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매년 11월을 위령성월로 지내며 고통중에 있는 연옥영혼들을 위해 기도하면서 우리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기회로 삼고 있다.
해마다 위령성월과 관련, 다양한 기획을 마련했던 가톨릭신문은 이번에도 특별히 과다 장례비용 문제와 포화상태에 이른 묘지문제, 교회의 바람직한 장례문화 등 신자들이 혼돈이나 갈등을 일으키기 쉬운 세 주제들을 선정, 교회의 가르침이 무엇이며 신자들은 어떻게 따라야 하는지를 점검해 보기로 했다.
『가톨릭신자인 장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인근 성당의 신자들이 찾아와 교대로 연도를 해 주고 염습(殮襲)까지 해주는 헌신적인 봉사활동을 보고 가톨릭에 매력을 느끼게 됐습니다』
서울대교구 수색본당의 열심한 신자인 이정애(말가리다ㆍ42세)씨는 이제까지 남편 우정호(예비자ㆍ46)씨를 입교시키려고 온갖 노력을 다해 봤지만 불교에 강한 애착을 갖고 있던 남편을 입교시키는데는 번번이 실패했다.
그러나 최근 친정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장례를 치루는 과정에서 남편 우정호씨는 성당 사람들이 찾아와 헌신적으로 봉사해주는 모습에 감동, 스스로 예비자반에 들어가기를 원했다고 한다.
이처럼 가톨릭의 좋은 전통 중 하나를 꼽으라면 많은 사람들이 선뜻 꼽을 수 있는 것이 연도와 장례봉사다.
일부 장의사들의 횡포
그러나 최근엔 이런 좋은 모습과는 달리 장례용품 비용과 관련해 오히려 복음화에 장애요인이 되는 사례가 발견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물론 일부 신자들과 교회 병원사이에서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연도를 통해 입교를 했던 신자들이 가족의 장례를 치루는 과정에서 과다하게 요구하는 장례용품비 등과 관련, 마찰을 일으켜 냉담으로 빠지는 경우도 없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연도라는 방법을 통해 비신자들에게 비춰졌던 가톨릭의 좋은 표양들이 장삿속에 물든 일부 신자들에 의해 교회를 멀리하게 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서울대교구의 경우 1백70개 본당에 연령회가 설치돼 있어 본당신자들이 상(喪)을 당했을 경우 연령회의 도움을 받아 상을 치룸으로서 장례비용 등에서 도움을 받고 있다.
그러나 많은 신자들 중에는 갑작스런 상을 당해 경황이 없는 사이 장의용품이 턱없이 비싼 줄 알면서도 장의사들의 횡포에 그대로 당하거나 장례용품의 적정한 가격을 몰라 엄청난 비용을 지불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이정우(안셀모ㆍ8세)씨의 경우 부친의 장례시 평소 친분이 있는 신자의 소개로 장례용품을 구입했다가 적정가의 3배가 넘는 장례용품의 바가지 상혼에 크게 마음을 상했던 적이 있다고 토로한다.
22만원에 구입할 수 있는 오동나무 관(棺)을 80만원에 구입했을 정도로 폭리를 취한 신자업자에게 『너무 비싸게 팔지 않았느냐며 항의하고 싶었지만 부친의 마지막 가는 길에 불경이 될까봐 잠자코 있었다』는 이정우씨는 『자신과 같은 상주들이 아마 많지만 적어도 교회 신자들을 통해 구입한 장례용품이고 장례중이라 참고 있었을 것』이라며 불쾌감을 토로했다.
현재 일반 사람들이 상을 당해 일반 장의사에서 장례용품을 구입할 경우, 부르는게 값이라고 장례를 치뤄본 가족들이라면 한결같이 증언한다.
그렇다면 신자들은 장례용품을 어떻게 구입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법일까?
일부 장의사측에서는 『사람이 죽는 것이 하루에 수십건씩 있는 것도 아니고 어쩌다 한번씩 장례가 있을 때 그 이익금을 낼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며 강변하기도 한다.
이러한 장의사들의 지적에 대해 서울대교구 연령회 연합회의 한 간부는 『장례용품을 교회의 공신력 있는 한 단체에서 일괄적으로 구입, 각 본당 연령회를 통해 공급하는 방법』을 제안한다.
봉사 차원의 관리체계 필요
물론 본당인근에서 양심적으로 장례용품점을 운영하는 신자의 경우, 본당 연령회와 협의, 연령회를 대신해 공급할 수도 있고, 연령회가 독자적으로 순수 봉사 차원에서 관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럴 경우 엄청난 폭리문제로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는 장례용품의 가격을 적정선에서 낮춤으로써 올바른 장례문화 정착에도 일조할 수 있게 된다는 설명이다.
현재 사회의 일반 장의사에서는 마을 단위로 연락책을 지정, 어느 집에 상을 당했다는 연락만 해주면 얼마의 수고비를 주는 조건으로 상가집을 찾아내는 등 장의용품 판매에 혈안이 돼 있다.
장의용품 판매상들의 이 같은 기민성은 장례용품이 얼마나 높은 마진을 낼 수 있는지를 잘 말해주는 것으로 상을 당해 어쩔줄을 모르는 상가집을 상대로 마음대로 폭리를 취해, 슬픔에 빠져있는 유가족들의 마음을 더욱 슬프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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