면서는 음란성 영상물에 대한 심각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또 최근에는 도심 한복판인 신촌에 소위 「섹스샵」이 문을 여는 등 성과 관련한 산업이 급속하게 팽창하고 있다.
이 같은 경향은 출판계에서도 마찬가지로 주로 추리소설이나 무협지 등이 중심이 되었던 노골적인 성 관련 내용들이 다른 장르에서도 두드러지게 늘어나 SF소설이나 외국의 에로소설들이 번역, 출판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최근 한 잡지는 조선시대 화가의 음화를 화보로 게재해 규제를 받기도 했다.
등록취소라는 극약처방까지 이르게 된 이러한 사태에 대해 관계자들은 유감을 표시하면서도 최근 사회 전반적으로 성에 대한 가치관이 변화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출판물 등 문화상품들이 사회윤리와 청소년들에 미치는 영향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라는데 대체로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한 출판 관계자는 『문학작품의 규제는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된다』면서도 『사회 전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성에 대한 개방적 논의를 틈타 음란물로 독자의 눈길을 끌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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